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원정
출처: pixabay울음을 참아야만 하는 상황인데도 터지는 눈물. 웃음을 참아야만 하는 상황인데도 터지는 웃음. 울음을 참는 것과 웃음을 참는 것 중 무엇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가. ‘울음 참기 챌린지’나 ‘웃음 참기 챌린지’를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미디어 콘텐츠 중에서도 인기 끌었던 주제로 슬픈 영상을 보면서 울음을 참거나 웃긴 영상을 보는데도 웃음을 참아내는 모습을 찍어 올리는 방식의 콘텐츠다. 이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우리는 감정을 숨겨야 하는 순간을 많이 겪곤 한다. 상대방과 다투는 도중,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눈물로 인해서 하고 싶은 말들을 다 내뱉지 못한 경험 혹은 조용한 수업 분위기에서 웃음이 터져 나와 참지 못하는 경험을 겪어봤다면 더욱이 감정을 억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하지만 울음을 참거나 웃음을 참는 것, 과연 둘 다 좋은 선택인가?
우리가 울어야만 하는 이유
우리는 보통 울음을 부정적인 감정 표현으로 본다. 하지만 울음은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해소되게 할 뿐만 아니라 엔도르핀과 세로토닌과 같은 호르몬을 분비하게 해 진정 작용이 촉진되도록 만든다. 눈물은 기혈 순환과 생리 기능 조절에 도움을 주며 심지어 몸의 면역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 레아 셔먼 교수의 연구팀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슬픈 영상 또는 일반적인 영상을 보여준 후, 각 영상을 본 사람들의 반응을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이 실험은 영상 보기 전과 후의 감정 상태를 심장 박동, 호흡의 규칙성 등을 통해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슬픈 영상을 보고 운 피실험자의 호흡이 다른 조건의 피실험자들에 비해 호흡이 규칙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통해 울음이 몸을 안정적인 상태로 진정시켜 주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웃어야만 하는 이유
웃음은 사람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준다. 이의 근거로 ‘웃음 치료’가 있다. 웃음이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도록 도와준다는 가능성으로 웃음 치료라는 치료 분야가 등장했는데, 이의 유래로는 인도 봄베이에서 시작된 ‘웃음 요가’가 있다. 16세기 철학자들은 웃음도 신체적 운동에 포함이 된다고 했으며, 칸트는 웃음이 신체 건강의 균형을 지탱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웃음을 치료적 관점에서 연구하기 시작한 ‘웃음의 아버지’는 노만 카슨스로, 그는 환자가 10분 동안 크게 웃고 난 후, 두 시간 동안 고통이 없는 상태로 지내는 현상을 보고 웃음의 치료 가능성을 알아낼 연구를 하게 되었다. 그 결과, 웃음이 힘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느끼게끔 만들고 엔도르핀을 포함한 21가지 쾌감 호르몬을 생성시킬 뿐만 아니라 혈류량도 증가시키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러한 점에서 웃음 치료는 일종의 신체적, 정신적 운동이며 즐거움을 신체화하여 신체, 정신에 더불어 사회적 인간관계까지 건강하게 하도록 도와주는 심리 치료적 수단으로 볼 수 있다.
감정을 감추면 병이 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자신의 모든 감정을 표현할 수는 없다. 우리는 원활한 인간관계를 이어 나가기 위해 감정을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감정을 조절하는 것과 감정을 참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꼭 알아야 한다.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참는 것을 감정 억제 혹은 감정 억압이라고 한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제임스 그로스는 감정 촉발의 단계를 4단계로 구분했다. 첫 번째 단계는 ‘어떠한 상황에 처했는가’, 그 다음 단계는 ‘그 상황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세 번째 단계는 ‘상황의 어느 측면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이고 마지막 단계는 ‘상황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이다. 우리가 감정을 잘 조절하기 위해서는 ‘평가’와 ‘억제’를 잘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정적인 말만 연속적으로 하는 친구를 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다면,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그 친구와 만나는 자리를 피하거나 최대한 신경을 안 쓰도록 노력하는 방향의 해결책을 활용할 수 있다. 그 친구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참는 것은 ‘억제’를 활용한 해결책으로 볼 수 있다. 제임스 그로스는 평가와 억제 중 무엇이 더 효과적인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 대상을 세 그룹으로 분류하여 실험을 진행했다. 평가 그룹, 억제 그룹, 자연스러운 반응 그룹으로 나누어 부정적인 감정이 들도록 유도하는 영상을 시청하게 한 뒤 그들의 신체적 반응을 지켜보았다. 그 결과, 평가 그룹은 역겹고 부정적인 감정을 덜 느꼈고 교감신경 항진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반해 억제 그룹은 교감신경의 항진 반응이 나타났다. 이를 통해 억제는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기만 할 뿐이지, 심리적신체적 반응을 오히려 증폭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정은 인간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감정은 공유되고 전염되는 것이기에 바람직한 감정 표현은 사회적 지지를 얻도록 한다. 무조건 감정을 참아야 하는 것보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맞닥뜨리고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울고 싶을 때는 울고 웃고 싶을 때는 웃자!
*참고문헌
1) 동아사이언스(2019.07.27.).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울음의 주는 메시지. 박진영. https://www.dongascience.com/ko/news/30217
2)
마음의 힐링 – 웃음의 효능 웃음으로 극복하는 위기. 선안남. 한국건강관리협회. 2014. 26-27.
https://www.dbpia.co.kr/pdf/cpViewer?nodeId=NODE09619142
3) 서혜영(2019). 「생애주기별 웃음치료 효과의 메타분석」. 경기대학교 대학원. 수원
4) 김총기(2022.08.17.). “감정을 잘 조절하는 방법은?”. 정신의학신문.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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