이경민
[한국심리학신문=이경민 ]

"또 미세먼지는 나만 마셨지."
유독 맑고 청아한 목소리를 가진 가수의 영상 아래에는 어김없이 이런 주접 댓글이 달린다. 분명 똑같은 공기를 마시며 사는 사람일 텐데, 어쩜 저렇게 맑고 예쁜 소리가 날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 섞인 감탄이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가수의 노래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가? 우리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가 모두 저마다 다른 개성을 지니고, 특정 가수의 목소리가 유독 독보적으로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비밀은 지각심리학에서 말하는 '음색'이라는 개념 속에 숨어 있다.
'소리'란 무엇일까?
소리는 기본적으로 공기 분자를 흩뜨리는 어떤 움직임에 의해 시작되는 물리적 현상이다. 물체의 진동이 주변 공기 분자들을 다른 분자들과 충돌하게 만들고, 그 결과로 발생한 공기압의 변화가 음원으로부터 마치 파동처럼 외부로 퍼져나가는 것이 소리의 실체다. 이러한 소리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물리적 차원은 세 가지로 나뉘는데, 바로 주파수와 진폭, 그리고 파형이다. 주파수는 우리가 지각하는 음의 높낮이와 관련이 있고, 진폭은 소리의 크기인 음량을 결정한다. 그리고 마지막 요소인 파형이 바로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음색'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지표가 된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음파, 순음
음색은 음의 높낮이와 크기가 완벽하게 같더라도 우리가 서로 다른 소리로 인식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우리 주변의 수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모두 제각각인 이유도 결국 이 음색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음색은 과학적으로 정의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개념이기도 하다.
이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순음(pure tone)'이라는 기초적인 개념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순음은 수학 시간에 보았던 사인파 혹은 정현파라고 불리는 공식에 따라 시간에 따라 공기압이 매끄럽게 변화하는 음파를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그래프로 그리는 가장 예쁘고 단순한 모양의 파동을 가진 음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 속에서 이러한 순음을 직접 듣게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기껏해야 몇 종류의 새소리가 순음에 가까운 정도일 뿐이다. 대부분의 일상적인 소리, 즉 사람의 성대에서 나오는 목소리나 뱃고동 소리, 혹은 클라리넷과 같은 악기 소리는 여러 개의 순음이 복잡하게 합쳐진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들쭉날쭉하고 독특한 모양을 가진 파형이 바로 그 소리만이 가지는 고유한 음색을 만들어내는 원천이 된다.
복잡한 파동을 쪼개보자
그렇다면 이토록 복잡하고 신기한 모양의 파동을 과학적으로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까. 다행히 수학과 물리학에는 '푸리에 분석(Fourier analysis)'이라는 강력한 도구가 존재한다. 이 분석법을 적용하면 아무리 복잡한 파형이라도 다양한 주파수와 진폭을 가진 여러 개의 사인파 집합으로 분해하여 설명할 수 있다.
이때 소리를 구성하는 여러 주파수 성분 중에서 가장 낮은 주파수 성분을 '기초 주파수(fundamental frequency)'라고 부르며, 이 주파수에 따라 우리가 최종적으로 느끼는 음의 높고 낮음이 결정된다. 그리고 이 기초 주파수와 함께 섞여 있는 각각의 주파수 성분들을 '배음(harmonic)'이라고 지칭한다.
많은 주기적 소리에서 제2배음이나 그 이상의 고차 배음들은 보통 기초 주파수의 정수 배수에 해당하는 값을 가진다. 예를 들어 클라리넷으로 연주한 어떤 음의 기초 주파수가 880Hz라면, 그 소리에 섞여 있는 제2배음은 1760Hz, 제3배음은 2640Hz가 되는 식이다. 결국 두 개의 복합음이 동일한 음고와 동일한 음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다르게 들리는 이유는, 이 다양한 오버톤(배음)들이 저마다 다른 진폭을 가지고 섞여 있기 때문이다. 즉, 각 배음이 차지하는 상대적인 세기의 차이가 음색을 결정짓는 주된 원인이 된다.
음색의 차이는 결국 어디서 오는 걸까?
플루트의 경우 제1, 2, 3배음이 지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파형이 비교적 단순하며, 그 결과로 우리 귀에는 순음과 유사한 맑고 깨끗한 소리로 들리게 된다. 반면에 바이올린은 제3배음 이상의 높은 차수 배음들도 상당히 큰 진폭을 유지하며 섞여 들어간다. 이 수많은 고차 배음이 겹쳐지면서 바이올린 특유의 화려하고 풍부한 질감의 음색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들을 수 있는 범위 내의 오버톤들이 각기 어떤 진폭으로 분포하느냐에 따라 소리의 '색깔'은 무궁무진하게 변한다.
음색의 지각에는 파동의 구성 성분뿐만 아니라 소리가 시작되고 끝나는 방식 또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전문 용어로 '개시(attack)'와 '쇠퇴(decay)'라고 부른다. 피아노 건반을 칠 때 소리는 매우 빠르고 강력하게 시작되었다가 사라지는 특징을 보인다. 그러나 바이올린의 경우에는 활을 켜는 동작에 따라 소리가 훨씬 점진적으로 피어오르고 서서히 사라지는 과정을 거친다. 놀라운 사실은 이 두 악기의 소리에서 개시와 쇠퇴에 해당하는 처음과 끝부분을 잘라내고 중간 부분의 일정한 소리만 들려줄 경우, 인간은 두 악기의 음색 차이를 지각하기가 매우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즉, 소리가 처음 귀에 닿는 찰나의 순간과 마지막 여운이 음색을 완성하는 필수적인 조각인 셈이다.
뇌와 음색
음색을 느끼는 주요 부위는 뇌의 오른쪽 측두엽에 위치하는데, 흥미롭게도 이곳은 멜로디를 감지하는 부위와 상당 부분 겹쳐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멜로디 감각을 상실하게 되면 음색에 대한 감각도 함께 잃는 경우가 빈번하다. 하지만 예외적인 사례도 존재한다. 오른쪽 뇌에 중풍이 걸린 환자 중에는 멜로디 감각은 멀쩡히 유지하면서도 오직 음색에 대한 감각만 잃어버린 경우가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 뇌가 멜로디와 음색을 처리하는 부위가 서로 밀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독립적인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음색’이라는 것은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지만, 복잡한 모양의 파동을 순수한 모양의 파동으로 분리해 내서, 또는 그 시작과 끝을 분석하는 방식 등으로 그 과학적 원리를 조금이나마 이해해 볼 수 있다. 다음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유난히 좋게 들린다면, 그 속에 숨겨진 수많은 소리의 파동들이 만들어내는 이 신비로운 조화를 한 번쯤 떠올려봐도 좋을 것 같다.
<참고 문헌>
1) Steven Yantis, Richard A. Abrams(2018), 감각과 지각(제 2판), 시그마프레스
2) 최현석(2009), 인간의 모든 감각,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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