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을 높이는 법 = 자존감을 안 높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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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심소은(zzzz7435@naver.com)]



평소 자존감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편인가? 스스로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하는가?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는 자존감에 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여 여러 가지 매체에서 자존감과 관련된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당연히 자존감은 높을수록 좋다. 하지만 나의 자존감을 타인이 아니라 내가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타인이 나의 자존감을 높이 평가하면 내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고, 낮게 평가하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타인이 평가한 내 자존감도, 내가 평가한 내 자존감도 다 객관성이 없다. 결국 자존감이라는 건 주관적인 개념이다.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자존감이 ‘통제 가능한 요소’라는 것이다.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 없기 때문에 내가 판단한 내 자존감이 곧 답이다. 내 자존감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매체에서는 스스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을 소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이렇게 스스로를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 판단하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나는 여기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자존감을 더 떨어뜨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존감을 높이려고 할수록 자존감이 낮아지는 아이러니


“일주일 동안 절대 빵을 먹지 마세요.”

 

다음과 같은 명령을 받았다고 상상해 보자. 평소에 빵을 먹지 않던 사람도 괜히 그 일주일 동안은 자꾸 빵이 생각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할 때에도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오히려 음식에 대한 갈망이 커져서 음식생각이 더 많이 난다. 이러한 현상을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라고 한다. 이때 사고 억제는 ‘특정 사고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정의되는데(Wegner, Schneider, Carter, & White, 1987), 특정 사고를 억제하려는 시도는 억제를 시도하지 않는 경우보다 오히려 그 사고에 더욱 집착하게 하는 역설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다이어트를 안 하니까 오히려 살이 빠졌던 분들이 이러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할 때는 음식 생각을 억제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음식 생각이 더 나게 만들어서 살을 빼기가 힘든데, 오히려 다이어트를 안 하니까 음식 생각이 덜 나면서 살이 빠지는 것이다.

 

자존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은 결코 진정으로 자존감 높은 사람이 되도록 만들어줄 수 없다. 아무리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등장하는 ‘취미 만들어서 꾸준히 하기’, ‘운동하기’, ‘규칙적인 생활 해보기’, ‘건강한 음식 만들어 먹기’, ‘감사일기 쓰기’ 등을 해봐도 그 방법이 나와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렇게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들을 시도하는 기저에 ‘나는 이것을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한다.’가 깔려 있으면, 아이러니하게도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가 발생하면서 자존감이 높아지기 어렵다. 반대로 자존감이 낮아지게 만드는 행위로 여겨지는 ‘맛있지만 몸에 안 좋은 음식 먹기’, ‘하루 종일 누워서 휴대폰하기’, ‘남과 자신을 비교하기’ 등을 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더 이 행위들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잘 생각해야 할 것은 자존감 높이는 행위와 낮아지는 행위가 다 타인의 기준이라는 점이다. 자존감을 키우고자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막상 ‘난 왜 감사한 게 없지?‘, ‘나는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인가 봐.’하면서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는 것이다. 또, 자존감을 높이고자 러닝을 뛰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많이 못 뛰는 게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금방 지쳐하는 자신의 모습에 실망할 수 있다. 반대로 하루 종일 누워서 휴대폰을 봤을 때, 푹 쉬면서 나에게 휴식을 줬다는 느낌을 받으며 자존감을 키울 수 있다. 그리고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현상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당연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행위로 받아들이면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자신을 더 발전시키고 싶어서 남과 비교하는 거니까 비교 자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발전하고자 노력하는 스스로를 훌륭하게 여기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매체에서 알려주는 자존감을 높이는 법을 실천해야만 우리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자존감 낮아지는 행위를 안 해야만 우리의 자존감이 안 낮아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자존감 높아지는 방법들을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는 강박과 자존감이 낮아지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이 우리의 자존감을 더 낮추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칭찬하기


저마다 자존감 높은 나의 모습에 대한 이상적인 기준이 다를 것이다. 그 기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자존감 높은 나의 모습은 그저 그림의 떡이 되고, 점점 내가 도달할 수 없는 경지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자존감 높이기를 포기하게 된다. 이는 요즘 흔히 말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설명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상적인 기준이 너무 높다 보니 역설적으로 그 기준을 달성하려는 시도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다. Rogers(1951, 1957, 1961)는 인간의 자기개념이 현재 자신의 모습에 대한 인식인 ‘현실 자기(real self)’와 자신이 소유하고 싶은 자기개념인 ‘이상적 자기(ideal self)’로 구성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현실 자기’와 ‘이상적 자기’ 사이에 존재하는 불일치를 ‘자기와 경험의 불일치’라고 하였고, 자기와 경험 간의 불일치가 존재할 때 인간은 심리적인 부적응을 경험한다고 보았다. 1980년대에 Higgins는 이러한 Rogers의 개념을 정교화하여 '자기 불일치 이론(Self-Discrepancy Theory)'을 제시하였다. '자기 불일치'란 자기개념에 있어 '실제 자기'와 '이상적으로 여기는 자기' 사이에 간극이 존재함을 의미한다(Higgins, 1987). 따라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에 대한 나의 기준이 높으면 '이상적 자기'와 '현실 자기' 사이의 차이가 커지면서 '자기 불일치'가 발생하여 심리적 부적응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때 발생하는 심리적 부적응은 결국 '이상적 자기'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

 

자존감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개념이 바로 ‘자기 수용’이다. 즉,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목표가 있는 것은 좋지만 너무 높은 목표는 나를 지치게 하는 법이다. 그러니 정말 자존감을 높이고 싶다면, 자존감 높은 사람의 기준을 설정하여 거기에 도달하고자 경주마처럼 노력할 것이 아니라 그저 지금의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만약 내가 ‘면접에서 불합격해도 남들에게 그 사실을 웃으면서 알려주는 사람’을 자존감 높은 사람이라 설정하고, 그런 사람이 되고자 ‘매일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운동하기’를 계획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이때 ‘나는 지금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되고자 매일 운동하는 걸 계획했구나.’라고 나의 현재 상황 그 자체를 인식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그 상황에 대해 스스로에게 즉각적인 칭찬을 해줘라.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되고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더 나아가서 스스로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이때 ‘아, 요즘 내가 자존감이 많이 낮구나.’라고 현재 상황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가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움직이고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의 나'에 대해 즉각적인 칭찬을 해줘라. 아마 이것이 너무 하찮은 주장이라 콧방귀가 나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꼭 무언가를 해내야만, 목표한 바를 이뤄야만, 자존감이 높아야만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지금까지 잘 살아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 한 명 한 명은 대단하고 소중한 사람임을 잊지 말자.

 


*참고자료

1) 윤기운, 김진철. (2012). 골프퍼팅수행 동안 사고억제의 역설적 효과와 정신통제전략 효과 검증. 코칭능력개발지, 14(4), 12-21.

2) 김동희. (2014). 불안 유도상황에서 사고억제의 적응적 역할 [석사학위논문, 계명대학교]. http://www.riss.kr/link?id=T13564903

3) 안지영. (2025). 자기불일치 척도 분석: 국내 연구에서 사용된 척도를 중심으로. 열린교육연구, 33(4), 141-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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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5-07 14: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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