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용
[한국심리학신문=박성용 ]

코스피 6000 시대의 집단 환호
불과 1년 전만 해도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을 두고 “국장은 답이 없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저성장, 기업 지배구조, 정치 리스크, 인구 감소. 한국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는 분석이 쏟아졌다. 해외 주식이 대안처럼 여겨졌고, 국내 투자자는 시대에 뒤처진 사람처럼 묘사되기도 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코스피가 6000선을 돌파하고 연간 40% 이상 상승하자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같은 시장을 두고 “역시 한국은 저력이 있다”, “이제는 새로운 국면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시장 자체가 1년 사이에 본질적으로 변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의 해석이 변한 것일까.
결과가 나온 뒤 우리는 그것이 처음부터 예측 가능했다고 믿는다. 상승이 나타나면, 과거의 비관론은 과장된 것으로 기억된다. 반대로 하락장이 오면 과거의 낙관론은 무모한 집단 광기로 재해석된다.
문제는 시장이 아니라, 기억의 방향성이다. 기억은 현재의 감정에 맞춰 재구성된다.
군집 환호의 심리
코스피 6000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지표가 아니다. 상징이다. 상징은 감정을 자극한다. 언론 헤드라인, 온라인 커뮤니티, 투자 유튜브, SNS 인증 게시물은 집단적 분위기를 만든다.
상승이 지속될수록 사람들은 질문을 바꾼다.
“위험하지 않을까?”가 아니라 “지금 안 들어가면 늦는 것 아닐까?”로.
이것이 FOMO(Fear of Missing Out), 즉 ‘소외 공포’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집단에서 뒤처지는 것을 불안해한다. 진화심리학적으로 집단에서 배제되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도 같은 기제가 작동한다. 주변에서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위험은 작게 느껴지고 기회는 크게 보인다.
상승장이 길어질수록 위험 인식은 둔감해진다. 변동성은 ‘건강한 조정’으로 불리고, 경고 신호는 ‘일시적 노이즈’로 해석된다.
특정 주식은 왜 영원히 우월할 수 없는가
상승장에서는 특정 산업, 특정 테마, 특정 종목이 마치 시대의 필연처럼 보인다. “이 산업은 구조적으로 성장한다”는 말이 반복되고, 최근 3~5년 성과가 장기 추세로 오인된다.
하지만 이는 대표성 휴리스틱의 오류다. 사람들은 짧은 표본을 전체 경향으로 일반화한다. 최근 성과가 좋았다는 이유만으로 본질적 우월성을 부여한다.
자본시장은 경쟁 구조다. 특정 주식이 장기간 우월한 수익을 낸다면, 자금은 그곳으로 몰리고 가격은 상승한다. 가격이 상승할수록 기대 수익률은 낮아진다. 결국 초과 수익은 점차 소멸된다.
영원히 이기는 자산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도덕적 이유가 아니라 시장 구조적 이유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우리는 승자의 서사를 사랑한다. 성공 사례는 강렬하게 각인되지만, 수많은 실패 사례는 기억되지 않는다. 우리는 살아남은 사례만 보고 법칙을 만든다.
특정 정당은 왜 장기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가
시장 상승이 특정 정부, 특정 정당의 성과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하락장은 정권 실패의 증거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장기 데이터는 정치 권력이 주식시장 방향을 일관되게 결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치적 편향은 투자 판단을 왜곡한다. 자신의 이념과 일치하는 정권에서는 낙관적으로, 반대 정권에서는 비관적으로 시장을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은 자신의 신념을 지지하는 정보만 수집하고, 반대 정보는 과소평가한다.
이데올로기에 눈이 멀면 데이터를 놓친다. 시장 신호가 아니라 정치적 감정에 반응하게 된다. 정권은 바뀌고, 정책은 수정되며, 글로벌 환경은 끊임없이 변한다. 단일 정치 세력이 장기적으로 매년 수익을 보장할 수 없는 이유는 경제가 복합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성장률, 금리, 환율, 기업 혁신, 국제 정세 등 수많은 요인이 상호작용한다.
단순한 원인-결과 구조로 설명하기에는 시장은 너무 복잡하다.
환호는 왜 오래가지 않는가
집단 환호의 특징은 영속성이 아니라 순환성이다. 공포가 과도해지면 반등이 시작되고, 낙관이 과도해지면 조정이 찾아온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평균 회귀와 연결해 설명하기도 한다. 감정이 극단으로 치달을수록, 이후 반대 방향의 움직임 가능성은 커진다. 물론 타이밍을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극단적 확신이 항상 위험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이다.
1년 전 “국장에 투자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는 말이 과도한 일반화였다면, 지금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라는 환호 역시 비슷한 심리 구조 위에 서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반복되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감정이다
시장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그러나 더 정확히 말하면, 반복되는 것은 인간의 감정 패턴이다.
비관이 과도해질 때 사람들은 구조적 붕괴를 말하고, 낙관이 과도해질 때 사람들은 영원한 성장 서사를 만든다. 그 사이에서 기억은 선택적으로 편집되고, 과거는 현재 감정에 맞춰 재해석된다.
특정 주식이 매년 돈을 벌 수 없는 이유는 경쟁 때문이다. 특정 정당이 매년 수익을 보장할 수 없는 이유는 복잡성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믿는 이유는 심리적 편향 때문이다. 코스피 6000은 숫자다. 그러나 그 숫자 위에 덧씌워진 의미는 우리의 감정이 만든 이야기일지 모른다.
언젠가 환호는 잦아들 것이다. 그때 우리는 또다시 말할지도 모른다.
“그때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던 것 같다.”
시장보다 더 빠르게 흔들리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우리의 확신이다.
*참고문헌*
하워드 막스,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Mastering the Market Cycle)』, 이건 옮김, 비즈니스북스, 2019.
피터 번스타인, 『투자 아이디어의 역사(Against the Gods: The Remarkable Story of Risk)』, 김홍식 옮김, 청림출판, 1998.
로버트 쉴러,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이강국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015.
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 이창신 옮김, 김영사, 2012.
리처드 탈러, 『넛지(Nudge)』, 안진환 옮김, 리더스북,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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