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마저 ‘트렌드’가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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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임언지(alice6472@naver.com)]



Z세대가 ‘외로움’을 관리하는 방식


혼자 있는 건 편하다. 약속을 잡지 않아도 되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외로워지는 순간이 있다. 사람을 만나기 귀찮아서 집에 머물렀지만, 막상 하루가 끝나면 아무와도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

이 모순된 감정은 지금 Z세대가 가장 자주 경험하는 감정 중 하나다. 그리고 이들은 이 감정을 단순히 참고 넘기지 않는다. 오히려 외로움을 하나의 ‘관리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외로움을 ‘관리’하는 세대


2026년을 살아가는 Z세대에게 외로움은 더 이상 숨겨야 할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체중이나 성적처럼 스스로 점검하고 조절해야 할 ‘지표’에 가깝다. SNS에는 “오늘 외로움 지수”를 공유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혼놀’ 콘텐츠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 현상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실제로 여러 조사에서 Z세대의 외로움 수준은 다른 세대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다. 헬스케어 기업 시그나그룹의 보고서에서는 Z세대의 67%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글로벌 조사에서도 약 80%가 외로움을 경험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기성세대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혼자 있는 건 좋은데, 외로운 건 싫다.”
이 문장은 지금 세대의 감정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



선택한 고립, 그러나 더 커진 외로움


이 모순은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 전문가들은 ‘초개인화 사회’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비대면 서비스와 AI의 발달로 우리는 굳이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대부분의 일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배달, 쇼핑, 업무까지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한 시대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까지 더해지면서, 타인과의 접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은 편리함을 주지만, 동시에 관계에서 오는 자극과 연결감도 함께 줄어든다. 실제로 서울시 조사에서도 1인 가구의 상당수가 외로움을 경험한다고 답했으며, 사회적 고립은 정신 건강뿐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Z세대는 스스로 고립을 선택했지만, 그 결과로 생기는 공허함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외로움’과 ‘고독’은 다르다


흥미로운 점은 Z세대가 이 감정을 단순히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외로움을 없애려 하기보다, ‘관리’하려 한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등장한다. 바로 ‘외로움(loneliness)’과 ‘고독(solitude)’의 차이다.

외로움은 관계의 부족에서 오는 결핍의 감정이다. 반면 고독은 혼자 있는 상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즉, 같은 ‘혼자 있음’이라도 감정의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이 된다.

최근 주목받는 ‘고독력(Solitude Capability)’이라는 개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활용해 자신과 연결되는 능력이다.



SNS 시대, 더 외로워지는 이유


하지만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혼자 있으면서도 동시에 끊임없이 타인을 바라본다. SNS는 그 통로다.

타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길어졌지만, 실제 관계는 줄어들었다. 그 결과 우리는 더 많은 사람을 ‘알고’ 있지만, 동시에 더 깊은 외로움을 느낀다.

이 과정에서 ‘자기 대상화’도 강화된다. 우리는 점점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평가하게 된다. 그 비교 속에서 외로움은 더욱 커진다.



외로움을 관리하는 새로운 방식


그래서 Z세대는 외로움을 줄이기보다 ‘다루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혼자 카페에 가는 연습을 하고, 산책로를 찾고, 일기를 쓰며 자신만의 공간을 만든다. 일종의 ‘외로움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혼자 시간을 보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또한 SNS 사용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놓치고 싶지 않다’는 FOMO에서, ‘놓쳐도 괜찮다’는 JOMO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모든 연결을 유지하기보다, 불필요한 관계를 줄이고 자신에게 집중하려는 태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이것이다.
외로움을 피하려 하지 않고,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



이제 외로움은 관리의 대상이다


결국 외로움은 사라져야 할 감정이 아니라, 우리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에 가깝다. 문제는 외로움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다.

혼자가 편해진 시대, 우리는 관계에서 벗어나는 법은 배웠지만, 감정을 다루는 법은 아직 배우는 중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관계가 아니라, 외로움을 견디고 활용할 수 있는 힘일지도 모른다.

이제 질문은 달라져야 한다.
외로움을 없앨 수 있을까가 아니라,
외로움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 참고 문헌

1) Cigna Group. (2023). Loneliness and connection in a post-pandemic world. https://www.cigna.com

2) GWI. (2024). Social media trends and loneliness among Gen Z. https://www.gwi.com

3) 김현수, & 김가빈. (2026). 1인 가구의 자아존중감이 외로움에 미치는 영향: 세대별 차이를 중심으로. 가족자원경영과 정책, 30(1), 61–71.

4) Korea Daily. (2026, March 26). Z세대 외로움 ‘최고’…온라인 익숙, 대인관계 부족. https://www.koreadaily.com

5) 뉴스1. (2026, January 22). 매년 세계 87만명 ‘외로움’ 사망…한국인은 더 하다. https://www.news1.kr

6) 캐릿(Careet). (2025, November 26). “1인 가구로 살거지만 외로운 건 싫어요” 2026 Z세대 소비 키워드: 외로움 관리. https://www.care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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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5-04 20: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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