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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대형 쇼핑몰 한가운데 서 있어도 왠지 살 게 없다는 느낌, 한 번쯤 받아본 적 있을 것이다. 진열대마다 물건은 넘쳐나는데 정작 '나를 위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이상한 공허함. 요즘 MZ세대가 백화점을 떠나 골목 구석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화재와 코로나 위기를 잇달아 겪은 대구 서문시장이 최근 MZ세대의 성지로 떠올랐다. 윤정희 대구시 민생경제과장은 '서문시장의 부활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소비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심리학자들은 이 현상 뒤에 훨씬 더 깊은 인간의 욕구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심리학에는 '유일성 욕구(Need for Uniqueness)'라는 개념이 있다. 미국 템플대학교 심리학과 C. R. 스나이더 교수가 제안한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타인과 지나치게 비슷해질 때 심리적 불편함을 느끼고, 자신을 차별화하려는 본능적 충동을 갖게 된다. 대량 생산된 기성품이 세상을 뒤덮을수록 '나만의 것'에 대한 갈망은 오히려 더 커진다.
이 욕구는 단순한 허영심이 아니다. 2019년 미국 소비자심리학회지에 게재된 연구에서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3%가 '나를 표현하는 제품을 구매할 때 자존감이 올라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답했다. 소비가 단순한 구매 행위를 넘어 자아 표현의 수단이 된 것이다.
전통시장의 수제 제품, 장인이 빚은 도자기, 할머니 손맛이 담긴 반찬은 어디서나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이건 나만 아는 것'이라는 감각이 MZ세대를 골목 안쪽으로 끌어당기고 있는 셈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노튼 심리학 교수 연구팀은 2012년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직접 조립한 가구와 완제품 가구에 대한 소비자의 애착을 비교했더니, 직접 조립한 쪽에 무려 5배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이를 '이케아 효과'라고 명명했다. 내 손이 닿은 것, 혹은 누군가의 손이 닿은 것이라는 사실만으로 물건의 심리적 가치가 폭발적으로 올라간다.
전통시장의 물건들은 바로 이 '진정성(Authenticity)' 신호를 강하게 발산한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만들었다는 사실, 그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느낌이 소비자에게 강한 심리적 만족감을 준다. 신시내티대학교 마케팅학과 리사 볼튼 교수는 '소비자들이 진정성을 지각할 때 구매 후 죄책감이 낮아지고 만족도는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특히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MZ세대에게 장인의 손길이 깃든 물건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흔들리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심리적 닻의 역할을 한다.
요즘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경험'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소비자행동연구소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18세에서 35세 소비자의 74%가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에 더 높은 충성도를 보인다고 밝혔다. 대형 유통 플랫폼이 알고리즘 추천으로 이를 흉내 내려 하지만, 전통시장 상인이 단골손님의 취향을 외우고 말을 건네는 방식에는 당해낼 수가 없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개인 인정(Personal Recognition)' 욕구로 설명한다. 내가 특별한 존재로 대우받는다는 느낌은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그 공간과 경험을 다시 찾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 전통시장의 어수선하고 좁은 통로, 상인과 나누는 짧은 눈빛과 농담 한마디가 차갑고 효율적인 대형 쇼핑몰이 줄 수 없는 것을 채워주는 것이다.
결국 MZ세대가 전통시장을 선택하는 것은 단순한 복고 취향이 아니다. '나를 나답게 해주는 소비'를 찾아다니는, 지극히 현대적인 심리적 탐색이다.
다음번 쇼핑에서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 잠깐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 물건이 갖고 싶은 건지, 아니면 이 물건이 만들어주는 나를 갖고 싶은 건지.' 심리학자들은 소비 동기를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더 높은 만족감과 낮은 후회를 경험하게 된다고 말한다.
가까운 전통시장을 한 번 걸어보는 것도 좋다. 살 것이 없어도 괜찮다. 상인과 눈을 맞추고, 낯선 물건을 손으로 만져보는 그 경험 자체가 이미 지친 자아에게 작은 선물이 될 수 있다. '나만의 것'을 찾는 여정은 사실 쇼핑이 아니라 나를 탐색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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