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자들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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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자들의 고통 - -드라마 <언내추럴>을 통해 본 재난,사건 생존자와 국가의 역할
  • 기사등록 2026-04-26 11: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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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강미소 kmsan0407@naver.com]

[출처 : Channel J 홈페이지]


[남겨진 자들을 위한 언내추럴]

언내추럴은 2018년 일본 TBS 방송사에서 방영한 드라마이다. 사건, 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에 대한 원인을 밝혀내는 법의학자와 피해자, 유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다소 대중들에게는 낯선 법의학을 통해 매회 미스터리한 사건•사고의 원인을 풀어나간다. 이 드라마는 완성도가 매우 높고, 단순한 미스터리 의학 드라마가 아닌 나 자신 그리고 우리 사회가 ‘죽음’에 대해 고민도 해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이러한 점에서 방영한 지 오래되었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 드라마로 선정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사건/사고의 피해자와 유가족들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나 국가의 지원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검찰의 승소율을 높이고자 해결하기 어려운 사건은 사고사로 처리하기도 하고,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귀여운 외모를 가졌다며 취재하려는 이중적인 장면을 보면 남겨진 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이 모습이 드라마에만 나오는 장면이 아니라 현실에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기사에는 남겨진 자들의 심리적 고통을 살펴보고 우리 사회가 이들을 위해 어떤 도움과 지원을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사각지대에 가려진 채 남겨진 피해자와 유가족]

범죄 현장에서 생존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을 경험한 피해자는 마치 뇌의 경보 시스템이 고장난 듯이 여러 심리적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에게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 불안 등이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사건 당시의 끔찍한 기억이 일상생활 속에서도 불쑥 떠올라 지금 그 일이 다시 일어나는 것 같은 공포를 느끼고 특정 장소나 사람 등을 극도로 회피하는 증상을 보이는 장애다. 실제로 살인 사건 같은 강력 범죄 피해자 관련 연구(국혜윤, 2023)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주관적 불편감과 우울감이 지속적으로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피해자들은 우울증, 외상, 불안 장애, 불면증 등 다양한 심리적 장애와 고통을 겪게 된다. 

 

범죄 사건 자체가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경찰과 사법 시스템의 부정적인 경험이나 “피해자가 잘못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거 아니야?” 같은 여론의 2차 가해는 피해자들의 심리적 회복을 더디게 만든다. 이렇게 특정 범죄 사건의 피해자들은 여러 심리적 문제와 고통을 경험하게 되고, 그들의 마음에 시계는 과거의 사건에 멈추어 버린다. 그러나 시간은 흘러가고 세상은 매우 빠르게 변해간다. 결국 이들의 아픔은 사각지대에 가려진 채 남겨지게 되는 것이다.


[이들을 위한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

앞서 살펴봤듯 범죄 사건을 경험한 피해자와 유가족의 심리적 문제는 복합적이고 장기적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이 노력해서 해결할 수 없으며 국가와 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범죄피해자 보호법을 만들었다. 이 법을 통해 피해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피해자 변호사 제도 도입 등 법적 기반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심리 지원 서비스로 강력 범죄 피해자의 회복을 돕는 트라우마 통합 지원 기관인 스마일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법적 시스템과 지원은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강력 범죄 피해자가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심리적 문제는 수년에 걸친 장기적인 치료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심리 상담의 횟수가 제한이 있어, 결국 피해자가 자비로 치료를 이어가야 하는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 더불어 이들을 지원할 전문 인프라와 인력마저 턱없이 부족한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피해자와 유가족이 심리 치료와 상담 지원을 장기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하고, 전문 지원 기관인 스마일센터를 더 많은 지역으로 확충해야 한다. 그리고 사법 체계가 이들에게 실질적인 안전지대가 될 수 있도록 피해자 중심의 사법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태도다. 우리 사회가 남겨진 자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다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존중하고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는 어쩌다 살고 있는 것뿐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매년 크고 작은 비극이 반복된다. 그러나 관심은 그때뿐, 임시방편으로 사건을 종료하기 바쁘다. 이에 따라 피해자와 유가족은 삶 전체를 뒤흔드는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된다. 그런 고통에서 벗어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을뿐더러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잊히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산 사람은 살아야지, 언제까지 힘들어할 거야?”같이 그들의 아픔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드라마 언내추럴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우리는 어쩌다 살고 있는 겁니다. 어쩌다 살고 있으니까 죽음을 불결하게 여겨선 안 돼요.” 이 대사처럼, 우리는 운이 좋아 그저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어쩌다 살고 있다는 사실이 죄책감이 되기보다는 그 우연한 삶의 기회를 남겨진 이들의 멈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는데 나누어야 할 책임이 있다.

 

억지로 “힘내라”라고 등을 떠미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맛있는 밥을 먹으며 다시 웃을 수 있는 그날까지 오랜 시간 같이 발맞추어 걸어가는 것, 남겨진 사람들이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시스템과 우리의 마음이 그들 곁을 지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Natural) 위로일 것이다. 

 

 

[참고 문헌]

1) 국혜윤, 최다혜, 문정미, 모상미 and 양수진. (2023). 범죄 피해자의 심리적 회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피해자학연구, 31(2), 105-125.

2) 김은영. (2016). 살인범죄 공동피해자들의 외상경험, 2차 피해자화,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태도. 교정담론, 10(2), 241-272.

3) 김혁. (2023). 범죄피해자의 형사절차 참여 강화 방안. 피해자학연구, 31(2), 127-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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