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준
[한국심리학신문=김시준 ]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환자는 2018년에 75만 2천976명에서 2024년 110만 6천744명으로 47% 늘었다고 한다. 이처럼 오늘날 우울증은 우리 곁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질환 중 하나이다. 그에 따라 우울증에 대한 우리의 지식도 깊어졌고 우울증에 대해 연구하거나 뇌과학을 깊게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도 우울증이 세르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어쩌다 인터넷에서 한번쯤은 보거나 들어보았을 것이다.
세르토닌이란?
그렇다면 세르토닌이 정확히 뭘까? 세로토닌(serotonin, 5-HT)은 뇌와 장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세르토닌은 그중에서도 기분, 수면, 식욕, 각성, 학습과 기억 등 매우 다양한 기능에 관여한다. 뇌 속 세르토닌 신호는 주로 뇌간 깊숙이 위치한 '솔기핵(raphe nuclei)'에서 출발해 감정과 인지를 담당하는 영역 전반으로 뻗어 나간다. 세르토닌은 한 신경세포에서 방출되어 시냅스(신경세포 사이의 틈)를 건너 다음 세포의 수용체에 결합하고, 신호를 전달한 뒤 다시 원래 세포로 회수된다. 이 회수 과정을 담당하는 단백질이 바로 세로토닌 운반체(SERT, serotonin transporter)다. 그리고 SSRI 항우울제(선택적 세르토닌 재흡수 억제제)는 바로 이 SERT를 차단함으로써 시냅스 안에 세로토닌이 더 오래 머물도록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세르토닌 역사
SSRI 계열의 항우울제가 등장하면서, 제약회사들은 1990년대부터 이 메시지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그 결과 지금은 일반 대중의 80% 이상이 우울증을 '화학적 불균형'으로 이해하고 많은 의사들도 환자에게 이 방식으로 설명하고, 건강 유튜브와 웹사이트들도 이 서사를 반복해서 재생산한다. 하지만 이는 충분히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다.
세르토닌과 우울증의 오해의 시작은 19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의사 에드워드 프라이스(Edward D. Freis)는 고혈압 치료제 레세르핀(reserpine)을 투여받은 환자 5명에서 수면 장애, 무쾌감증, 심지어 자살 충동 같은 우울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관찰했다. 레세르핀이 세로토닌을 포함한 모노아민 계열 신경전달물질을 고갈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연구자들은 자연스럽게 "세르토닌이 줄면 우울해진다"는 방향으로 생각을 모았다. 이후 1967년 영국의 정신과 의사 알렉 코펜(Alec Coppen)이 세로토닌의 전구체인 트립토판이 우울증 환자에게서 감소해 있다는 점, 그리고 MAO 억제제(항우울제의 초기 형태)의 효과가 세르토닌 활성 증가와 연관된다는 점을 묶어 공식적으로 '세르토닌 가설'을 제안했다. 이후 1987년 프로작(Prozac, 성분명 플루옥세틴)이 FDA 승인을 받아 출시되면서 이 가설은 폭발적으로 대중화됐다. SSRI가 우울증에 효과를 보이자, 제약회사들은 "세르토닌 부족 → 우울증 → SSRI로 보충"이라는 단순한 서사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이 추론에는 허점들이 있다. 먼저 약효 시간이 맞지 않는다. SSRI를 먹으면 SERT 차단은 몇 시간 내로 일어나는데 항우울 효과는 2-4주 후에 나타난다. 세르토닌만의 문제라면 세르토닌이 올라가는 순간 효과가 나타나야하는데 그렇지 않다. 또한 세르토닌만을 인위적으로 줄인다 해서 우울해지지 않는다. 만약 정말 세르토닌이 우울증의 큰 원인이라면 세르토닌을 인위적으로 줄이면 우울해져야하는데 Moncrief 연구팀의 실험에서는 세르토닌 원료를 차단한다고 해서 기분이 일관되게 낮아지지 않았다.
현대의 우울증
그렇다면 현재 연구자들은 우울증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먼저 삶의 맥락이 뇌를 바꾼다고 생각한다. 우울증 환자의 뇌 영상 연구들에서는 전전두엽, 편도체, 해마 등의 부피 감소와 이 영역들 사이의 연결 이상이 일관되게 관찰된다. 즉 우울증은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라, 뇌 회로 수준에서의 변화를 동반하는 것이다. 또한 현대 연구자들은 우울증을 세르토닌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 글루타메이트 같은 다른 신경전달물질들, 그리고 만성 염증 반응, 신경가소성 저하, HPA 축(스트레스 호르몬 시스템) 이상 등 복합적인 요인이 우울증과 연결된다. 실제로 SSRI와 전혀 다른 기전으로 작동하는 케타민(glutamate 수용체 차단제)이 빠른 항우울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도, 우울증이 세르토닌 하나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사람마다 우울증의 경로가 다르다는 것이다. 같은 우울증이라는 증상이라도 실제로는 매우 다양한 원인들이 존재하며 따라서 같은 진단을 받아도 필요한 도움의 방식이 다를 수 있다.
우울증 약만이 살길이 아니다
사실 세르토닌이 실제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지 아닌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고 세르토닌이 우울증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접근은 사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위 접근이 실제 회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우울을 '뇌 속 화학물질 결함'으로 이해한 사람들은 스스로 기분을 조절하거나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를 더 낮게 갖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그에 따라 약을 끊는 것에 대한 근거 없는 두려움이 생기고, 필요 이상으로 오래 복용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는 것이다.
물론 항우울제가 효과 없다는 말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항우울제는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다만 우울증 치료에 단순히 부족한 세르토닌을 보충하거나 약물만에 의지하는 것만이 선택지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우울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 후 먼저 심리치료를 진지하게 고려해보고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경우엔 전문가나 의료진과 함께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울은 결핍이 아니라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 신호를 단순히 세르토닌 탓, 자신이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거라는 등으로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고 좀 더 솔직하게 우리 자신들을 바라볼 때 진짜 우울증 치료가 시작될 것이다.
- Moncrieff, J., Cooper, R. E., Stockmann, T., Amendola, S., Hengartner, M. P., & Horowitz, M. A. (2023). The serotonin theory of depression: a systematic umbrella review of the evidence. Molecular Psychiatry, 28(8), 3243-3256.
- 정연. (2024. 05. 23). 우울증·조울증 환자 6년 새 47%↑…10세 미만서 2배·4배 급증. SBS 뉴스.
- Bremshey, S., Groß, J., Renken, K., & Masseck, O. A. (2024). The role of serotonin in depression-A historical roundup and future directions. Journal of Neurochemistry, 168(9), 1751-1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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