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지루함을 무시하지 말라!” 지루함이 우리에게 준 선물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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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함형진(zzxxiop123@naver.com)]


“다시는 지루함을 무시하지 말라!” 지루함이 우리에게 준 선물들에 대하여


출처: Pixabay

일상에서 만나는 지루함


다들 어렸을 적에 혼자 가만히 앉아서 주변을 관찰한 적이 있을 것이다. 당시에 스마트폰과 같이 어디든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없었기에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에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곤 했다. 필자에게 그 시간은 분명 지루한 시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끝이 없는 상상력으로 수많은 것들을 연결하며 순수한 시간을 보낸 것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반면 요즘은 단 한 줌의 지루함도 허용하지 않는 시대처럼 다가온다. 보통 지하철을 타는 동안,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 심지어 친구들과 있는 시간에서도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보면서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것들을 즐기고 있다. 이처럼 지루함을 없애줄 요소가 즐비해진 시대이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는 지루함에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 긴 시간을 집중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그렇게 하고 싶은 욕구조차 약해질 수밖에 없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또 되풀이되듯이 지루함을 경험하게 된다. 일상에서 ‘지루하다’라는 표현이 부정적인 의미에서 자주 사용되다 보니깐 지루함이 그저 부정적으로 다가오는 듯 보인다. 실제로 지루함이 외집단 차별과 같은 반사회적 행동의 촉발제로 작용한다는 연구들도 있기에 부정 정서가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해석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스마트폰을 통해 손가락으로 간단히 지루함을 해소할 수 있다고 믿으며 얼른 지루함으로부터 회피하고자 한다. 그러나 실제로 지루함은 부정 정서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보다 훨씬 더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정서임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지금은 지루함이 그동안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참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지루함이란?


우리는 일상에서 지루하다는 말을 자주 사용하지만, 정작 지루함의 정의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고 있지 않다. 현대에서 지루함은 '무언가를 원하지만, 만족스러운 활동에 참여할 수 없어서 아쉽고 불편한 마음'이라고 정의한다. 다시 말해서, 지루함은 그저 따분한 수준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 능력을 발휘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어서 그 어떤 것에도 몰입할 수 없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지루함이 느껴질 때의 기본적으로 나타나는 두 가지의 메커니즘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욕망의 난제에 사로잡힐 때이며, 이때 우리는 무언가를 하고 싶으면서 동시에 아무것도 하기 싫기에 지루함을 경험한다. 이런 순간에는 지루함을 극복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구를 품기 힘들다고 한다. 두 번째로 정신 능력을 사용하지 않을 때 우리는 지루함을 느낀다. 지루함은 정신이 쓰이지 않을 때 느껴지는 감정인데, 그렇다면 정신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특정한 순간에 얼마만큼의 정신 능력이 사용하는가를 결정하는 두 요인이 있다. 하나는 특정 활동이 얼마나 많은 정신 능력을 요구하는지를 다루며, 또 다른 하나는 그 활동을 위해 얼마나 많은 정신 능력을 할애하는지를 다룬다. 어른이 초등학교 수학 문제를 푸는 것처럼 쉬운 과제를 반복한다면 우리는 지루함을 경험한다. 반면 너무 과제가 어렵거나 복잡하면 집중할 수 없기에 지루함을 경험하게 된다. 이 두 가지의 메커니즘은 서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이는 하나의 메커니즘이 다른 하나의 메커니즘을 강화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지루함을 구성하는 네 가지의 주요 요소가 있다. 첫 번째로 지루할 때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느껴진다. 몰두할 대상의 부재 속에서 우리는 그저 흘러가는 시간만 뒤쫓아간다. 우리가 지루함을 느끼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우리가 딱히 할 일이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가 수업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다. 시계를 계속 보지만 이때만큼은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을 경험한다. 이처럼 우리는 지루할 때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두 번째로 지루할 때 우리는 집중하려는 안간힘을 발휘하곤 한다. 회의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면, 단조로운 환경이며 동시에 그리 원하는 일이 아닐 때 주의력이 떨어지면서 지루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일에 집중해야 함을 알기에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집중이 잘 안되는 것을 경험한다. 세 번째로 우리는 지루하면 무슨 일을 해도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우리 마음을 매료시키지 못하고 흥미도 없는 활동에 대개 가치를 못 느낀다. 이때 우리는 몸으로는 활동에 참여하고 있지만 정신은 본인의 귀한 시간이 낭비되고 있음을 느끼며 활동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설문조사를 할 때 문항 수가 많고, 이 조사의 의미도 느끼지 않는다면 심사숙고하여 답하기보다는 빨리 끝내고 싶어 신속하게 답하는 모습이 주로 관찰되는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지루함은 무기력과 초조함과 결합한다. 지루할 때 우리는 에너지 수준이 엉망이 되는 경향이 있다. 지루할 때 무언가를 해야 하지만 동시에 그 무엇도 하기 싫음이 반복되기에 여전히 침대에서 스마트폰만 보면서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지루함의 구성요소를 살펴보면, 지루함을 경험하는 것은 우리에게 그리 유익을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정말 지루함은 좋지 않은 감정일까? 


