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언지
[한국심리학신문=임언지(alice6472@naver.com)]

휴대폰 앨범 속 여행 사진, 합격 소식을 알리는 게시물, 예쁜 카페에서 친구들과 웃고 있는 사진을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올리고 ‘좋아요’ 알림이 울리는 순간은 분명 기분 좋은 경험이다. 그러나 휴대폰을 내려놓는 순간, 이유 모를 초조함이 따라오는 경우가 있다.
분명 행복한 순간을 공유했는데, 왜 마음은 더 불안해질까. 이 감정은 단순한 SNS 중독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제시(self-presentation)’와 ‘자아 불일치(self-discrepancy)’라는 심리적 구조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왜 ‘행복한 나’를 연출하는가
SNS는 더 이상 개인의 기록장이 아니다. 그것은 타인의 시선을 전제로 한 ‘무대’에 가깝다. 우리는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기보다, 평가받을 자아를 편집해 게시한다. 이는 타인에게 특정한 인상을 남기고자 하는 자기 제시 동기와 인상 관리의 과정에서 비롯된다.
Goffman의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사회적 상황에서 자신을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인물로 보이도록 연출한다. SNS는 이러한 연출이 극대화되는 공간이다. 실제로 국내 연구에서도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은 약점이나 불리한 모습은 배제하고 긍정적인 이미지 위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자기 증진 욕구와 사회적 승인 욕구가 SNS 이용 동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다.
결국 우리는 단지 행복해서 게시물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행복해 보이는 나’를 관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 게시물은 기록이 아니라 ‘평가를 전제로 한 결과물’이 된다.

게시물이 올라가는 순간부터 불안이 시작되는 이유는 자아 불일치와 조건부 자아존중감에서 찾을 수 있다.
자아 불일치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실제 자아(actual self), 이상적 자아(ideal self), 그리고 타인이 기대한다고 여기는 자아(ought self)를 동시에 지닌다. SNS는 이상적 자아를 과장해 보여주기 쉬운 환경이다. 게시물 속 ‘행복한 나’는 편집되고 보정된 이상적 자아에 가깝다. 반면 일상을 살아가는 실제 자아는 여전히 불완전하다. 이 간극이 클수록 불안과 공허감은 커질 수 있다.
이혜연, 김종남(2023)의 논문에서는 SNS 상의 자기 제시 수준이 높을수록 실제 자아와의 불일치가 증가하고, 이는 불안과 우울을 매개한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또한 실제 자아와 SNS 자아 간의 불일치는 사회적 고립감과 삶의 만족도 저하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조건부 자아존중감이 더해지면 불안은 더욱 강화된다. 조건부 자아존중감은 자신의 가치가 외부 평가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을 의미한다. ‘좋아요’ 수나 댓글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가치의 하락으로 해석되기 쉽다. 인스타그램 이용자의 조건부 자아존중감이 높을수록 우울 경험이 높게 나타났다는 국내 연구 결과는 이러한 경향을 뒷받침한다.
즉, 게시물을 올리는 순간 우리는 단지 사진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외부 반응에 맡기는 상태에 들어가는 셈이다.
게시물 업로드 이후 반복적으로 SNS를 확인하는 행동 역시 심리적으로 설명 가능하다. ‘좋아요’는 일정하게 도착하지 않는다. 이 불규칙성은 간헐적 강화 구조와 유사하다. 보상이 언제 올지 예측하기 어려울수록 행동은 더 반복된다. 이러한 보상 예측 오류는 사용자가 SNS를 더 자주 확인하도록 만든다.
이지현(2023)에 따르면, 자기 제시 동기와 소외감이 SNS 중독 경향성과 정적인 상관을 보였으며 완벽주의적 자기 제시 성향이 사회불안을 매개하여 SNS 사용 문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행복한 게시물’은 아이러니하게도 불안을 줄이는 장치가 아니라, 불안을 점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SNS는 해로운 공간일까. 단정할 수는 없다. SNS는 연결감을 제공하고 일상을 기록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유용한 도구이기도 하다. 다만 문제는 자기 가치의 기준이 외부 반응으로 이동하는 순간 발생한다.
수동적 비교 중심의 SNS 사용은 정서 저하와 관련이 있지만, 능동적 소통과 진정성 있는 상호작용은 오히려 긍정적 안녕감과 연결된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이는 SNS 자체가 아니라, 사용 방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보이는 나와 살아가는 나
나는 그날 올린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사실은 ‘이 웃음이 충분히 좋아 보일까’를 걱정하고 있었다. 불안의 시작은 타인과의 비교가 아니라 ‘보이는 나’와 ‘살아가는 나’ 사이의 간극이 커지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SNS는 본질적으로 나쁜 도구가 아니다. 다만 그것이 행복을 증명하는 무대가 될 때 우리는 쉽게 흔들린다. 평가받기 위해 게시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순간을 나누는 태도를 선택한다면 SNS는 불안을 키우는 공간이 아니라 관계를 확장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행복은 증명할 대상이 아니라, 경험하고 공유할 대상이다.
* 참고 문헌
1) 김연주. (2019). SNS상의 나의 모습은 삶의 행복을 주는가?: SNS 내 과시적 자기표현과 삶의 만족도의 관계. 한국언론학보, 63(1), 89–118.
2) 이지현. (2023). 완벽주의적 자기제시가 SNS 중독경향성에 미치는 영향: 사회불안의 매개효과와 기본심리욕구의 매개된 조절효과.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35(2), 123–145.
3) 이병관, 문영숙, 윤태용, 이진균, 정지나, 노환호, & 임혜빈. (2020). 인스타그램 이용 행태에 관한 탐색적 연구: 인스타그램 이용동기와 성격 5요인(Big 5)의 구조적 관계를 중심으로. 한국HCI학회 논문지, 15(3), 13–22.
4) 이혜연, 김종남. (2023). 자기제시동기와 자기제시기대가 사회불안에 미치는 영향: 긍정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과 긍정적 사건에 대한 부정적 해석의 순차적 매개효과. 인문사회, 14(1), 2919–2934.
5) 정수정. (2020). 성인의 자존감 유형에 따른 SNS 이용동기와 중독경향성 간 차이: 인스타그램 이용자를 중심으로.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 20(9), 211–223.
6) 조성심. (2023). 인스타그램 이용자의 조건부 자아존중감과 우울과의 관계: 자기개념 명확성과 상향 비교의 순차적 매개효과. 한국심리학회지: 건강, 28(3), 451–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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