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소은
[한국심리학신문=심소은(zzzz7435@naver.com)]

“군대? 기다리지 마! 군필(제대한 남자를 뜻하는 말)을 만나야 해.”
아직 군대를 가지 않은 남자와의 연애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종종 듣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징병제의 나라로, 남성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아무래도 남자가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잘 만나지도 못하고 연락도 원활히 할 수 없어서 제대로 연애를 하지 못한다는 인식 때문에 군대 기다리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것은 여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곧 입대를 앞두고 있어서 좋아하는 여성에게 고백하지 못하는 남성도 많다. 군대가 많은 이들로 하여금 연애를 시작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심지어 연인관계에서 군대를 기다리게 만드는 게 미안하다는 이유로 입대를 앞둔 남자가 먼저 이별을 고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많은 청춘들이 군대로 인해 사랑을 시작하지 못하고, 사랑을 끝내기도 할 만큼 실제로 군 생활을 보내는 많은 연인들이 힘들어한다. 그렇다면 입대를 앞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랑을 시작해서는 안 되고, 사랑을 하던 사람들은 이별해야 하는 걸까? 전화위복으로 군대가 연인을 힘들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끈끈하게 해주는 요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방법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접근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구체적인 규칙을 만들고 지키자 : 변화한 환경에 맞춘 새로운 약속
남자친구의 입대 후에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에 맞추어서 서로 합의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을 것이다. Bowlby의 애착 이론에 따르면, 성인 애착이 연인 혹은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생기고 애착 대상은 나의 정서적 안전 기지가 된다. 남자가 군대에 가면, 여성은 늘 나와 함께였던 정서적 안전 기지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다. 남성 또한 군 생활을 하면서 기댈 곳과 의지할 곳이 필요한데 여자친구와 가족을 자유롭게 만날 수 없으니 정서적으로 많이 힘들 것이다. 제대를 하지 않는 한 물리적인 거리를 좁힐 방법은 없다. 또한, 군 생활에서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변수들을 통제할 수 없다. 그래서 변화한 환경에 맞추어 새롭게 둘만의 약속을 정하는 것이 지혜롭게 곰신(군대 간 남자친구를 둔 여성을 뜻하는 말) 및 군 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서로에게 한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
대부분의 군인들은 밖에 있는 여자친구의 이성 관계에 대해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여자친구는 그냥 "최대한 이성이 있는 자리에 참석하지 않을게."처럼 추상적인 약속이 아니라 남자친구에게 이성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허용범위를 물어보고 그것에 응해줄 필요가 있다. 이성 관계에 대한 허용범위는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서로에 대한 더 깊은 신뢰가 쌓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이성과 단둘이 만나는 자리는 아예 없었으면 좋겠고, 단체 모임이라도 남녀의 성비를 일부러 맞추는 자리는 없었으면 좋겠어."처럼 최대한 구체적인 범위를 제시하면 좋을 것이다. 또한, 만약 갑자기 훈련이 잡혀서 원래 만나기로 했던 날에 만나지 못한다면, 여자친구는 그 상황이 남자친구의 잘못이 아님을 분명히 인지하고 상대를 비난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대신 남지친구는 다음 휴가나 외출할 기회가 생기면 친구나 다른 지인들보다 여자친구와 우선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등 여자친구의 속상한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여 실천하기로 약속해야 한다.
실물 기록을 활용하자 : 몸은 떨어져도 마음만은 함께
앞서 설명했듯이 애착 대상과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 정서적 안전기지가 완전히 사라져버린 듯한 부정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늘 붙어있던 사람과 몸이 멀어져서 발생하는 허무함을 뛰어넘어서 우리의 관계성에 대한 회의감까지 느끼게 만든다. Piaget의 발달 이론에서 유래한 대상 영속성(Object Permanence)이라는 개념은 어떠한 대상이 눈앞에 존재하지 않아도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연인이 내 눈앞에 없더라도 우리의 사랑과 우리의 관계성은 변함없음을 내면화할 필요가 있다. 물리적 이별=정서적 이별이 되지 않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우리의 사랑과 관계성은 유지되도록 서로 노력해야 한다. 같이 찍은 사진, 주고받은 편지, 상대방과의 채팅 내용 등 서로 정서적 연결이 되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록과 추억을 찾아보면서 대상 영속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당장 내 눈앞에 연인은 없지만 함께했던 순간들이 담긴 실물 기록들을 보면 마음만은 상대방과 함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자 : 슬픔을 이겨내는 원동력
Harold Kelley와 John Thibaut의 상호 의존 이론(Interdependence Theory)에 따르면, 관계의 만족도는 보상-비용의 계산에 영향을 받는다. 관계를 위해 투자하는 비용보다 보상이 크면 관계의 만족도가 증가하고, 보상보다 비용이 더 크면 관계의 만족도는 떨어지는 것이다. 남자친구가 군대에 있는 동안에는 데이트, 연락, 대화, 스킨십 등 즉각적 보상이 많이 줄어든다. 반면에 이동 거리, 불안함, 교통비 등 관계 유지를 위한 비용은 더 많아진다. 이에 대한 극복 방법은 바로 보상의 종류를 바꾸는 것이다. 그동안의 연애에서는 데이트, 연락처럼 즉각적인 보상을 얻었다면, 군대에 있는 동안에는 장기적인 보상을 정하고 그것을 원동력 삼아서 함께 이겨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장 며칠 후의 휴가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계획부터 전역 후의 여행 계획까지 엄청 구체적이진 않더라도 미래에 무언가를 같이 하기로 계획한다면, 미래에도 서로가 함께할 것이라는 안정감이 들 수 있다. 분명히 그 계획은 힘든 군 생활과 곰신 생활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서로에 대한 배려
지금까지 지혜롭게 곰신 및 군 생활을 보낼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에 대해 살펴봤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다. 힘든 상황일수록 나의 힘듦으로 인해 타인의 힘듦이 보이지 않는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내 여자친구, 남자친구도 힘들다는 것을 잊지 않고 역지사지를 할 필요가 있다. 서로를 위하고 아끼는 마음이 전제가 되어야지만 비로소 지금까지 살펴본 방법들이 효과가 있을 것이고, 군대라는 위기가 서로를 더 끈끈하게 만들어주는 수단이 되는 전화위복이 이루어질 수 있다. 서로 사랑하는데 오직 군대라는 이유만으로 사랑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지 않은가? 군대를 마냥 사랑을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바라보지 않고, 오히려 애틋함을 느끼게 해주고 사랑을 더 깊어지게 만들어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만약 입대를 앞둔 커플이 있다면, 전역 후에도 잘 만나는 커플들이 꽤 많으니까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내가 소개한 방법들을 잘 실천해 보길 바란다. 모든 군인들과 곰신들이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참고자료
1) Hazan, C., & Shaver, P. R. (1987). Romantic love conceptualized as an attachment proces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2(3), 511–524.
2) Piaget, J. (1954). The construction of reality in the child. New York, NY: Basic Books.
3) Thibaut, J. W., & Kelley, H. H. (1959).The social psychology of groups. New York, NY: Wi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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