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내가 사는 공간이, 내가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그 집이 누군가의 표적이 된다면 어떨까. 배우 김규리의 자택에 강도가 침입했고, 방송인 서동주의 집에도 무단침입 피해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 유명인이기에 더 위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프로파일러 표창원은 이 사건에 대해 '드문 사례'라며 충격을 표했다. 단순한 절도나 우발적 범행과는 다른 무언가가 이 사건에 깔려 있다. 왜 범죄자는 연예인의 집을 노릴까. 그 심리 속으로 들어가 보자.
심리학에서는 이를 '준사회적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로 설명한다. 미국 호르턴과 월 연구팀이 1956년 처음 개념화한 이 이론에 따르면, 시청자는 미디어를 통해 연예인을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실제 관계에 가까운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문제는 이 감정이 완전히 일방적이라는 점이다.
양방향 소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뇌는 '나는 저 사람을 안다'고 착각한다. 이런 착각이 심해지면 상대방의 일상 공간, 즉 집에 접근하는 것을 허락된 행위처럼 느끼는 단계까지 나아간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연예인에 대한 준사회적 관계가 강해질수록 상대의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죄책감 역시 희미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표창원은 이번 사건의 범인이 '다른 연예인을 보고 이 사람도 내 스타일인데 라고 느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는 단순한 물질적 탐욕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왜곡된 소유감이 범행 동기에 개입했음을 시사한다.
범죄심리학에서는 이런 유형의 범행이 갑작스럽게 발생하지 않는다고 본다. 그 전에 반드시 '연성화 과정(desensitization process)'이 존재한다. 처음에는 SNS로 일상을 추적하고, 다음엔 자주 가는 카페 앞을 서성이고, 어느 순간 거주지까지 특정하는 식이다. 경계를 하나씩 넘을 때마다 죄책감은 줄고 대담함은 커진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심리학과 조슈아 포스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유명인을 타깃으로 한 스토킹 범죄자의 약 62%는 범행 전 온라인 공간에서 장기간 대상을 관찰하는 단계를 거쳤다. 이 기간 동안 범죄자는 자신의 행동을 범죄가 아닌 '관계의 연장'으로 합리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예인의 경우 일반인보다 거주지 노출 위험이 높다. 자택 주변 배경이 담긴 사진, 인근 카페 인증샷, 특정 동네를 암시하는 발언 등이 범죄자에게는 정보가 된다. 무심코 올린 일상 콘텐츠가 누군가에게는 지도처럼 활용되는 것이다.
영국 서섹스대 심리학과 그레이엄 데이비 교수는 자택 침입 피해를 경험한 사람들이 일반 폭행 피해자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2021년 발표했다. 연구 대상 성인 520명 중 71.4%가 침입 피해 이후 6개월 이상 집 안에서도 불안감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이는 애착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인간에게 '집'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심리적 안전 기지다. 영국 정신분석가 존 볼비가 제시한 안전 기지 개념에 따르면, 이 기지가 훼손될 경우 인간은 세상 전체에 대한 기본 신뢰감을 잃는 충격을 경험한다. 피해자가 범행 직후 겪는 극심한 불안은 단순한 재산 피해를 훨씬 넘어선다.
공인이라는 이유로 피해를 축소하거나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기는 시선은 2차 피해로 이어진다. 유명인도 자신의 삶과 공간에 대해 보호받을 권리가 있으며, 그 피해의 심리적 무게는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
이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범죄심리학자들은 공인과 팬 모두에게 '건강한 경계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팬의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사람의 일상에 과도하게 몰입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 관심이 상대방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깊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나 역시 매일 특정 연예인의 동선을 추적하거나, 거주지를 알아내려는 충동을 느낀 적 있다면 솔직하게 자신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 감정이 '팬심'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더라도 상대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다. 좋아하는 감정 자체는 아름답지만, 경계를 넘는 순간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침해가 된다.
오늘 당장 내가 팔로우하는 계정의 일상 게시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한 번쯤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관심과 집착 사이의 선을 인식하는 것, 그것이 누군가의 일상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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