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용
[한국심리학신문=박성용(seongyong5188@naver.com)]

투자가 더 이상 일부의 영역이 아닌 시대다. 주식, 해외 ETF, 가상자산까지 투자 대상은 넓어졌고, 모바일 앱 하나면 누구나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문제는 ‘접근성’이 ‘신중함’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눈에 띄는 현상은 빚을 내서 투자하는 레버리지 투자 증가다. 신용융자, 미수거래, 파생상품, 코인 마진 거래까지 개인 투자자의 레버리지 활용 범위는 과거보다 훨씬 넓어졌다.
수익이 날 때는 빠르게 불어나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 역시 증폭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하며 빚을 선택할까. 이 현상은 단순한 욕심이 아니라, 심리적 구조와 시장 환경이 결합한 결과에 가깝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는 개인 투자자 심리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일반적으로 시장이 상승할 때 신용융자 잔고는 빠르게 늘어난다. 이는 투자자들이 “지금이 기회”라고 판단하며 추가 수익을 기대한다는 신호다.
문제는 상승장이 꺾일 때다. 주가 하락으로 담보 비율이 낮아지면 ‘반대매매’가 발생하고, 이는 추가 하락 압력으로 이어진다. 즉, 레버리지는 상승장에서는 가속 페달이 되지만, 하락장에서는 브레이크가 없는 구조로 변한다.
이 과정은 단순히 시장 변동성의 문제가 아니다. 그 배경에는 인간의 심리적 편향이 자리하고 있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설명한 ‘과잉확신 편향’은 개인이 자신의 판단 능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특히 투자 영역에서는 이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다.
몇 번의 성공 경험은 통계적으로 우연일 수 있지만, 개인은 이를 자신의 실력으로 해석한다. 수익 경험은 자기 효능감을 강화하고, 위험에 대한 경계심은 낮춘다. 그 결과 “이번 조정은 일시적이다”, “나는 빠르게 빠져나올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이어진다.
레버리지는 이러한 과잉확신을 증폭시키는 도구다. 적은 자본으로 큰 수익을 경험하면, 뇌는 강한 보상 자극을 받는다. 이는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키고, 다시 위험을 감수하도록 강화 학습을 형성한다.
흥미로운 점은 투자자가 위험을 즐기는 존재라기보다, 오히려 손실을 극도로 싫어하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전망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동일한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을 약 두 배 더 크게 인식한다.
이때 역설적인 행동이 나타난다. 이미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투자자는 손실을 확정하기보다 더 큰 위험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위험 추구적 손실 회피’라고 부른다.
주가가 하락했을 때 추가 매수하거나, 코인 하락장에서 마진 비율을 높이는 행동은 “본전만 찾으면 된다”는 심리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레버리지 구조에서는 작은 추가 하락도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레버리지 투자는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집단 심리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온라인 커뮤니티, 실시간 시황 방송, SNS 분석 콘텐츠는 끊임없이 ‘기회’를 강조한다.
상승장이 형성되면 ‘뒤처질까 봐’ 불안해지는 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작동한다. 주변에서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위험은 상대적으로 작게 인식되고, 기대 수익은 과대평가된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합리적 판단이 가능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선택 피로와 확증 편향이 강화된다. 투자자는 자신의 기존 판단을 지지하는 정보만 수집하고, 반대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과거에는 신용융자가 주된 레버리지 수단이었다면, 최근에는 가상자산 선물 거래와 해외 파생 ETF까지 선택지가 확대됐다. 10배, 20배, 심지어 100배 레버리지 상품도 존재한다.
이러한 상품은 높은 변동성과 결합해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반대로 빠른 청산 위험을 내포한다. 특히 24시간 거래가 이루어지는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수면 시간에도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지속적 가격 변동은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한다. 이는 도박 행동과 유사한 강화 패턴을 만든다. 짧은 시간 내 반복적 성과 확인은 중독적 특성을 띠게 된다.
그렇다면 시장 조정과 손실 사례가 반복되는데도 왜 레버리지는 사라지지 않을까.
첫째, 상승장에서는 성공 사례가 더 크게 조명된다. 언론과 커뮤니티는 고수익 사례를 공유하며 기대 심리를 확대한다.
둘째, 사람은 확률보다 이야기에 반응한다. “누군가는 성공했다”는 서사는 통계적 위험을 압도한다.
셋째, 단기 성과 중심 사회 구조도 영향을 미친다. 빠른 자산 증식이 성공의 기준처럼 인식되면서, 안정적 투자보다 공격적 전략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레버리지 확대는 개인 손실을 넘어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킨다. 반대매매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면 지수 하락폭은 확대되고, 이는 다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다. 시장은 숫자로 움직이지만, 그 숫자 뒤에는 감정이 존재한다.
금융위기는 종종 복잡한 구조적 문제로 설명되지만, 그 출발점에는 인간의 낙관과 과잉확신이 자리한다는 점을 역사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행위는 무조건 비합리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문제는 레버리지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심리적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다.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시장을 예측하는 능력만이 아니다.
자신이 언제 과신하는지, 언제 공포에 휘둘리는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레버리지는 수익을 키우는 도구이자, 감정을 증폭시키는 장치다.
그리고 그 감정을 통제하지 못할 때, 위험은 숫자보다 빠르게 커진다.
‘빚내서 투자하는 시대’는 단순한 자금 조달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심리가 만들어낸 경제적 현상일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넛지], 리처드 H. 탈러·캐스 R. 선스타인 지음, 안진환 옮김, 리더스북, 2009.
[비이성적 과열], 로버트 J. 실러 지음, 이강국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10.
[행동경제학], 리처드 H. 탈러 지음, 김태훈 옮김, 에코리브르, 2017.
[부의 착각], 대니얼 크로스비 지음, 김태훈 옮김, 청림출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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