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지지말자! 수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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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경민 ]


       *생성형AI를 사용한 이미지입니다.


계절이 바뀔 때, 또는 날씨가 급변할 때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필자 같은 경우 그게 상당히 심했다. 갑자기 날이 더워질 때, 또는 갑자기 날이 추워질 때는 평균 수면 시간만큼 잤음에도 불구하고 일과시간에 심각하게 졸려서 곤란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 부쩍 날씨가 더워진 것이 느껴진다. 햇살은 따갑고, 낮 기온은 30도를 넘어가기 시작했다. 여름은 수험생들에게 달갑지 않은 계절이다. 특히 수능을 향해 달려가는 수험생이라면, 고3이 된 이후 수험기간의 약 절반을 지나가는 시점으로 몸도 마음도 느슨해지기 딱 좋은 시점이다.


얼마 전에 6월 모의평가가 끝난 걸로 안다. ‘내가 드디어 고등학교 3학년이라니’라는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했을 겨울방학, 그리고 열심히 공부를 해나가다, 드디어 N수생들까지 참전하는 6월 모의평가를 끝냈을 여러분에게 우선 정말 수고했다는 말을 진심으로 전하고 싶다.


나의 고3 시절을 돌아보면 ‘공부를 열심히 했다’라기 보다는,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공부를 안 했다는 것은 아니었고 나름 열심히 했다. 하지만 사실 그걸로 인해 힘들었다기보다는,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나의 마음을 혹사시켰던 것이 있었던 것 같다. 수험생활이라는 것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가뜩이나 힘든 시간에 내가 나를 보살펴주지 않고 혹사시킨다면 더더욱 힘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나에게 가장 가혹한 적이 될 때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왜 그렇게 스스로에게 너그럽지 못했을까. 모의고사 점수가 조금만 떨어져도 인생이 전부 무너져 내릴 것처럼 스스로를 몰아세웠고, 계획했던 플래너의 체크리스트를 하나라도 채우지 못한 날에는 죄책감이 심하게 들기도 했다. 몸이 피곤해서 잠깐 눈을 붙이는 그 짧은 순간조차 ‘남들은 이 시간에도 책을 보고 있을 텐데’ 하는 불안감이 들었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가혹한 자기 비판(Harsh Self-Criticism)’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흔히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강하게 몰아붙여야만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불안과 공포를 동력 삼아 앞으로 나아가려는 것이다. 하지만 심리학적 연구들은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자기 비판이 심해질수록 뇌의 위협 반응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과다 분비된다. 결과적으로 이는 전두엽의 기능을 저하시켜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는 무기력감과 번아웃을 초래할 뿐이다.


즉, 내가 나를 혹사시키는 것은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가뜩이나 더위에 지친 뇌를 더 빨리 지치게 만드는 지름길이었던 셈이다.



여름철 슬럼프와 ‘전부 아니면 전무’의 함정


여름이 되면 누구나 신체적으로 지친다. 습도가 높아지고 기온이 올라가면 우리 몸은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된다. 공부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에너지를 소모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당연히 집중력은 흐려지고, 겨울이나 봄에 비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 대비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때 많은 수험생이 빠지는 인지적 오류가 있다. 바로 ‘전부 아니면 전무한 사고(All-or-Nothing Thinking)’, 즉 흑백논리다. ‘오늘 날씨 때문에 집중을 망쳤네. 이번 달은 이미 글렀어.’ ‘오늘 공부는 실패야.’


하루의 일부분, 혹은 계획의 아주 작은 틈새 때문에 오늘 하루 전체를, 나아가 나의 수험생활 전체를 실패로 규정해 버리는 것이다. 완벽하게 해내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무기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뜨거운 여름볕 아래서 얼음이 녹아내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듯, 지치고 집중력이 흐려지는 것 역시 당신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생체 리학적 자연스러움이다. 오늘 한 시간이 흐트러졌다고 해서, 남은 열 시간이 전부 무가치해지는 것은 아니다.



완벽함 대신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힘으로


수능 날 대박을 터뜨리는 사람은 '단 한 번의 슬럼프도 없이 완벽하게 공부한 사람'이 아니다.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끝까지 가는 사람은 '여름이라 지치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잠드는 사람'이다.


플래너에 적힌 10가지 일과 중 3가지밖에 하지 못했더라도, 그 3가지를 해낸 자신을 칭찬해 주자. 7가지를 못한 것에 괴로워하며 밤을 새우는 것보다, 3가지를 해낸 피로한 몸을 토닥이며 따뜻하게 재워주는 것이 내일의 4가지를 해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햇살이 아무리 따갑고 기온이 30도를 웃돌아도, 결국 계절은 흐르고 가을은 오기 마련이다. 지금의 이 무더위도, 그리고 여러분을 짓누르는 이 무거운 수험생활의 공기도 결국은 지나갈 시간의 한 페이지일 뿐이다.


그러니 부디, 가뜩이나 힘든 이 여름날에 자기 자신까지 가혹하게 대하며 마음을 혹사시키지 말자. 지치면 잠깐 시원한 물 한 잔 마시며 쉬어가도 좋다. 내가 나를 귀하게 여기고 보살펴줄 때, 우리의 뇌도, 마음도 비로소 지치지 않고 끝까지 달릴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얻는다.


여름에 지지 말자, 수험생 여러분. 

여러분의 지친 하루 끝에는 항상 스스로를 향한 따뜻한 격려가 머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참고문헌

1) Zuroff, D. C., et al. (2019). The Clinical Trait Self-Criticism and Its Relation to Psychopathology.

2) 이우경, , 학지사,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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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6-24 10: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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