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어본 적도 없는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전세은 rio_88@naver.com]


이미지 출처: 구글



"찍어본 적도 없는 그 시절이 그립다"


요즘 20,30대 사이에서 디지털카메라, 일명 '디카'가 다시 유행이다. 동묘에 가면 가게마다 디지털 카메라를 팔고, 중고시장에서는 ‘00버전 디카 삽니다’라는 글이 넘쳐난다. 디카와 관련한 SNS 게시글도 쏟아지고 있다. 흥미로운 건 이 열풍을 이끄는 20대는 정작 디카가 유행했을 시기에 한번도 써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 디카 전성기, 이들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유아였다.


그렇다면 왜 경험하지 않은 것에 이토록 끌리는 걸까. 심리학에는 이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 있다. 
바로 '가상 향수(Vicarious Nostalgia)'다. 이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시대나 문화에 대해서도 향수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유튜브로 2000년대 영상을 보고, 부모님 앨범에서 필름 사진을 보고, SNS 피드에서 흔들린 디카 사진을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면, 실제로 살아보지 않은 그 시절이 '내 기억'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향수를 느낄 때 사람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묻는다. 디카를 드는 행위는 단순한 복고 취향이 아니다.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감수성과 정체성을 확인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흔들린 사진이 더 진짜처럼 보이는 이유


스마트폰 카메라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AI가 흔들림을 보정하고, 피부를 매끄럽게 다듬고, 빛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잘 나온 사진'이 나온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너무 완벽한 사진들이 넘쳐나는 피드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진정성 추구(Authenticity Seeking)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완벽하게 편집된 이미지가 쏟아질수록, 인간은 결함 있는 것에서 오히려 진짜를 찾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디카 특유의 빛번짐, 입자 노이즈, 초점이 살짝 나간 장면들 — 스마트폰이 제거하려는 이것들이 오히려 '이 순간은 연출되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힌다. 불완전함, 불완료, 무상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 흠집 난 도자기가 더 오래 들여다보게 만들고, 흔들린 사진 한 장이 보정된 백 장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다.


또한 디카에는 스마트폰에 없는 결정적 제약이 있다. 찍은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것. 이 '기다림'이 의외의 심리적 효과를 낳는다. 사진을 확인하기 전까지 기다리는 시간 동안 사진을 찍은 순간의 기억은 더 선명해지고, 사진이 현상될 때의 기대감은 일상에서 쉽게 얻기 힘든 감정이다.



디카 열풍이 말하는 것


디카의 귀환은 단순한 레트로 유행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적 반응이다. 경험한 적 없는 과거에서 정체성을 찾고, 넘쳐나는 완벽함 속에서 결함 있는 것에서 위안을 얻는다. 더 느리고, 더 불완전하고, 더 인간적인 것에 대한 갈망.


디지털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 하나에, 우리 시대의 심리가 담겨 있다.


참고 문헌

김하연, & 최윤정. (2016). 노스탤지어 감성이 복고패션 제품의 구매의도에 미치는 영향. 복식, 66(7), 139-153.

한지윤, 최유미, 연구배경AI, & 연구결과AI. (2026). AI 기반 인터렉티브 미디어아트에서 의도된 기술적 불완전성 으로 인한 관객의 미적 경험 연구. Archives of Design Research-Vol, 39(1), 375-392.

나은경, & 진낙. (2025). 디지털 시대 레트로 문화에서 “노스탤지어적 미디어 이용” 의 개념화 고찰: 재매개 (remediation) 의 변용을 중심으로. 글로벌문화콘텐츠, 19-39.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12446
  • 기사등록 2026-06-09 13:02:2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