창의성이 만개하는 순간


지루함의 구성요소를 본다면, 그리고 우리가 그동안 경험한 지루함을 떠올린다면 지루함은 우리의 생산성과 삶을 무너뜨리는 존재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심리학 연구들은 지루함을 통해 창의성이 피어남을 시사하고 있다. 지루함과 창의성이 연관되어 있음을 말한 대표적인 연구는 영국의 심리학자 샌디 만과 레베카 캐드먼이 진행한 심리학 연구였다. 해당 연구에서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전화번호부의 숫자를 반복하여 베껴 쓰는 작업을 진행시켰다. 단순하며 반복적인 작업은 지루함을 유발하는 조건인데, 해당 작업을 통해 참가자들이 지루한 상태에 놓이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후 참가자들에게 종이컵의 새로운 활용법을 최대한 많이 떠올리도록 요청했다. 실험 결과는 지루한 과제를 수행했던 집단이 아무 과제도 하지 않은 집단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이다. 해당 연구에서 연구진들은 지루함이 사람의 마음을 외부의 자극에서 벗어나게 하여 내부의 세계를 이동시킨다고 말하며, 이를 통해 상상력과 연상 능력을 활성화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후 지루함과 창의성을 다룬 연구들 또한 지루함이 창의성을 촉진한다고 주장한다. 


뇌과학 연구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인 ‘기본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는 공상, 자전적 기억, 미래 상상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는 대개 멍때리는 시간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경험들이 연결되면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시간인 것이다. 과제를 하는 도중에 아이디어나 해결책을 생각하지 못했으나 산책하는 동안,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안에 불현듯이 떠오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많은 작업을 수행하는 동안 뇌는 외부에서 일어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에너지를 사용하지만, 지루함을 경험할 때는 새로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경향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몰두하고 싶으나 그러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는 새로운 창의성을 발현하여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존재임을 지루함이 알려주고 있다. 다만 우리에게 지루함이 그저 지루함처럼 다가오고 창의성을 새롭게 경험한 적이 적다면, 우리가 아직 지루함이 만들어주는 기회의 영역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해서 그럴 것이다. 

 

변화의 시작점


지루함은 하고 있는 일의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기보다는 무슨 일이든 충분히 몰두하고 있지 못함을 더 많이 알려준다. 우리가 지루하다는 것은 어딘가에 참여하고 싶은 욕구는 강하나 그 욕구가 충분히 충족되지 않기에 느껴지는 것이니 말이다. 하나의 비유를 들자면, 고통에 대해서 우리는 대개 상처를 입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러나 고통의 기능은 또 다른 행동이 필요함을 알리는 신호 역할이기도 하다. 우리는 뜨거운 물체를 만지면 고통을 호소하지만, 동시에 손을 바로 떼는 반사 행동을 한다.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에서 작용하는 우울, 불안, 지루함도 똑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행동을 이행해야 한다고. 

 

