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계정, 부계정, 그리고 또 다른 나 — Z세대의 멀티 페르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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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강미소 kmsan0407@naver.com]


“나만 보는 부계정이 있고, 친한 친구들만 모아둔 부계정, 그리고 사람들이랑 처음 인스타 교환할 때 쓰는 본계정이 있어.”


MZ세대 대학생들에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SNS일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세대별 SNS 이용 현황」에 따르면, Z세대가 SNS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55분으로 이는 연령대가 낮을수록 SNS 이용 시간이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모습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듯이 요즘은 “카카오톡보다 인스타 디엠을 더 많이 쓴다.“라고 말하는 대학생이 있을 정도로 젊은 세대는 매일 SNS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속의 나와 카카오톡의 나, 교수님 앞에서의 나는 과연 같은 사람일까? 이 현상은 ‘페르소나’라는 개념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페르소나란 카를 구스타파 융(Carl Gustav Jung)의 분석심리학에서 원형의 다섯 가지 유형 중 하나로, 라틴어로 가면을 의미한다. 개인이 타인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 즉 사회적 외적 인격이다. 개인이 가진 정체성을 어떠한 방식으로 표현할지에 따라 페르소나가 형성된다. 쉽게 생각하면 가족들 앞에서 나, 인스타 속의 나, 교수님 앞에서의 나는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에 매우 능숙한 대학생에게 멀티 페르소나가 왜 주목받고 있는 것일까? Z세대는 SNS를 단순한 소통 도구를 넘어 자기표현과 콘텐츠 소비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때 플랫폼마다 서로 다른 자아를 보여주게 되면서 멀티 페르소나 현상이 주목받고 있다. 


멀티 페르소나란 무엇인가?

멀티 페르소나란 단순히 상황에 맞게 외적 인격을 바꾸는 수준이 아니다. 오프라인은 물론이고 시공간을 초월한 SNS를 통해 다중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현상이다. 연구에 따르면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맨 처음 설정한 일관되고 대표적인 정체성에서 파생되어 만들어진 ‘복수의 가상 자아 분화 현상’으로 정의했다. (강소리 외, 2023) 다양한 상황,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따라 각기 다르게 자신을 보여주는 멀티 페르소나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대학생들의 SNS를 보면 자신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아이디, 닉네임, 아바타 등 가상의 캐릭터로 표현하거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서 부계정을 만들어 사용하는 등 다양한 멀티 페르소나로 활동하고 있다. 즉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대면으로 만나는 사람에 따라 자기의 모습이 달라지듯 오늘날 소셜 미디어에서도 여러 개의 계정을 만들어 사용해 계정마다 자신의 서로 다른 정체성을 투영해 활동하는 멀티 페르소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대학생에게 자아정체감 확립이 중요한 이유-에릭슨의 사회심리발달단계'

에릭슨의 심리사회발달이론에 따르면 대학생 시기에는 자아 정체감을 확립해야 한다. 이는 전 생애 발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생 과제 중 하나이다. 실제로 SNS가 대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송인덕(2023)의 연구에 따르면, 대학생 시기를 ‘본인의 능력을 바탕으로 한 사회 진출과 사회경제적 독립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발달단계를 거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이 시기에 만들어지는 자존감은 개인이 자신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이자, 긍정적 정체성과 부정적 정체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즉, 대학생은 초기 성인기의 발달단계에서 주체적인 정체성을 형성해야 하는 중요한 단계에 놓여 있다.

 

'대학생에게 유독 멀티 페르소나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일까?'

대학생들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취업 및 사회 진출에 대한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이에 따라 SNS 속 타인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동시에 이들은 전 세대 중 SNS 이용률이 가장 높고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결국 정체성 확립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겪는 대학생이 자신을 쉽게 바꾸고 공간을 분리할 수 있는 SNS를 하게 되면서, 여러 면에서 자신의 자아를 탐색하기 위한 멀티 페르소나라는 대응 방식을 타 세대보다 적극적으로 선택하게 된 것이다. 


'대학생에게 나타나는 멀티 페르소나의 구체적 특징'

대표적인 소셜 미디어인 인스타그램(Instagram)에서는 사진이나 게시물을 업로드할 때 1:1 비율의 정사각형 프레임과 AR 필터를 활용해 자신의 실제 얼굴이 아닌 가상 캐릭터의 이미지로 멀티 페르소나를 생성하여 자아를 표현한다. 더불어 개인 간의 친밀함에 따라 본계정과 부계정을 나눠 자신을 다르게 표현하기도 한다. 본계정은 연락이 끊긴 고등학교 동창이나 직장 상사, 동기 등 비교적 가벼운 사회적 인연들이 섞여 있어 일상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기보다 게시물을 업로드할 때도 부계정보다 더 많은 신경을 쓴다고 한다. 반대로 부계정은 존재를 숨겨 철저히 익명 프로필을 사용해 극소수의 친한 친구나 지인에게만 관계를 공유한다. 

