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형진
[한국심리학신문=함형진(zzxxiop123@naver.com)]
출처: ChatGPT / 연구 현장 가상 연출
비이성적인 우리
우리는 자신을 이성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로 인식한다. 특히 눈으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사실 앞에서는 자신의 판단이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심리학에서는 실제 인간의 행동은 이러한 믿음과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람은 타인의 시선과 집단의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때로는 명백한 사실보다 다수의 의견을 더 신뢰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개인의 우유부단함이나 자신감 부족으로 설명되기보다는,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서 지닌 본질적인 특성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집단 안에 속했을 때 안전감을 느끼고 소속감을 느끼기에 집단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꺼려 한다. 이에 집단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동조’는 생존과 관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매 순간마다 동조하는 존재인가? 이에 대한 의문에 해답을 주는 것은 인간의 동조하는 경향을 실험적으로 명확하게 보여준 대표적인 연구인 솔모론 애쉬(Solomon Asch)의 선분 판단 실험과 그의 후속 연구들이다.
솔로몬 애쉬의 동조 실험
애쉬의 실험은 겉보기에는 매우 단순한 지각 과제이다. 참가자는 하나의 기준선과 세 개의 비교선을 보고, 기준선과 길이가 같은 선을 선택하면 된다. 비교선 간의 길이 차이는 아주 커서,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누구나 쉽게 정답을 맞힐 수 있는 수준이었다. 실제로 통제 집단, 즉 타인에게 영향받지 않는 조건에서는 참가자들의 정답률이 99% 이상에 달했다. 이는 과제가 거의 오류 없이 수행될 수 있는 명확한 판단 상황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험의 핵심은 사회적 맥락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데 있었다. 실험에는 실제 참가자 한 명과 함께 7명의 ‘동조자’가 포함되었다. 이 동조자들은 모두 실험자와 사전에 협의가 이루어진 사람들로, 특정 시점에서 의도적으로 틀린 답을 선택하도록 지시받았다. 참가자는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응답은 순서대로 이루어졌으며, 실제 참가자는 항상 마지막에 자신의 답을 말해야 했다. 따라서 그는 앞선 7명이 모두 같은 오답을 선택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조건에서 나타난 결과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명백하게 정답이 보이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응답의 약 40%에서 참가자들은 다수의 오답에 동조하였다. 또한 약 75%의 참가자가 최소 한 번 이상 집단의 잘못된 판단을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즉, 25%만이 본인의 소신을 지킨 사람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히 실수가 아니라, 사회적 압력이 개인의 지각적 판단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후속 연구: 단 한 사람이 있다면
애쉬는 단순히 동조 현상이 존재함을 확인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어떤 조건에서 동조가 강화되거나 약화하는지를 체계적으로 탐색하였다. 이를 위해 다양한 변형 실험을 설계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인간의 동조 행동을 설명하는 핵심 요인들이 더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중에서도 동조에 있어서 큰 변화를 만들어 내는 요소는 본인의 ‘파트너와 함께’가 있었는데, 이는 본인의 편이 되어 주는 한 사람이 있다면 동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연구 설계에서 딱 한 부분만 바꿨는데, 동조자 중 한 명은 다수를 따라서 오답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정답을 선택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는 참여자로서는 그 한 사람이 본인의 선택을 지지해 주는 한 사람이 된 것이었다. 이에 정답률은 거의 100%에 가깝게 회복되었다.
이와 유사한 조건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또 하나의 변형된 실험에서는 동조자 한 명이 정답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가 선택하는 오답이 아닌 또 다른 오답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참여자는 소신 있게 올바른 정답을 고르고, 이에 정답률도 거의 100%로 회복했다. 비록 여기서 동조자는 대다수의 오답이 아닌 또 다른 오답을 선택한 것이지만, 그것만으로 참여자로서는 다수의 의견에 따르지 않아도 되는 하나의 여지가 생긴 셈이었다.
이러한 후속 연구에서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인간은 다수에 동조하는 비이성적이고 연약한 존재이다.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을 싫어하고, 어떻게 해서라도 공동체에 속하고 싶어한다. 그렇기에 다수의 의견과 행동을 따라가지만, 내 편이 되어 주는 한 사람 덕분에 우리는 잘못된 주류에게서 벗어나서 이성적으로, 자신의 신념대로 나아갈 수 있다. 자신이 자신다운 삶을 살아가는 데에 수많은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어쩌면 딱 한 사람만으로 우리는 자신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내 곁에 단 한 사람이 필요한 시대
요즘은 쉽게 다수에 동조하는 시대다. 21세기의 온라인 문화로 손쉽게 타인의 의견을 접할 수 있고, 또 ‘좋아요’가 많거나 유명인의 의견에 심사숙고의 과정도 없이 수긍하고 따른다. 그 군중 속에서 각 사람은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비난하고 적대적인 행동을 취한다. 이러한 상황일지라도 우리는 단 한 사람으로부터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낸다. 자신의 신념대로 삶을 살아가도록 하고, 타인에게 이끌리는 수동적인 삶이 아닌 능동적인 삶을 살도록 돕는다.
최근에는 비판적인 사고도 없이 쉽게 동조해 버린다. 이러한 흐름에서 내가 먼저 신념대로, 나만의 생각대로 나아간다면, 타인에게도 그들만의 생각과 삶으로 나아갈 여지가 주어진다. 이는 주류의 문화만이 흥하는 것이 아니라 다채로운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주변의 한 사람 덕분에 사회가 주는 무언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동시에 나의 행동이 시작점이 되어 나의 지지해 주는 사람들도 생겨날 것이다.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존재다. 이때 스스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그저 끌려갈 것인지를 그 이후의 삶도 그려보면서 선택하면 좋을 것이다.
참고문헌
1) 최인철. (2016). 프레임: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개정증보판).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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