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쁨에 중독되어 있다... 바쁨 중독과 무기력함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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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양원정(wonddol9334@naver.com)]

이미지 출처: pixabay


주말 오전, 아무 계획도 없다. 드디어 쉴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런데 침대에 누운 채로 두 시간이 지났고, 일어나기는커녕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히려 평일보다 더 무기력하다. 반대로 일이 몰릴 때는 신기하게도 운동 약속도 잡히고, 청소도 하게 되고 공모전 아이디어까지 떠오른다. 왜 우리는 바쁠 때 더 바빠지고, 쉴 때 더 늘어질까.

이것은 의지력의 문제도, 게으른 성격의 문제도 아니다. 심리학은 이 현상을 두 개의 서로 다른 메커니즘으로 설명한다. 하나는 '바쁨 중독', 다른 하나는 '무기력증'. 언뜻 반대처럼 보이지만, 두 현상은 통제감이 상실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척도다.

 


바쁨에도 중독될 수 있다


현대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할 일이 연속적으로 있으며, 빠르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이상적인 것으로 보기도 한다. 현대인은 끝없는 과제를 미덕처럼 인지하기도 하며 이렇게 되면 인간을 인간이 아닌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적인 측면이 강조되게 된다. 

10,000보를 걸어야 뿌듯할 수 있는 결과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량적인 수치와 상관없이 하나의 시도를 실천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숫자로 자신의 결과를 단정짓는 습관을 들이면 우리의 삶의 질은 하락하게 될 것이다.

미국 언론인 셀레스트 헤들리의 ‘바쁨 중독’에서는 능률적 인생이 더 큰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는 것은 어리석다고 하였다. 오히려 더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가 생산적인 도구로써 기능할 때, 부지런히 움직일 때만 쓸모가 있다고 느껴지기 마련이다. 정말 무서운 것은, 능률 숭배에 억압되어 있는 현대인이 바쁨에 중독되었는지조차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일이 없다는 것에 심리적 불편감을 느낄 정도의 사회에서 일을 일 자체로 즐기지 못하면 과제가 우리에게 안겨주는 목표가 사라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했는지보다 얼마나 하루를 만족감 있게 채웠는지를 더 중점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인간성에 도달하는 방법이다.

 


한가함이 오히려 더 힘든 이유: 무기력함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도 만나기 싫은 감정. 무기력의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우울증 및 번아웃의 전조증상이다. 심한 무기력증은 피로감이 크며, 인지가 좁아져 대부분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는 단순히 ‘노잼 시기’로 치부할 수 없고 심리적으로 많이 지쳐있다는 것의 증거다. 그리고 꿈과 현실 간의 차이를 느끼며 삶의 의미를 상실할 때도 우리는 무기력해지기 마련이다. 인간관계에서 받은 상처로 자존감이 낮아지는 등의 자신의 존재 가치를 부정 당하게 하는 사례도 마찬가지다. 

뇌과학적으로 무기력함은 뇌의 동기부여 시스템의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래서 무기력증을 겪는 사람들의 뇌를 관찰했을 때, 도파민 분비 회로가 비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무기력증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인지를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기력증이 하나의 병명으로 인정된 사례도 있다. 졸음증은 심한 졸음이 있어 방치하면 계속 자게 되는 상태를 의미하고, 만성피로증후군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심각한 피로감의 상태를 의미한다. 무기력함은 단순히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적 문제일 수도 있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신체 대사량을 높이기 위한 규칙적인 수면과 운동이 필수다. 또한, 자신의 현재 상태를 유심히 관찰하고 억지로라도 타인과의 접점을 만들어 상호작용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삶의 작은 부분이라도 자신만의 영역으로 구축해 삶의 통제권을 되찾는 것이다.

 


내 시간을 내가 살고 있다는 감각을 키울 것


우리는 결코 과거에 사는 존재도 아니고 미래에 사는 존재도 아니다. 현재의 나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과도하게 버거운 것을 자처하지 않아야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공허한 상태도 자처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스스로 묻는 습관이다.

결국 바쁨과 나태는 정반대의 개념이 아니다. 둘 다 ‘지금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과도하게 표출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바쁨은 공백을 외부 자극으로 채우는 형태이고, 나태는 그 공백 앞에서 멈춰버리는 형태다. 두 상태 모두 자기 자신과의 연결이 끊어졌을 때 나타나는 신호다. 진정한 휴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진정한 휴식은 내 의지로 선택한 것을 해내는 것이다. 그 선택이 아무리 작고 사소해 보여도, 스스로 결정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는 삶의 주도권을 조금씩 되찾을 수 있다.



 *참고문헌

1) 장은수, [장은수의 인문학 산책] 바쁨 중독,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culture/10603777

2) 장동선의 궁금한 뇌(2024.02.22.). “뇌과학자가 추천하는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가장 간단한 방법 | 삶의 통제권 가져오기 | 무기력과 우울증”. https://www.youtube.com/watch?v=j-J0dNs1sF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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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6-19 10: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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