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가의 직업적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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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가의 직업적 재앙 - 내담자의 자살을 마주하는 심리 전문가들
  • 기사등록 2026-05-27 18: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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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심소은(zzzz7435@naver.com]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굉장히 높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OECD 국가 중 1위). 하지만 아무리 자살률 1위인 나라의 국민일지라도 자살을 접하는 것에 결코 익숙해질 수가 없다. 가까운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자살은 마음을 무겁게 하고 심란하게 만든다. 이러한 자살을 접할 가능성이 높은 직업이 있다. 바로 심리상담가이다. 얼마 전, ‘이혼숙려캠프’라는 프로그램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호선 교수가 라디오스타에 출연하여 내담자의 자살을 경험한 것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시청했다. 그 당시에 두 달 동안 식사도 못하시고 정신과 약을 복용하셨다고 한다. 그때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을 보면서 상담자가 엄청난 책임감을 요하는 직업임을 실제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동시에 내담자의 자살을 경험한 상담자의 회복 방법에 대해 깊이 탐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내담자의 자살이 심리상담가에게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내담자의 자살은 상담자와 가까운 거리에 있다.


내담자의 자살과 관련된 한 연구에서 376명 중 23%인 87명이 상담 중에 내담자의 자살을 경험했으며 그 중 21명(24%)은 초심상담자일 때, 나머지 66명(76%)은 전문상담자일 때 내담자의 자살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McAdams & Foster, 2000). 이를 통해 초심상담자든 숙련상담자든 충분히 내담자의 자살을 경험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상담자를 대상으로 한 내담자 자살 사망의 실태를 조사한 연구는 찾기 어렵다(손유미, 2023). 하지만 지승희 등(2008)의 국내 연구에 따르면, 내담자의 자살 위기 상담으로 어려움을 겪은 상담자가 65.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국내에서도 이미 많은 상담자가 내담자의 자살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굉장히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내담자의 자살을 경험한 상담자의 실태조사가 부족할 뿐이지 곳곳에서 많은 상담자들이 내담자의 자살을 경험했을 것이라 예상된다. 이호선 교수도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상담을 하시면서 총 3번의 내담자 자살을 경험하셨다. 

 


내담자의 자살을 경험한 상담자들의 삶


내담자의 자살은 초심상담자에게 가장 큰 불안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Bryan & Rudd, 2006). 내담자의 자살 및 자살 행동을 경험한 숙련상담자 역시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고통을 호소하며 상실감을 느끼고, 자신의 전문성과 정체성에 불신을 갖는다(Farberow, 2005). 즉, 내담자의 자살은 ‘상담자로서의 나’뿐만 아니라 ‘나’라는 개인의 정서에도 엄청난 심리적 고통을 유발하여 상담자의 자기가치감이 하락하는 것이다. 게다가 내담자를 잃은 상담자의 상실을 공적으로 애도하도록 허용하는 사회적으로 용인된 방식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내담자의 자살로 인하여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고통을 경험한 정신건강 전문가들 중 상당수는 직업을 그만두는 것을 고려하거나 직업을 바꾸기도 한다(Dewar, Eagles, Klein, Gray, & Alexander, 2000). 이러한 면에서 내담자의 자살은 정신건강 전문가들에게 ‘직업적 재앙(occupational hazard)’에 가까운 경험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그 파급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Chemtob et al., 1989).

 

국내외의 여러 연구에서 내담자의 자살은 상담자에게 가족, 친구, 가까운 지인의 자살을 경험한 것과 유사한 수준의 충격을 준다고 밝혀졌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 상담자들에게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개인의 선택과 자유, 독립성을 강조하는 개인주의 문화가 발달한 서구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가족과 권위, 조화를 강조하는 집단주의 문화가 발달하여 상담자-내담자 관계도 부모와 자식 간의 끈끈한 관계와 유사한 면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장성숙, 2003). 실제로 국내 상담자가 내담자와의 관계에서 인식하는 상담자의 역할과 책무를 더 크게 지각한다는 점이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장성숙, 2002). 이러한 사회문화적 배경으로 볼 때 우리나라 상담자들이 내담자의 자살을 경험할 경우 정신적인 고통과 소진을 더 높게 경험한다(민선홍, 2023). 심하면 침투적 사고, 분리의 경험, 해리와 같은 PTSD 증상까지 발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 상담자들은 집단주의 문화로 인해 내담자의 자살 그 자체와 관련된 심리적 고통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비난을 쏟아내는 사회에 대해 공포심을 보이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회복해야 할까


손유미(2023)의 연구에 따르면, 동료들과 고인에 관해 대화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밝혀졌다. 자신과 같은 일을 겪었거나 겪을지도 모르는 동료들은 나의 상황에 가장 깊은 공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과 대화하며 공감을 얻으면 회복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또한, 애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손유미, 2023). 유가족을 만나 고인을 기억하고, 고인에게 글이나 편지를 쓰기도 하며, 장례식장에도 참석하여 고인의 죽음을 인정하고 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족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손유미, 2023). 나를 잘 아는 가족들에게 털어놓고 위로를 받으면 훨씬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상담자 관련 기관에서 제공하는 도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손유미, 2023). 완전한 회복이 되기 전까지 업무량이 조정될 수 있도록 도움을 받고, 개인상담비를 지원받아 상담을 충실히 받으며 상담자의 개인적 삶과 전문가로서의 삶 둘 다 회복될 수 있어야 한다. 심리상담가는 엄청난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해야 하는 만큼 무엇보다도 자신을 잘 돌보면서 멘탈을 관리하는 기술이 굉장히 중요한 직업임을 다시 한 번 체감할 수 있다.



*참고문헌

1) 민선홍. "내담자 자살을 경험한 숙련상담자의 외상 후 성장 경험." 국내박사학위논문 단국대학교 대학원, 2023. 경기도

2) 손유미. "내담자 자살 사망을 겪은 상담자 경험." 국내박사학위논문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2023. 경기도

3) https://youtu.be/lujaC7UD_TQ?si=mcy9uLyS9x3Tnzzr&t=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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