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옭아맬 때-자기비난과 대학생 우울감의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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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강미소 kmsan0407@naver.com]

‘대체 언제까지 해야 끝이 날까?’

 

대학생들은 고등학생 때부터 입시를 목표로 치열하게 달려왔다. 고생 끝에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도 장학생, 교환학생 등 제한된 기회를 성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을 경험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무한 경쟁의 굴레에 더해 청년 실업의 증가와 취업난까지, 대학생들이 겪는 심리적 문제는 이제 성장통이라고만 보기 어렵다. 특히 대학생들이 경험하는 우울은 유병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25년 『생활 속 질병·진료 행위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성별, 연령별 우울증 환자 중 20대가 204,709명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우울은 일시적인 슬픔부터 일상을 보내기 어렵게 할 정도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정서이다. 우울을 겪는 대학생들은 심리적 위축, 대인관계 문제, 식욕부진, 수면 장애 등의 증상을 호소하거나 우울이 심각한 정신병리 또는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울감이 단순히 환경의 영향뿐만이 아니라 성격 때문일 수 있다고?

대학생들의 우울 문제는 경쟁적인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뿐만이 아닌 개인의 특성 때문일 수도 있다. 즉, 개인이 우울감에 취약한 정도나 유무에 따라 우울의 발생과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험이 끝난 뒤 “나 시험 97점 맞았어... 왜 이렇게 못 봤지?”라는 말을 듣고 재수 없어 하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유독 자기 자신을 들들 볶으며 살거나 주변인들에게 쉽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모습의 원인은 우울 취약성이라는 개인의 특성 때문일 수도 있다. 이는 안정적이고 쉽게 변하지 않으며, 대표적인 우울 취약성에는 자기 비난과 의존성이 있다. 우울 취약성을 가진 사람은 남들보다 부정적인 정서에 시달리거나 우울감에 취약해지기 쉽다.  


나에게로 향하는 화살, 자기비난

자기 비난 성격을 가진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 성취 지향적이고 경쟁적이다. 하지만 이들의 내면에는 만성적으로 죄책감과 열등감을 가진 경우가 많다. 보통 사람들이 이루기 힘들 정도의 높은 목표와 기준을 부과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실패의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 이 과정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굳히게 된다. 또한, 타인의 비판이나 판단에도 예민하게 반응해 사회불안이나 섭식 장애, 자살 사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자기 비난이 높은 대학생은 실패나 실수하는 상황과 관련해 우울, 불안, 무능감, 당혹감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더욱 많이 경험한다. 대학 생활에서 활동하는 학점 관리, 어학연수, 자격증 등의 다양한 상황에서 본인이 설정한 엄격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이에 대한 원인을 자신으로 돌리기 때문이다. 결국 높은 성취를 강조하는 대학 생활로 인해 대학생 우울감에 더욱 취약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나를 옭아매어 끌어내리는 내적 속박감

만약 자기 비난적 성격특성을 가진 사람이 시험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떨어진 상황이라면 ‘시험에 떨어졌어, 난 진짜 아무것도 못 하는 구제 불능의 사람이야.’라는 자기 비난을 하기 쉽다. 이는 자신과 사회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정보처리 과정에서 실패를 자기 가치의 위협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자기 비난적인 사람은 ‘어차피 난 이런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야, 쓰레기니까.’ 같이 내면의 부정적인 사고나 감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 동기는 있다. 하지만 벗어날 수 없다고 여긴다. 이런 상태는 내적 속박감이라는 심리적 반응이다. 내적 속박감은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과 사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을 멈추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내적 속박감은 다양한 심리적 부적응 중에서도 특히 우울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각된 패배감 모델에 따르면, 누군가는 실패나 좌절을 경험했을 때 패배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자기 비난적인 사람들은 실패에 대한 패배감을 두려워하고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고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특성이 오히려 패배감을 고조시켜 내적 속박감을 증가시키게 될 수 있다.


끝나지 않는 도돌이표

자기 비난적인 성향 가진 대학생은 사소한 실수나 실패에도 쉽게 신경이 쓰이고, 자신에 대한 실망과 자책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해결하려는 위한 방안으로 반추를 사용한다. 반추란 자기 초점화된 역기능적 주의,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 상태에 대해 반복적으로 초점을 두는 생각과 행동을 의미한다. (김유미, 송미경. 2017) 한마디로 과거를 곱씹는 것이다. 이렇게 반추는 부정적 정서를 계속해서 반복하여 쉽게 정서 조절을 하기 어렵다. 그리고 개인이 경험한 부정적인 정서와 생각에 집중하여 불쾌한 경험, 문제를 회피하기 때문에 결국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위험한 점이 하나 있다. 반추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우울할 때 자동으로 반추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가 될 거라는 생각을 못 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비난과 같이 취약한 사람들은 내면의 아래에 자리 잡은 부정적인 사고가 자기 조절 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반추를 더 반복적으로 사용할 위험이 있다. 결과적으로, 자기 비난 성격특성을 가진 대학생은 내적 속박감을 가지고 있으며, 반추적 반응을 주로 사용해 우울을 더 많이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반추적 반응을 줄일 수 있는 치료에는 마음챙김이 있다. 마음챙김이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자신의 주의를 의도적으로 집중하는 것이다. (김유미, 송미경. 2017)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회피하기보다 그대로 받아들이는 능력을 키워 결과적으로 회피행동을 줄인다. 

