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사귀다 헤어졌다…장수 커플이 ‘더 아픈‘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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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사귀다 헤어졌다…장수 커플이 '더 아픈' 이유가 있다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14년 사귀다 헤어졌다…장수 커플이 '더 아픈' 이유가 있다


배우 정경호와 최수영이 14년간의 공개 연애를 마무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연예계 대표 장수 커플로 많은 사람의 응원을 받아온 두 사람이었기에 팬들의 충격이 더욱 컸다. 댓글창에는 '세상에 믿을 게 없다', '저 둘도 헤어지면 나는 어떡하나'라는 반응이 넘쳐났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오래 사귄 커플이 헤어졌다는 소식이 유독 더 충격적으로 느껴질까. 우리는 왜 남의 연애에 이토록 마음을 쏟고, 또 그 이별에 함께 흔들리는 걸까. 심리학은 그 이유를 꽤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타인의 사랑을 빌려 사는 마음: '관계 대리 만족'의 심리학


사람들이 유명인의 연애에 감정이입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파라소셜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라고 부른다. 미국 호턴과 월 연구자들이 1956년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실제로 아는 사이가 아님에도 미디어를 통해 친밀감을 형성하는 일방적 관계를 뜻한다. 지금의 SNS 시대에는 이 현상이 훨씬 강력하게 작동한다.


켄터키대학교 심리학과 조나단 터너 교수 연구팀이 2021년 성인 8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61%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이별 소식을 접했을 때 실제 지인의 이별 소식과 유사한 수준의 정서적 불편감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단순한 '팬심'이 아니라 뇌가 실제 인간관계에 준하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공개 연애를 오래 이어온 커플일수록 이 효과는 더 강하다. 정경호와 최수영처럼 14년간 대중에게 노출된 커플의 경우, 사람들은 그 관계를 자신의 기억 속 이정표처럼 저장해두게 된다. '내가 취업 준비할 때도 저 둘은 사귀고 있었지', '결혼할 것 같았는데'라는 감상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오래 사귈수록 더 아프다: '관계 투자 이론'이 설명하는 이별의 무게


오랜 연애가 끝날 때 당사자들이 느끼는 고통의 크기는 단순히 '그리움'의 문제가 아니다. 심리학자 캐릴 러스볼트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제안한 '투자 모델(Investment Model)'에 따르면, 관계에 쏟아부은 시간, 감정, 경험, 공유된 정체성이 많을수록 이별의 고통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단순히 상대를 잃는 게 아니라, 그 관계를 통해 형성된 '나의 일부'를 잃기 때문이다.


14년이라는 시간은 두 사람이 서로의 일상 언어, 습관, 농담, 미래 계획 속에 깊숙이 녹아들었음을 의미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아 확장(self-expansion)'이라고 부른다. 아서 아론 미국 스토니브룩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장기 연인 관계에서 사람들은 상대방의 특성, 자원, 관점을 자신의 자아 개념 안으로 통합하는 경향이 있다. 이별 후에 자신이 '반 쪼가리'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착각이 아니라 실제 심리적 현상인 셈이다.


대중이 장수 커플의 이별에 특히 흔들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저 둘도 안 되는데'라는 말 뒤에는 사실 '나의 관계도, 나의 믿음도 흔들린다'는 불안이 숨어 있다. 타인의 사랑을 자신의 희망으로 삼아왔던 셈이다.



헤어진 뒤 '좋은 동료'가 된다는 것: 성숙한 이별의 심리학


이번 결별 발표에서 두 소속사는 '좋은 동료로 남기로 했다'는 표현을 썼다. 이를 두고 '상투적인 말'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심리학적으로는 꽤 건강한 이별의 언어다. 감정적 성숙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관계의 형태를 바꾸는 과정에서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 캐럴 드웩 교수가 연구한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 개념을 이별에 적용하면, 관계의 종료를 실패로 보는 대신 변화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이후의 정서적 회복력을 높인다. 실제로 2019년 캐나다 워털루대학교 연구팀이 성인 3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이별을 '관계의 실패'가 아닌 '관계의 전환'으로 인식한 집단이 6개월 후 심리적 안녕감 점수가 평균 34.2% 더 높았다.


긴 연애 끝의 이별은 쉽지 않다. 하지만 두 사람이 쌓아온 14년의 시간이 이별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시간 동안 성장한 두 사람은 여전히 존재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계속 살아간다.



나의 이별도, 남의 이별도: 충격을 건강하게 다루는 방법


연예인 커플의 이별 소식에 예상보다 많이 흔들렸다면, 그건 당신이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 흔들림이 자신의 현재 관계나 미래에 대한 불안을 건드린 것은 아닌지 살펴볼 기회이기도 하다. 타인의 이야기가 나의 감정을 자극할 때, 그 감정의 진짜 주인은 종종 나 자신이다.


만약 지금 자신의 관계에서 막연한 불안이나 공허함을 느끼고 있다면, 파트너에게 오늘 하루 '당신과 함께여서 좋았던 한 가지'를 말해보는 건 어떨까. 화려한 14년이 아니더라도, 오늘 하루가 쌓여 관계는 깊어진다. 가장 단단한 사랑은 늘 아주 작은 일상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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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6-10 07: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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