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채린
[한국심리학신문=백채린(qorcofls1028@naver.com) ]
"아무도 너한테 관심 없어"라는 말의 절반
"아무도 너한테 신경 안 써." 튀는 옷을 입고 싶을 때, 새로운 선택 앞에서 주저할 때 남의 눈치를 보지 말라는 뜻으로 따라붙는 충고이자 일종의 위로다. 이 말은 우리의 부담을 덜어주고 걱정을 무색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문장이 위안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완전히 사실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실제보다 크게 느끼지만, 동시에 서로에게 많은 관심을 쏟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길을 걷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의 체형, 옷차림, 표정에 대해 무심코 판단을 내리는 일은 낯설지 않다. "왜 저런 옷을 입었지", "너무 마른 것 같은데", "되게 튄다"와 같은 말은 일상적인 농담처럼 소비되지만, 분명한 관찰이자 평가이다.
우리는 왜 시선을 신경 쓰고 과대평가하는가
사회심리학에서 사람들이 자신이 타인에게 얼마나 주목받고 있는지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스포트라이트 효과(spotlight effect)'라고 설명한다. 마치 무대 위 조명이 나만 비추고 있다고 느끼지만, 실제로 타인의 관심은 그보다 훨씬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삶에 집중하느라 타인의 실수나 외모를 크게 신경 쓰지도, 오래 기억하지도 않는다. 이 이론만 보 "역시 아무도 신경 안 쓰네"라는 말이 맞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타인의 평가를 통해 자신을 확인하려는 심리를 지닌다. 이혜진 상담심리학자의 인터뷰에 따르면, 사람에겐 남의 평가를 통해 스스로를 규정지으려는 심리가 내재한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관심이 클수록 평판에 신경 쓰게 된다. 주변인을 궁금해하고, 또 주변 사람에 의한 나의 평가 역시 궁금해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남들이 너를 어떻게 보든 신경 쓰지 말라"는 조언은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되어주지 못한다. 평판에 대한 두려움이 클수록 타인의 반응을 통해 안전을 점검하고 대비하려는 경향은 더 강해진다. 평판을 궁금해할수록 남들의 시선에 지배당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자아에 대한 확신이 약해지고 평판에 대한 궁금증과 불안이 거대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결국 "신경 쓰지 마"라는 조언은 이 심리적 구조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말일 수 있다.
우리는 분명히 타인을 논한다.
그러나 스포트라이트 효과가 존재한다고 해서, 타인의 관심이 완전히 환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타인의 학력, 직장, 외모, 연애사, 소비 방식을 비교하고 논한다. 인간은 본능적인 사회적 감시자로서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평가하는 관심이 존재하나, 핵심은 그 관심이 그리 깊지는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스쳐 지나가는 타인을 오래 기억하지는 않지만, 순간적으로는 아주 쉽게 평가한다. 이러한 즉각적 평가는 우연이 아니다. 이중 처리 이론(Dual Process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일상적 상황에서 자동적이고 직관적인 '시스템 1'을 통해 타인을 빠르게 판단한다. 즉, 깊이 숙고하지는 않지만, 빠르게 분류하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비교적 동질성과 규범의식이 강한 문화적 특징을 지닌 한국 사회에서 평균을 벗어난 모습은 쉽게 눈에 띄고 평가의 대상이 된다. 사회적 감시는 생활방식의 영역으로 진입해, 일상 대화의 자연스러운 화제가 되었다.
사회는 결코 무관심 하지 않다.
AI 생성 이미지우리는 타인에게 쉽게 관심을 두고, 타인을 쉽게 입에 올린다. 그 가벼운 관심이 무거운 흔적으로 남아 누군가의 마음속에는 상처와 불안으로 축적된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과대평가하지만 동시에 서로를 관찰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지속적인 관심은 아니지만 즉각적인 판단은 빈번하다. 이 미묘한 간극이 불안을 낳는다. 기억되지 않더라도 평가당했다는 느낌은 남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는 남을 본다. 그리고 동시에 남이 나를 보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 상호 감시가 내면화되고 순간의 시선들이 축적되어 우리는 오늘도 옷을 고르고, 말을 고르고, SNS에 게시할 사진을 고른다.
부정이 아니라, 다루는 법
타인의 시선에 주의가 집중되면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나의 경험과 가치관을 불신하고 무시하게 되고, 나의 진실에 귀 기울이려는 시도를 포기하게 된다. 자신의 원천이 나 자체임을 망각하게 된다. 그 누구보다 내가 나를 잘 안다는 믿음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나의 전부를 규정하도록 두지 않는 태도다. 우리는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무엇을 흘려보낼지를 선택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나는 평범한 사람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특이한 인상의 소유자일 수 있다. 지나가는 타인의 단편적인 평가는 온전한 나의 모습이자 본질을 대변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우리를 오래 보지는 않지만 순간적으로는 분명하게 본다. 그 사실을 인정하되, 그 순간의 평가가 나의 중심을 흔들지 않도록 하는 것. 무관심을 전제로 한 위로보다, 관심의 존재 인정하는 태도. 어쩌면 그것이 끊임없는 관찰과 평가의 사회에서 불안을 덜 수 있는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나의 원천과 확신의 길은 여전히 나에게 있다.
참고문헌
1) Gilovich, T., Medvec, V. H., & Savitsky, K. (2000). The spotlight effect in social judgment: An egocentric bias in estimates of the salience of one's own actions and appearan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8(2), 211-222.
2) 김동창. (2019). 이중처리이론과 현대도덕 심리학. 초등도덕교육, 66, 213-241.
3) 강평원. & 설선혜, & 최인철. (2011). 이성간 인상 형성에서 일어나는 단편 판단 (Thin-slice Judgement)의 성차.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25(3), 61-76
4) YTN사이언스. (2023년 2월 7일). [한길사람 속은] 다른 사람들의 평판을 신경 쓰는 심리는? https://science.ytn.co.kr/program/view.php?mcd=0082&key=202302071720193364
5) Colier, N. (2023). 「나는 왜 나보다 남을 더 신경쓸까?」 정지현 역.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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