마음챙김의 하위 요인인 탈중심화는 반추에 특히 효과적이다. 탈중심화란 현재의 생각, 감정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제삼자의 관점에서 관찰하는 능력이다. 반추적 사고 과정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기가 수월해지게 되고,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반추의 사용이 줄어들게 된다.

 

마음 챙김은 훈련과 명상을 통해 비교적 적은 기간 동안 시도해 볼 수 있다. 일주일에 1번 정해진 시간에 15분 정도 명상을 하게 되면 자신의 부정적인 경험에 대해 비판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하나의 경험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궁극적으로 우울을 완화하고, 예방할 수 있다.


“오늘의 너가 있어 감사하다.” 

반대로 우울감에 강한 성격 특성도 있다. 바로 감사 성향이다. 감사성향이란 자신이 받은 도움이 다른 대상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정서이다. 삶에 대한 고마움, 좌절 속에서 삶을 바라보고 누군가에게 고마워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심리학자 마이클 맥컬러(Michael E. McCullough)는 감사 성향을 자신이 얻은 긍정적 경험들과 성과들 속에서 다른 사람들이 베푼 배려의 역할을 인식하고 그것에 대해 감사한 감정을 가지는 일반화된 경향이라고 정의하였다. (윤성민, 2013) 

 

앞서 말했다시피, 우울한 사람들은 부정적인 경험과 정서에 편향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이와 반대로 감사 성향을 보인 사람은 작은 긍정적인 사건들에 대해 중심을 두어, 행복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감사는 상대방이 나에게 준 배려와 지지에 대해 집중한다. 이 같은 경험은 오히려 자신의 가치와 자존감을 높이는 역할을 해준다. 실제 연구에서 감사성향은 개인을 심리적, 인지적으로 유연하게 해주는 자아-유연성을 자주 경험하고 이를 통해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고 우울 정도를 낮추어준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감사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은 문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회피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한다. 부정적인 경험에 압도되지 않고 오히려 경험을 성장의 자원으로 활용해 즐거운 일상을 보낼 수 있다. 전반적으로 감사 성향은 마음의 평안을 가지게 하여 우울,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잘 통제해 더 큰 만족감과 행복을 가져오게 된다. 


나를 감싸주는 감사일기

감사 성향을 기르기 위해선 마음으로만 감사해하기보다 직접 손으로 써서 남겨두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다. 바로 “감사 일기를 쓰는 것”이다. 감사 일기를 쓰기 위해선 특별한 준비물이 필요하지 않다. 노트와 펜만 있으면 된다. 자세한 과정은 이렇다. 첫 번째, 자기 전이나 일어나고 나서 책상에 앉아 노트와 펜을 꺼낸다. 두 번째, 노트에, 하루에 있었던 감사한 일 3가지를 적는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열심히 과제를 썼던 날이라면, ‘오늘 열심히 과제를 쓸 수 있는 팔이 있어 감사하다.’나 시험을 망쳐 우울했지만, 친구가 위로를 해주었다면 ‘속상한 나를 위로해 주는 친구가 있어 감사하다.’를 써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오늘 하루 동안 감사한 일 또는 자기 자신이나 다른 고마운 사람을 생각하며 초점을 감사함으로 이끌어오는 것이다. 

 

감사 일기의 긍정적 영향은 여러 연구에서도 확인되었다. 감사 일기 과제를 수행한 집단은 행복감의 증가함과 동시에 우울감이 감소하였다. 이렇게 초기 성인기인 대학생들의 감사 일기 활동 자신을 칭찬하고 감사하는 경험을 갖게 해 자기 존중감이 향상된다. 특히, 대학생들의 부적응과 관련된 심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감사 일기를 꾸준히 쓴다면, 우울했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나를 옭아매던 끈을 내려 놓으며 

자기 비난이 강한 사람들은 자신을 엄격한 판사와 죄인으로 세운 채 살아간다. 작은 실패도 자신의 가치를 위협하는 증거로 생각하고, 그 상처를 곱씹으며 더 깊은 우울의 늪에 빠져든다. 하지만, 이 늪에 빠진 자신을 구할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존재한다.

 

마음 챙김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에서 한 발 물러서 보고, 감사 일기를 통해 일상 속 작은 행복에 시선을 돌리는 것. 이 두 가지는 거창한 변화라고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꾸준히 쌓이다 보면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작은 실수를 했다고 해서 세상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 자체로 고유한 존재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이유가 된다. 자신을 옭아매고 상처 내던 끈을 하나씩 내려놓는 것, 그것이 자기 비난과 우울에서 벗어나는 첫 번째 발걸음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1)김유미, 송미경. (2017). 대학생의 자기비난과 우울:내적 속박감과 반추의 매개효과. 한국심리학회지: 건강, 22(4), 1055-1074. http://dx.doi.org/10.17315/kjhp.2017.22.4.012

2)윤성민. (2013). 감사성향과 안녕감, 우울의 관계: 자아-적응유연성의 매개효과. 한국심리학회지:일반, 32(4), 1003-1021.

3)이은희, 김주연, 장지영, 변주나. (2017). 감사일기 활동이 일 대학생들의 행복감 및 감사성향에 미치는 효과. 예술인문사회 융합 멀티미디어 논문지, 7(4), 907-917.

4)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5). 생활 속 질병·진료행위 통계 (발간등록번호 G000FF6-202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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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4-16 10: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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