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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경민 ]


필자는 요즘 뮤지컬 동아리에 들어가서 음향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솔직히 배우기 전에는 타이밍에 맞춰서 효과음을 틀거나 마이크를 켜고 끄는 일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배워보니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많아서 놀랐다. 


우선 마이크에 들어오는 소리의 양을 조절하는 과정과 밖으로 내보내는 소리의 양을 조절하는 시스템이 완전히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는 것에 놀랐다. 보통 스피커를 통해 나온 소리가 다시 마이크로 들어가는 ‘하울링’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마이크로 들어오는 소리는 비교적 작게 유지한 채로 내보내는 소리의 양을 조절한다고 한다. 


또한, 주파수별로 소리를 세밀하게 구분해서 볼륨을 조절할 수 있는 ‘이퀄라이저’를 배울 때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곳에서는 이를 두고 한마디로 소리를 ‘깎는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거칠거나 불필요한 영역을 깎아내어 가장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드는 작업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우리 몸에 기본으로 탑재된 ‘천연 이퀄라이저’ 역할을 하는 부위가 있다. 바로 늘 얼굴 옆에 붙어 있는 귀다.



천연 이퀄라이저, 귓바퀴


우리는 머리 양옆으로 튀어나온 주름진 피부와 연골 조직을 그냥 귀라고 부르지만, 엄밀한 명칭은 귓바퀴다. 사막여우처럼 크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동물들의 귀에 비하면 인간의 귓바퀴는 작고 볼품없어 보이지만 그 성능은 매우 뛰어나다. 귓바퀴는 소리를 효과적으로 모아 특정 주파수 대역을 강화해주는 천연 증폭기 역할을 한다. 덕분에 우리는 비교적 작은 소리도 또렷하게 들을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듣는 소리는 수많은 주파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소리가 귓바퀴의 복잡한 주름과 골짜기를 통과할 때 어떤 음파는 서로 부딪혀 줄어들고 어떤 음파는 서로를 강화하며 형태가 변한다. 이 과정이 정확히 음향 기기의 이퀄라이저와 유사하게 작동한다. 귓바퀴의 주름들이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에 따라 저음이나 고음을 선택적으로 키우거나 깎아내는 것이다. 특히 인간의 귀는 일상적인 말소리 주파수를 가장 먼저 선별하여 잘 들리도록 세팅되어 있다. 


이처럼 인간의 청각은 정교하게 설계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조합으로 작동한다. 한편, 시각은 눈을 돌려 딱 지금 내 시야가 닿는 정면의 공간만 볼 수 있는 반면에, 청각은 시선이 미처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입체 감각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눈을 감고도 왼쪽 공간에서 나에게 조금 가깝게 떨어지는 소리, 아주 먼 곳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 심지어 내 등 뒤 6시 방향 먼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위치와 거리를 상당히 정확하게 추정해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소리의 위치를 이토록 귀신같이 알아맞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어디서 들린 것인지 귀신같이 알 수 있는 이유


비밀은 양쪽 귀 사이에 놓인 머리라는 거대한 장애물, 그리고 뇌의 미시적인 계산 능력에 있다. 소리는 초속 344m라는 속도로 공기를 타고 이동하는데, 오른쪽에서 소리가 나면 당연히 오른쪽 귀에 먼저 도착하고 머리를 돌아서 반대편 왼쪽 귀에 도달하기까지 아주 미세한 시간 차이가 발생한다. 머리 반대편까지 소리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0.5밀리초, 즉 1,000분의 1초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놀라운 점은 우리의 뇌가 이 0.5밀리초보다 훨씬 짧은, 무려 100만분의 1초 단위인 10~30마이크로초 사이의 극미세한 시간 차이까지 감지해낸다는 사실이다. 소리가 공기를 가르고 겨우 몇 밀리미터 이동할 때 생기는 찰나의 시차를 뇌가 실시간으로 포착하는 셈이다. 이 정밀한 시간 차 감지 능력 덕분에 우리는 어두운 방 안에서도 소리만 듣고 음원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낼 수 있다. 실제로 눈을 감은 상태에서 2m 앞에서 소리가 난다고 할 때, 겨우 7cm 정도의 간격을 두고 위치가 바뀌어도 우리 뇌는 그 소리가 어디로 움직였는지 정확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



우리 귀는 눈이 닿지 않는 곳까지 실시간으로 그려내고, 보이지 않는 공간에 형태와 거리를 부여한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듣고 있는 이 감각 뒤에는 생각보다 훨씬 정교한 계산이 숨어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1) 캐스파 헨더슨. (2024). <소리에 관한 책: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세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소리들>. 시간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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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6-19 10: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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