 

이장근 외(2025)의 연구진 연구에 따르면 부계정 이용자들은 본계정보다 적극적이고 자유롭게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본계정은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자신의 이름과 관련된 아이디를 만들거나 프로필도 자신의 얼굴 사진을 올리지만, 부계정에는 프로필에 캐릭터 사진이나 뒷모습을 올리는 등 신원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렇게 개인은 각 계정에 따라서도 서로 다른 자아를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멀티 페르소나의 인식 차이는 계정을 운영하는 목적과 공개 여부에 따라 크게 2가지 유형으로 나뉜다(이장근 외, 2025, p.188). 사회적 시선과 평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본계정 이외의 새로운 부계정을 만들어 친한 지인들과만 소통하는 자기 보호형 이용자는 본계정보다 부계정 속 모습이 실제 자신과 더 가깝다고 평가한다. 반면, 자기 전시형 이용자는 자신의 취미나 능력을 공유해 널리 전시하는 용도로 공개 계정 형태인 부계정을 사용한다. 이들은 오히려 본계정이 실제 나와 더 가깝고 부계정은 나의 일부분을 확장해 보여주는 공간에 불과하다고 응답하는 양극화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나를 설명하고 싶은 욕구'


이런 본계정과 부계정을 이용하는 대학생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파편화하여 분류한다.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은 사적인 영역인 운동, 그림, 패션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면서 취미를 즐기는 자신을 ’부캐‘로 인식하고 기록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는 데 익숙하고 자아 탐색이 활발한 대학생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본캐와 다른 특별한 인물이나 상황이어야만 부캐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다. 사적인 영역에서 적극적인 태도로 즐기는 부캐를 만듦으로써 일상의 의미를 더욱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어가기도 한다. (김종선, 2021) 


하지만 이런 멀티 페르소나가 마냥 좋은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복잡한 인간관계가 얽힌 본계정에서 대학생들은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 설령 자신의 마음에 든 사진이나 표현도 자기검열 과정을 거친다. 어떤 대학생들은 이런 자기검열과 부담감에 아무런 게시물을 올리지 않기도 한다. 만들어진 가면을 오래 쓰면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이 과정에서 진짜 자신의 정체성과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 정체성 사이의 간극을 조율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과 피로를 느낄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SNS 속 멀티 페르소나가 타인과의 비교를 극대화해 전반적인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타인의 행복한 일상을 지속적으로 보고 ’나는 왜 이것밖에 안되지...” 같은 상향비교는 대학생의 자존감 저하와 심리적 안녕을 해칠 수 있다. 결국 자신을 다양하게 표현하기 위한 공간이 반대로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들어 스스로 하나의 페르소나에만 가두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나, 고유한 나'


멀티 페르소나 또한 나의 일부이지 전부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가면이 모든 나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하나의 가면에 집착하기보다 자신의 여러 가지 모습을 받아들여 자유롭게 가면을 바꿔 낄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가면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자아를 마음껏 탐색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진정으로 나 자신을 알아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참고문헌]

1) 송인덕. (2023).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대학생들의 심리적 안녕에 영향을 미치는 상향비교의 하부차원 탐색. 한국언론학보, 67(2), 79-116. 10.20879/kjjcs.2023.67.2.003

2) 이장근, 진페이진, 김관규. (2025). 그들은 왜 부계정을 이용하는가?: 소셜미디어상의 멀티페르소나 이용에 관한 연구. 사회과학연구, 32(1), 174-205. 10.46415/jss.2025.03.32.1.174

3) 강소리, 이다은, 이진. (2023). SNS 사용자의 멀티 페르소나 형성 연구 -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23(4), 103-114. 10.5392/JKCA.2023.23.04.103

4) 김종선. (2021). 인스타그램에 나타난 멀티 페르소나 패션이미지에 관한 연구- “부캐” 사례를 중심으로 -. 복식문화연구, 29(4), 603-615. 10.29049/rjcc.2021.29.4.603 

5) 김윤화. (2024). 세대별 SNS 이용 현황. KISDI STAT Report, 24(09). 정보통신정책연구원. https://stat.kis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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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6-19 10: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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