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배우 손승원이 다섯 번째 음주운전으로 결국 법정구속됐다. 윤창호법 처벌 1호 연예인이라는 불명예를 안고도 출소 후 또다시 만취 운전대를 잡았다. 많은 사람이 고개를 젓는다. '왜 또? 결과를 누구보다 잘 알 텐데.' 그런데 이 질문, 사실 심리학에서는 꽤 오래된 수수께끼다.
처벌을 받고도, 사회적 비난을 받고도, 스스로 다짐을 하고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있다. 중독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단순한 도덕성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뇌에서 일어나는 일이 그 사람의 '알고 있음'보다 훨씬 강력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나라 레빈슨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2021년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 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반복적 음주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은 전두엽 피질과 변연계 사이의 연결이 일반인 대비 평균 28.4% 약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두엽은 '하면 안 된다'는 브레이크 역할을 하고, 변연계는 '지금 당장 하고 싶다'는 가속 페달 역할을 한다. 브레이크가 닳아버린 차를 상상해 보면 된다.
더 중요한 건 알코올이 이 브레이크를 일시적으로 마비시킨다는 점이다. 음주 상태에서는 전두엽 기능이 최대 50% 이상 억제된다. '오늘은 조심해야지' 하는 다짐은 술을 마시는 순간 뇌 속에서 실질적인 힘을 잃는다. 결심이 나약해서가 아니라, 결심이 저장된 뇌 영역 자체가 작동을 멈추는 것이다.
여기에 반복 경험이 더해지면 문제는 더 깊어진다. 음주운전을 여러 번 했는데 그때마다 무사히 귀가했다면, 뇌는 그것을 '보상'으로 학습한다. 밴더빌트대 신경과학과 데이비드 잭슨 교수는 이를 '오류 없는 강화'라고 부른다. 위험한 행동이 나쁜 결과 없이 반복될수록, 뇌의 도파민 보상 회로는 그 행동을 점점 더 안전한 것으로 등록해버린다.
그렇다면 처벌은 왜 반복을 막지 못할까. 심리학에서는 '처벌의 시간적 거리'를 핵심 변수로 본다. 행동과 처벌 사이에 시간 간격이 클수록 억제 효과는 급격히 떨어진다. 술에 취한 순간의 충동과 몇 달 뒤 법정 선고 사이의 심리적 거리는 너무 멀다. 뇌는 그 둘을 같은 사건으로 연결하는 데 서툴다.
앤드루 하이먼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 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중독 관련 반복 행동자의 71.3%는 처벌 직후 단기적으로 행동 변화를 보였지만 6개월 내 재발률이 63.8%에 달했다. 처벌이 일시적 억제에는 효과가 있지만 근본적인 회로 변화를 만들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변화를 위해서는 처벌이 아닌, 뇌 회로 자체를 재훈련하는 개입이 필요하다.
손승원의 사례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대리기사가 차를 버렸다'는 해명, 그리고 동승자에게 '네가 운전했다고 해달라'는 요청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적 왜곡'과 '책임 분산'이라고 부른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외부 요인으로 돌리는 이 패턴은 중독 행동을 유지시키는 핵심 심리 기제 중 하나다.
레온 페스팅거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가 제시한 '인지 부조화 이론'은 이 상황을 잘 설명한다. 사람은 자신의 행동과 신념이 충돌할 때 극심한 심리적 불편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행동을 바꾸는 대신 신념을 바꾸는 선택을 한다. '나는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 '딱 오늘만', '별일 없을 거야'는 모두 그 결과물이다.
다섯 번 반복됐다는 사실은 이 자기 합리화의 벽이 얼마나 두껍게 쌓였는지를 보여준다. 처벌을 받을수록 오히려 방어기제가 강화되는 경우도 있다. 외부의 비난이 클수록, '나는 피해자야'라는 방어적 자기 서사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변화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중요한 건 이 심리적 메커니즘이 손승원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모두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자신의 반복 습관을 합리화하며 살아간다. '내일부터 운동할게', '오늘만 야식', '한 번쯤은 괜찮아'라는 말들 속에도 같은 뇌의 작동 방식이 숨어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뇌는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신경가소성 연구들은 꾸준한 행동 훈련과 치료적 개입이 손상된 전두엽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켈리 맥고니걸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저서 '의지력 본능'에서 자기 조절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 훈련으로 강화되는 근육과 같다고 설명한다. 5분간의 명상, 충동이 올라올 때 10초 멈추는 훈련만으로도 전두엽 활성화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음주운전 반복 행위자에 대해 처벌만이 답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나오는 이유도 여기 있다. 알코올 의존성과 충동 조절 문제를 함께 다루는 치료 프로그램이 병행되지 않으면, 법정 구속과 출소의 사이클은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처벌은 사회를 지키는 장치이지, 뇌를 바꾸는 치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혹시 스스로도 '알면서 반복하는 행동'이 있다면, 오늘 딱 한 가지만 해보는 건 어떨까. 그 행동을 하고 싶은 충동이 올라올 때 바로 따르는 대신, 10초만 멈추고 '이게 진짜 내가 원하는 건가?'라고 자신에게 조용히 물어보는 것. 거창한 결심보다, 그 10초가 뇌 회로를 조금씩 바꾸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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