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 당신의 팀에 ‘악마‘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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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 당신의 팀에 '악마'가 필요한 이유 - 팀을 살리는 ‘과업 갈등’, 팀을 망치는 ‘관계 갈등’ - 반대 의견이 환영받는 조직의 비밀, 심리적 안전감 - 비난이 아닌 비판으로, 작업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
  • 기사등록 2026-03-20 09: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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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예원(happymind0904@gmail.com)]


가장 연장자이자 높은 직급의 선배가 기획안을 발표했을 때 팀원이 허점을 지적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 없거나 그런 경험이 굉장히 적을 것이다.

 

 


'지금 반대하면 분위기가 싸해질 것 같아...'

'괜히 태클 걸어서 사회성 없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아...'

 

대다수의 팀원은 선뜻 입을 열지 않는다. 이는 대학교 조별 모임 과정 또는 회사 등 다양한 사회 조직 속 흔한 풍경이다. 하지만 사회성을 챙기겠다고 한 침묵은 결국 조직을 실패로 끌고 간다.

 


왜 “NO”를 외치지 못할까?


 


우리는 사회에서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을 흔히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사람’으로 낙인찍는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인간의 본능적인 동조 압력에서 기인한다.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의 동조 실험은 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명백히 길이가 다른 선분을 보여주고 같은 것을 택하라고 했을 때 앞선 사람이 오답을 말하면 뒷사람은 똑같이 오답을 택한다. 애쉬는 이러한 비율이 전체의 37%나 달성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인간의 본능적인 동조 압력에 관해 설명한다.

 

이러한 동조 심리는 관계 중심적이고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의 조직 문화 안에서 특히 강하게 작용한다. 한국의 조직 문화 안에서 다수의 의견에 반기를 드는 것은 개인의 평판을 대놓고 깎겠다는 도발로 보인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걸어간다면 결국 그 집단은 집단 사고의 함정에 빠질 것이다.

 

집단 사고는 응집력이 강한 집단이 갈등을 줄이기 위해 비판적인 검토 과정을 생략하고 합의에만 집중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결국 이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소수의 의견을 생략하며 조직 전체를 망치게 된다.



이러한 집단 사고의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 바로 ‘악마의 변호인’이다. 이 역할은 16세기 가톨릭 교회에서 성인 추대 심사에서 활용하면서 시작되었다. 악마의 변호인은 의도적으로 비판과 반론을 제기한다. 이때 그들은 감정적인 이유로 모든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닌, 의식적으로 이 역할을 맡는다. 

 

악마의 변호인이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동조 심리가 주는 압박감으로부터 억압된 개인의 소신을 꺼내기 위해서다. 집단에서 단 한 명의 반대자만 존재해도 나머지 구성원들은 자신의 소신을 밝힐 용기를 얻는다. 이는 다수의 의견에 묻혀있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보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둘째로 반대 의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결과물의 취약점이 보완되고 정확성이 증가한다. 누군가 나의 논리에 반문을 제기한다면 나는 그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더 치밀한 근거를 찾고 상황을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즉, 결과적으로 악마의 변호인과의 논쟁은 기존 계획을 더 단단하고 정교하게 다듬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의견 갈등으로부터 생기는 오해의 감정을 다스리는 법


 


우리는 반대 의견을 내는 악마의 변호인 행위를 공격과 위험 신호로 오해하곤 한다. 하지만 심리학에서는 팀 갈등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 업무 내용에 대해 논쟁하는 ‘과업 갈등’과 개인적인 감정이 섞인 ‘관계 갈등’이다. 건강한 조직은 관계 갈등은 낮고 과업 갈등이 높다. 반면 소통이 막힌 조직은 과업 갈등이 낮고 관계 갈등이 높은 양상을 보인다. 악마의 변호인은 이 갈등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과업 갈등에서 관계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아주기 위해서는 하버드 에이미 에드먼드슨 교수가 강조한 심리적 안전감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내가 반대 의견을 내거나 실수를 인정해도 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과업 갈등에서 관계 갈등으로 번지는 상황을 막아줄 수 있다. 이러한 믿음의 상징이 바로 악마의 변호인이다. 악마의 변호인은 인신공격이 아닌 업무의 일환으로 의도적인 비판을 수행한다. 따라서 상대는 감정에 상처를 받지 않고, 본인의 작업을 돌아볼 기회를 얻는다.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

 

개인이 자발적으로 악마의 변호인이 되기에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여전히 불편하다. 따라서 조직적 차원의 장치가 필요하다.

 

악마의 변호인을 지정해서 비판을 받는 것도 좋지만 비판을 얻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예로 ‘10번째 인간’ 규칙이 있다. 이는 9명이 찬성하면 10번째 사람은 반드시 반대의 논리를 펼쳐야 하는 규칙이다. 이러한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비판이 개인의 감정 섞인 말이 아닌 직무임을 다시 한번 명시한다. 

 

악마의 변호인과 10번째 인간 규칙은 개인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조직을 혹독하게 검증하는 선의의 비판자를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침묵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급변하는 21세기 환경에서 조직은 더 이상 한 명의 리더에게 의지하지 않는다. 21세기 팀의 성공 요인은 구성원 각자가 가진 비판적 사고를 얼마나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악마의 변호인은 단순히 반대를 일삼는 존재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조직이 집단 사고에 빠지는 것을 막는 브레이크 역할과 의사 결정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점검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갈등 없는 사회를 이상적인 사회로 보지 않는다. 건강한 조직일수록 “아니요”라는 목소리가 더 크게 울려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조직의 평화를 깨는 소음이 아닌, 더 좋은 결과로 나아가게 하는 건설적인 울림인 것이다.


<출처>

http://www.kocw.net/home/cview.do?cid=e66d928f824a2026 서강대학교 조긍호 교수, 사회심리학 동조 현상 강의 내용 중, 2014

https://kiss-kstudy-com.libproxy.hansung.ac.kr/Detail/Ar?key=3438401 김호인,김훈태,손영우, ‘Big Data로 들여다본 집단지성과 집단사고의 차이’, POSRI 보고서, 2016

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2103353 박준기,이혜정 (2016). 스타트업 팀워크와 성과: 과업 갈등과 관계 갈등의 영향을 중심으로. 벤처창업연구, 11(2), 101 - 111.

에이미 에드먼슨, 『두려움 없는 조직』, 최윤영 옮김, 다산북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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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많은 팀이 갈등을 회피하려고만 하다가 오히려 관계 갈등의 늪에 빠지곤 합니다. 비판이 비난이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심리적 안전감과 악마의 변호인의 역할을 심리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풀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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