여기서 방향성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지루함의 신호를 정확히 파악했다면 다음 단계인 무엇을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해 폭력과 같은 자극적인 행동을 감행할 수도 있고, 혹은 독서와 운동과 같은 생산적인 행동에 참여할 수 있다. 여기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할 부분은 지루함의 되풀이는 충동과 중독성이 커지는 부적응 반응과 연결된다는 점이다.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소인 숏폼과 SNS를 지속적으로 경험하면 지루한 상태는 오히려 계속 이어진다. 마치 우리가 숏폼을 보면 일시적으로 지루함은 해소되지만 하루 종일 숏폼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시 말하여 우리가 지루함에 적응적으로 반응하기 위해서는 SNS와 숏폼과 같이 집중력을 깨뜨릴 만한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는 점이다. 요약하자면 우리가 지루함에 적응하지 못하면 지루함에 자주 빠지고, 거기로부터 나오는 것도 더 어려워진다. 또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힘들어지면서 지루함이 장기화가 된다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지루함에 바람직하게 반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루함이 던지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지루함은 지금 하는 일이 더 이상 흥미를 주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기존 목표를 상기시킨다. 어쩌면 기존 목표보다도 더 좋은 새로운 목표를 추구하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에 루이빌대학의 철학과 교수인 엘피도루는 ‘지루함이 보내는 독려’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우리가 지루함을 경험하는 순간이 없었다면, 인지능력을 활용하여 더 좋은 상황으로 가지도 못해 본인의 자원과 잠재력을 낭비했을 것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험프리 포터라는 사람의 직업은 증기기관의 대기압기관이 제대로 작용하기 위해서 정확한 시간에 밸브를 열고 닫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포터는 지루한 업무를 해소하기 위해서 대기압기관을 자동으로 작동하는 코드와 기어 체계를 공부했다. 다음과 같은 시도 끝에 그는 해당 장치를 발명했고, 이는 증기기관의 발달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포터는 세상의 흐름에 참여하고자 했으며, 이에 최선을 다하여 능력을 발휘하고자 했다. 이러한 성향을 보였던 그였기에 밸브 관리 작업이라는 단순 업무에서 지루함을 느꼈을 때 더 나은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지루함의 양날의 검과 같다. 지루함으로 인해 한없이 무력해질 수 있고, 지루함을 디딤돌로 삼아 더 좋은 곳으로 향할 수 있다. 지루함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질 뿐, 대답해 주지는 않는다. 지루함의 정의를 다시 상기시켜 보면, 지루함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세상에 참여하여 욕구와 능력을 발휘하라고 우리를 다독인다. 물론 지루한 순간에 우리는 통제력을 상실한 기분도 들고, 불평불만이 쉽게 입 밖으로 뱉어진다. 그러나 수동적으로 지루함을 대하는 것이 아닌 능동적으로 지루함에 대응할 때 우리 삶의 주도권이 회복됨을 분명히 이야기한다. 


지루함이 그리운 시간


오늘 알아본 내용처럼, 지루함은 부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메시지도 전달하는 복합적인 감정이다. 오늘의 가르침은 지루함을 그저 회피하기보다는 오히려 지루함을 즐길 줄 알아야 함을 강조한다. 과거의 필자는 지루함을 그저 시간이 아깝고 의미 없는 것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지루함이 주는 매력을 알고 나서부터 자발적으로 지루한 상황으로 들어가 보곤 한다. 과제를 하는 도중에 한 번씩 산책을 하거나 야외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순간에 불현듯 여러 생각들이 연결되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또한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멀어진 지루한 상황에서 혼자 사색하고 사유함을 통해 내면 깊숙이 잠재한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이처럼 분주하고 역동적인 삶일지라도 고요한 순간을 선택함을 통해 삶이 풍부해졌다. 필자가 오늘의 독자에게 건네고 싶은 말은 지루한 상황에 있더라도 지루함을 음미하며 새로운 변화에 함께 경험하자는 독려의 메시지이다. 


지루함의 참된 맛을 음미할 줄 알았던 과거가 그리워진다. 비록 시대적 상황이 지루함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도록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지루함을 만나러 갈 시간이다. 


 

1) 안유석. (2025년 12월 21일). 천천히, 불편하게 살 결심… ‘중독’을 끊는 첫 걸음. 헬스조선.
https://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25121903008

2) 김현유. (2025년 5월 2일). 1.5배속 시청 습관이 우리에 대해 말하는 것. 보그 코리아.
https://www.vogue.co.kr/2025/05/02/1-5배속-시청-습관이-우리에-대해-말하는-것/ 

3) Mann, S., & Cadman, R. (2014). Does being bored make us more creative? Creativity Research Journal, 26(2), 165–173. https://doi.org/10.1080/10400419.2014.901073

4) Raichle, M. E. (2015). The brain’s default mode network. Annual Review of Neuroscience, 38, 433–447. https://doi.org/10.1146/annurev-neuro-071013-014030

5) 댄커트, J., & 이스트우드, J. D. (2022). 지루함의 심리학: 지루함이 주는 놀라운 삶의 변화 (최이현 옮김). 비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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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3-14 16: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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