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미
[한국심리학신문=박찬미(pcm4329@naver.com)]

매년 반복된다. 누군가 가족을 잃었다는 제보가 들려오고, 수십억 원의 재산을 헌납했다는 피해자가 나타나며, 언론은 잠시 들썩이다 조용해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집단이 등장한다. 사이비 종교와 유사 집단의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반복되는 악순환처럼 보이지만, 정작 우리는 그것이 왜 반복되는지에 대해 충분히 묻지 않는다. 범죄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돕고 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듯, 사회는 사이비를 하나의 사건으로 소비하고 망각한다. 그러나 사이비는 사라지지 않는다. 왜 그러한가. 그 답은 가해자의 교활함이나 피해자의 어리석음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적 구조 그 자체 안에 있다.
심리학적으로 사이비 집단에 취약한 상태는 특정 계층이나 지능, 교육 수준과 무관하다. 오히려 연구들은 사이비 집단에 유입되는 시점이 대부분 개인의 심리적 전환기, 즉 이별이나 실직, 가족의 죽음, 혹은 극심한 불확실성에 직면한 시기임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인간은 불안을 견디는 능력에 한계가 있으며, 그 공백을 메우는 가장 빠른 방법은 확실한 답을 제공해주는 존재에게 귀속되는 것이다. 사이비 집단은 바로 그 틈을 정확히 파고든다. 그들이 파는 것은 교리나 신념이 아니다. 소속감, 안도감, 그리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다. 이것은 인간이 가장 취약한 순간에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것들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심리 기제가 작동한다. 바로 '러브 바밍(love bombing)'이다. 신규 유입자에게 과도한 관심, 환대, 공동체적 온기를 집중 제공함으로써 뇌의 보상 회로를 강하게 자극한다. 도파민과 옥시토신이 분비되는 이 경험은 개인에게 "나는 드디어 진짜 가족을 찾았다"는 강렬하고 진실한 감각을 심어준다. 이 감각은 논리적 판단보다 훨씬 강력하다. 이후 집단은 점진적으로 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내부 규범에 대한 복종을 요구하지만, 개인은 이미 정서적으로 강하게 결속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탈이 극히 어렵다. 탈퇴는 단순히 단체를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유일한 안전망을 동시에 잃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왜 나오지 않느냐"는 외부의 질문은 사이비의 심리적 구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피해자를 두 번 상처 입히는 말이 된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인지 부조화 이론이다. 사람은 자신이 투자한 것, 즉 시간과 돈과 관계가 많을수록 그 집단이 잘못되었다는 증거를 무의식적으로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가 1950년대에 실제 종말론 집단을 직접 참여 관찰하며 밝혀낸 것처럼, 예언이 틀렸을 때 신도들은 오히려 더욱 열성적으로 믿음을 강화하고 포교 활동에 나섰다. 이탈이 아니라 헌신의 강화로 반응한 것이다. 사이비 집단이 실패와 모순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유지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집단 내부의 논리는 외부의 반증을 오히려 박해의 증거로 재해석하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으며, 이 구조 속에서 구성원은 모순을 경험할수록 집단에 더 깊이 뿌리내리게 된다.
현대 사회는 이러한 문제에 새로운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유사 공동체 형성의 장벽을 극적으로 낮췄다. 과거에는 물리적 공간과 조직적 자원이 필요했던 집단 형성이 이제는 단톡방 하나, 유튜브 채널 하나로 가능해졌다. 알고리즘은 특정 세계관을 반복적으로 노출시켜 확증 편향을 심화시키고, 고립된 개인은 그렇게 형성된 온라인 공동체에서 소속감을 채운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비대면 생활은 사회적 고립을 전례 없이 심화시켰고, 이는 사이비 집단에 가장 비옥한 토양이 되었다. 실제로 팬데믹 이후 국내외에서 온라인 기반의 유사 집단 피해 신고가 증가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대학생 세대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이 시기는 사이비 집단의 접근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연령대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처음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구성해야 하는 시기, 취업 불안과 관계 단절, 성취 압박이 중첩되는 이 시기의 청년은 심리적으로 극도로 불안정한 전환기를 통과하고 있다. 대학 캠퍼스 주변에서 동아리나 스터디 모집을 가장한 접근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우리는 이것을 남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학교 선후배의 권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친절한 사람, SNS를 통해 접근해온 비슷한 고민을 가진 누군가, 이 모든 것이 사이비 집단의 진입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비판적 사고 교육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앞서 살펴보았듯 사이비의 문제는 지식의 결핍이 아니라 정서적 공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고학력자, 지식인, 심지어 심리학을 공부한 사람조차 취약한 시기에는 이 구조에서 자유롭지 않다. 진짜 해결책은 사회적 공동체성의 회복에 있다. 사람들이 정서적 필요를 건강한 관계 안에서 충족할 수 있을 때, 사이비 집단이 파고들 틈은 비로소 좁아진다. 제도적으로는 피해 상담 창구의 확대와 탈퇴 지원 시스템의 정비가 필요하며, 사이비 집단의 초기 식별 기준을 교육과정 안에 포함시키는 것도 검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사이비 피해자를 향한 사회의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왜 그걸 믿었냐"는 조롱과 "그러니까 멍청하다"는 낙인은 심리적 기제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며, 피해자의 회복을 방해하고 또 다른 피해자의 침묵을 강화한다. 부끄러워야 할 것은 속은 사람이 아니라 인간의 가장 취약한 순간을 착취한 집단이다. 그리고 그러한 집단이 반복적으로 생겨날 수 있는 사회적 구조에 충분히 질문을 던지지 않은 우리 모두이기도 하다.
사이비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필요, 즉 소속과 의미와 확실성을 정확히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간의 약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연결과 의미를 향한 인간의 가장 보편적이고 존엄한 욕구이기도 하다. 사이비를 없애려면 그것이 파고드는 공백을 먼저 직시해야 한다. 우리가 그 공백을 건강하게 채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결국 가장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예방책이다.
※ 참고문헌
1)김미경. (2022). 디지털 플랫폼의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의 개인화 지각이 이용태도에 미치는 영향: 허위합의, 지각된 위험, 지각된 편향의 매개효과. 언론과학연구, 22(2), 196-231.
2)노승현 and 조아미. (2011). 대학생의 도덕적 이탈 및 자아정체감이 사이버 일탈에 미치는 영향. 청소년문화포럼, 28, 33-55.
3)노연상. (2021). 사이비 종교범죄의 현황과 대책. 인문사회과학연구, 29(2), 36-59.
4)윤상연, 서신화, 김현정 and 허태균. (2013). 인지부조화의 발생에서 문화 차이의 의미:태도 중요도의 역할. 한국심리학회지: 문화 및 사회문제, 19(1), 69-86.
5)윤초희. (2016). 국내외 비판적 사고교육 효과연구 고찰: 쟁점과 향후 연구과제. 아시아교육연구, 17(4), 1-35.
6)이완수. (2021). 코로나19 “인포데믹” 현상에 대한 이론적 고찰 : 커뮤니케이션학과 행동과학의 통합 적용. 커뮤니케이션 이론, 17(3), 306-375. 10.20879/ct.2021.17.3.306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12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