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한다는 뉴스가 뜨는 순간, 손이 먼저 움직인다. '지금 안 사면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어제까지만 해도 주식 앱을 열 생각조차 없었던 사람이 오늘은 종목 검색창을 두드리고 있다.
워런 버핏은 오래전부터 경고해 왔다. 단기 투자, 즉 감정에 휩쓸린 충동 매매야말로 투자자를 가장 빠르게 망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그런데 우리는 왜 그 경고를 머리로는 알면서도 손가락은 멈추지 못하는 걸까. 사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뇌의 구조 때문이다.
주식 시장이 뜨거워질수록 사람들의 뇌 속에서는 도파민 분비가 활발해진다. 도파민은 흔히 '쾌락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는 '보상 예측' 호르몬이다. 실제로 이익을 얻었을 때보다 '이익이 올 것 같다'는 기대감만으로도 도파민은 분비된다.
브라이언 넛슨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fMRI를 활용한 투자 행동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들이 수익 가능성이 높은 주식을 볼 때 뇌의 측좌핵(nucleus accumbens) 활성화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측좌핵은 중독과 충동을 관장하는 영역이다. 다시 말해, 급등하는 종목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 뇌는 이미 도박판 앞에 선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
문제는 이 흥분 상태에서 전두엽, 즉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영역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억제된다는 점이다. '지금 사도 될까'를 따지기 전에 '사야 한다'는 충동이 먼저 앞선다. 투자 전문가들이 '열기가 클수록 더 신중하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요즘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삼전닉스 못 담은 나만 벼락부자 기회 놓쳤나'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 이 한 문장 안에는 두 가지 강력한 심리 기제가 숨어 있다. 하나는 FOMO(Fear Of Missing Out), 즉 나만 뒤처진다는 소외 공포다. 다른 하나는 '이미 놓친 기회를 되찾아야 한다'는 손실 회피 본능이다.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손실 회피 이론을 통해 인간은 같은 금액의 이익보다 손실에서 약 2배 더 강한 감정 반응을 보인다고 밝혔다. 1만 원을 벌었을 때의 기쁨보다 1만 원을 잃었을 때의 고통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심리는 '기회를 놓쳤다'는 인식 자체를 손실로 치환해 버린다.
결국 FOMO와 손실 회피가 결합하면 '지금 당장 사지 않으면 더 큰 손실이 난다'는 착각이 완성된다. 냉정하게 따지면 아직 아무것도 잃지 않았는데, 뇌는 이미 손실 상태라고 판단하고 서두르게 만든다.
거래 대금이 두 달 만에 두 배로 뛰었다는 뉴스는 단순한 경제 지표가 아니다. 그것은 시장 전체가 집단적 흥분 상태에 빠져 있다는 심리학적 신호다. 솔로몬 애시 미국 스와스모어대 심리학과 교수의 동조 실험은 명백한 오답이라도 다수가 선택하면 개인이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주식 시장에서 '모두가 산다'는 신호는 그 어떤 분석보다 강력한 매수 압박으로 작동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사회적 증거(social proof)'라고 부른다. 로버트 치알디니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저서 '설득의 심리학'에서 사람들은 불확실한 상황일수록 타인의 행동을 정답으로 삼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주식 시장이 과열될수록 개인 투자자들의 판단은 더 흐려지는 역설이 여기서 나온다.
버핏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워하고, 두려울 때 탐욕스러워라'고 말한 건 단순한 격언이 아니다. 이것은 군중 심리를 거스르는 인지 훈련이 필요하다는 심리학적 조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완벽한 해답은 없지만, 심리학 연구들은 몇 가지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미국 시카고대 행동과학과의 연구에 따르면, 투자 결정을 내리기 전 '24시간 대기' 규칙을 적용한 그룹은 충동 매매 빈도가 38% 감소했다. 지금 당장 사고 싶은 충동이 밀려올 때, 하루만 기다리는 것이 생각보다 강력한 억제제가 된다.
또한 '투자 일기'를 쓰는 습관도 효과적이다. 왜 이 종목을 사려 하는지를 문장으로 적어보면, 그 이유가 뉴스 헤드라인 하나 때문인지, 진짜 분석에 근거한 것인지 스스로 확인하게 된다. 감정을 언어로 전환하는 순간, 전두엽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다.
오늘 증시 알림이 뜨거워 손가락이 근질거린다면, 잠시 앱을 닫고 '내가 지금 두려움 때문에 서두르고 있는 건 아닐까'하고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 짧은 질문 하나가 뇌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가장 빠른 방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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