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모르는 단톡방 있었다고?"… 집단 따돌림이 뇌에 새기는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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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나만 모르는 단톡방 있었다고?"… 집단 따돌림이 뇌에 새기는 상처


어느 날 문득,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끼리만 공유한 단체 채팅방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 그것도 나만 빠진 채로. 단순히 서운한 감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배제됐다는 사실 하나가 온종일 머릿속을 맴돌고, 밥맛도 없어지고, 심하면 밤잠까지 달아난다.


최근 중국 드라마 '유성화원 2018' 촬영 현장에서 주연배우 왕학체가 다른 출연진의 단체방에서 제외된 채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국내외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단순한 연예계 스캔들처럼 보이지만, 이 사건이 이토록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 모두 어디선가 한 번쯤은 '그 방 밖'에 서 있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배제의 고통: 뇌는 거절을 '신체적 통증'으로 받아들인다


집단에서 밀려나는 경험이 단순히 기분 나쁜 일로 그치지 않는 데는 신경과학적 이유가 있다. 나오미 아이젠버거 미국 UCLA 심리학과 교수는 2003년 사이버볼(Cyberball) 실험에서 참가자들이 온라인 공 던지기 게임 도중 다른 플레이어들로부터 의도적으로 공을 받지 못하게 되었을 때 뇌의 전두대상피질(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부위는 신체적 통증을 처리하는 바로 그 영역이다.


즉, 단톡방에서 혼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우리 뇌는 그것을 손가락을 베이거나 무릎을 찧은 것과 거의 같은 방식으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별것도 아닌 일에 상처받았다'는 자책이 필요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뇌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을 뿐이다.


이 반응은 진화적으로도 설명된다. 인류가 집단에서 추방되는 것은 곧 생존 위협을 의미했다. 수만 년 전 홀로 초원에 남겨진 개인은 살아남기 어려웠기 때문에, 사회적 배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뇌가 살아남은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단톡방 하나쯤 빠졌다고 목숨이 위협받는 건 아니지만, 뇌는 아직 그 사실을 모른다.



집단 따돌림의 구조: '보이지 않는 따돌림'이 더 오래 남는 이유


직접적인 폭언이나 신체적 괴롭힘보다 은밀한 배제가 심리적으로 더 깊은 상처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 키플링 윌리엄스 미국 퍼듀대 심리학과 교수는 30년 이상 집단 따돌림 연구를 통해 '오스트라시즘(Ostracism)', 즉 의도적인 무시와 배제가 피해자의 존재 의미 자체를 위협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싫어한다는 신호가 아니라 '너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의 따돌림은 24시간 피해자를 따라다닌다는 점에서 오프라인보다 훨씬 심각하다. 학교나 직장에서 하루를 버티고 집에 돌아오면 잠시 숨을 쉴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 화면에는 자신만 빠진 사진과 대화들이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 2022년 연세대 심리학과 연구팀이 대학생 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온라인 배제를 경험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자존감 회복 속도가 평균 40% 더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왕학체 사건에서 대중이 분노한 것도 이 지점이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면서도 뒤에서는 철저하게 배제당하는 상황, 이른바 '눈앞에서의 따돌림'은 피해자가 자신의 감각을 의심하게 만드는 '가스라이팅'에 가까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나는 왜 그 사람을 밀어냈을까: 따돌림 가담자의 심리


따돌림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더라도 '그냥 있었던' 방관자 역시 심리적으로 가담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동조 압력(conformity pressure)'으로 설명한다. 집단 내 지위가 불안정한 사람일수록 주도자의 행동을 따라 함으로써 자신이 다음 표적이 되는 것을 막으려는 자기보호 기제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브레네 브라운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소속감'과 '적합성(fitting in)'을 명확히 구분했다. 진정한 소속감은 내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느낌인 반면, 적합성은 집단의 기준에 나를 맞추는 것이다. 따돌림 문화가 강한 집단일수록 구성원들은 소속감이 아닌 적합성을 좇으며 서로를 검열하고 배제한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빼거나, 점심 자리에서 슬쩍 제외시킨 경험이 있다면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정말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나 자신의 불안이 만들어낸 행동이었는지를.



배제의 상처에서 회복하기: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것


배제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의미 있는 연결 하나'를 찾는 것이다. 아이젠버거 교수 연구팀의 후속 실험에서 따돌림을 경험한 직후라도 단 한 사람과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눈 참가자들은 뇌의 통증 반응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크고 넓은 인간관계가 아니라 깊고 진실한 연결 하나가 훨씬 강력한 회복의 힘을 갖는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사회적 완충 효과(social buffering effect)'라고 부른다. 상처를 준 집단 전체를 향해 분노하거나, 스스로를 탓하며 곱씹는 것보다 지금 당장 나를 반겨줄 한 사람에게 연락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회복법이다.


혹시 지금 어딘가에서 혼자 남겨진 느낌이 든다면, 그 감각은 결코 나약함이 아니다. 뇌가 오랜 진화의 역사 속에서 새겨온 생존 본능이 울리는 신호일 뿐이다. 오늘 당장, 얼굴이 떠오르는 단 한 사람에게 먼저 안부를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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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5-27 07: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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