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뉴스를 보다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또?' 배우 손승원이 다섯 번째 음주운전 혐의로 오늘 법정에 섰다는 소식이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무려 다섯 번이다. 연예인 최초로 '윤창호법'이 적용돼 실형까지 살고 나왔는데도 달라진 게 없었다.
우리는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왜 저러지?'라는 의문을 품는다. 의지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진짜로 고칠 수 없는 걸까. 심리학은 이 질문에 꽤 불편한 답을 내놓고 있다.
음주운전을 반복하는 사람에게 '의지력'을 탓하는 건 사실 절반만 맞는 말이다. 미국 듀크대학교 신경과학과 래리 스콰이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반복적인 행동은 전두엽(의식적 판단 영역)이 아니라 기저핵(자동화된 습관 회로)에 저장된다. 쉽게 말해,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행동이 수십 번 반복되면 그 자체가 하나의 '루틴'으로 뇌에 새겨진다는 뜻이다.
처음엔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판단이 개입하지만, 횟수가 쌓일수록 판단조차 생략된다. 뇌가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자동 모드로 전환해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습관 루프'다. 신호(음주) → 행동(운전) → 보상(무사히 집에 도착)의 회로가 강화될수록, 처벌의 기억은 희미해지고 보상의 기억만 남는다.
실형을 살고 나왔어도 다시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처벌은 일시적 억제제일 뿐, 뇌에 새겨진 자동화 회로 자체를 지우지는 못한다.
음주운전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나는 조심하니까 괜찮다', '이 정도 술로는 운전 충분히 할 수 있다'. 이건 무지가 아니라 뇌의 구조적 오류에서 비롯된 착각이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신경과학과 탈리 샤롯 교수는 인간의 뇌가 본능적으로 부정적 결과를 과소평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를 '낙관 편향'이라고 부른다.
샤롯 교수가 2011년 성인 약 2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참가자의 약 80%가 나쁜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 확률을 실제보다 낮게 추정했다. 음주 상태에서는 이 편향이 더욱 강하게 작동한다. 알코올 자체가 전두엽의 억제 기능을 떨어뜨려, '혹시 사고가 날 수도 있어'라는 경계 신호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음주운전은 나쁜 사람이 저지르는 범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뇌가 만들어낸 구조적 오류가 행동으로 이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이 점을 이해해야 효과적인 예방도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처벌을 강화하면 재범을 막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연구 결과는 회의적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처벌의 억제 효과가 '즉각성'과 '확실성'이 보장될 때만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음주운전은 단속될 확률 자체가 낮고, 처벌도 즉각 이뤄지지 않는다. 뇌는 불확실한 미래의 처벌보다 지금 당장의 편의를 선택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재범 방지에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방법은 행동 대체 훈련과 알코올 의존 치료의 병행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심리학과 린지 베커 교수 연구팀이 음주운전 재범자 312명을 5년간 추적한 결과, 인지행동치료와 단주 프로그램을 함께 받은 집단은 재범률이 38.4% 감소한 반면, 처벌만 받은 집단의 재범률은 6.1% 감소에 그쳤다. 차이가 무려 여섯 배가 넘는다.
처벌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뇌에 새겨진 자동화 회로를 끊으려면 전문적인 심리적 개입이 함께 따라와야 한다.
다섯 번째 음주운전 소식에 많은 사람이 분노를 느끼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다.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심리학과 조너선 하이트 교수는 도덕적 위반 행위를 목격할 때 인간은 내장이 뒤틀리는 듯한 '도덕적 혐오 감정'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반복적인 위반일수록, 그리고 가해자가 사회적 혜택을 누린 사람일수록 분노는 더 강하게 치솟는다.
그런데 동시에 우리는 피로감도 느낀다. '또 같은 뉴스네' 하고 스크롤을 내리는 순간, 우리는 이미 공감 피로 상태에 빠진 것이다. 이는 개인의 냉담함이 아니라, 반복적인 충격 자극에 뇌의 감정 회로가 감각을 낮추는 정상적인 보호 반응이다. 문제는 이 공감 피로가 사회 전체의 경각심을 낮추는 방향으로도 작동한다는 점이다.
오늘 이 뉴스를 읽은 당신이 느낀 한숨 한 번, 그 감정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으면 좋겠다. 주변에 음주 후 운전대를 잡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단 한 번이라도 더 말려보는 것이 그 어떤 처벌 강화보다 실질적인 예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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