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열심히 일한다. 밥도 아끼고, 커피도 참는다. 그런데 통장 잔고를 보면 뭔가 이상하다. 분명히 노력했는데, 왜 나는 제자리인 것 같을까. '내가 뭘 잘못한 걸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도는 밤이 있다.
여성경제신문이 보도한 '30조 청년정책에도 커지는 박탈감' 기사에서 한 20대 직장인은 이렇게 말했다. "월급을 받아 생활은 하지만 자산을 모아 집을 산다는 것은 현실감이 없다." 이 한 문장이 지금 수많은 청년의 마음을 대변한다. 그런데 심리학자들은 이것이 단순한 푸념이 아니라고 말한다. 박탈감은 뇌에 실제로 흔적을 남긴다.
나오미 아이젠버거 미국 UCLA 심리학과 교수는 2003년 연구에서 사회적 배제가 뇌에서 물리적 통증과 동일한 영역인 전측대상피질을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즉,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는 느낌은 실제로 아픈 것과 같다는 의미다. 뇌는 사회적 불평등을 신체적 위협과 같은 수준으로 처리한다.
특히 청년 세대가 느끼는 박탈감은 '상대적 박탈감(relative deprivation)'이라는 심리적 현상과 맞닿아 있다. 내가 가진 것이 적어서가 아니라, 주변과 비교했을 때 격차가 크다고 느낄 때 더 강하게 작동하는 감정이다. SNS 피드에서 또래의 집들이 사진, 해외여행 일상을 매일 접하는 현대 청년에게 이 감정은 더욱 증폭된다.
월터 미쉘 미국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노력과 보상 사이의 연결고리가 끊겼다고 인식할수록 무력감이 심화된다. 아무리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학습된 무기력감이 쌓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리언 페스팅거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가 1954년 제시한 '사회비교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며 자아를 평가한다. 문제는 비교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나보다 조건이 좋은 사람과 비교하는 '상향 비교'가 반복될수록 자존감은 하락하고 만성적 불만족이 자리 잡는다.
2022년 영국 배스대 심리학과 아미 오던 연구팀이 성인 2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SNS 이용 시간이 하루 2시간을 넘는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경제적 박탈감을 51.3% 더 강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인의 성공이 실시간으로 피드에 흘러드는 환경은 상향 비교를 일상으로 만든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비교가 현실을 왜곡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SNS에 가장 좋은 순간만 올린다. 우리는 남의 하이라이트와 내 일상을 비교하고 있는 셈이다.
마틴 셀리그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 개념을 통해, 반복되는 실패 경험이 어떻게 개인의 의지 자체를 꺾는지 설명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집값은 오르고, 자산 격차는 벌어지는 현실에서 청년들은 '내가 뭘 해도 안 되는구나'라는 인식을 학습하게 된다. 이 무기력감은 우울, 불안, 번아웃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밟는다.
그런데 모든 청년이 무기력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분노로 방향을 전환한다. 제프리 코헨 미국 스탠퍼드대 교육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2021년 '사회적 불평등 인식과 정서 반응' 연구에서, 불평등의 원인을 개인 탓이 아닌 구조 탓으로 귀인하는 사람일수록 무기력 대신 분노를 경험한다고 밝혔다. 어느 쪽이든 장기적으로는 정신 건강에 부담을 준다.
중요한 것은 이 감정들이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라는 점이다.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지극히 정상적인 심리적 반응이다.
심리학자들이 공통으로 권장하는 방법 중 하나는 비교 대상을 바꾸는 것이다. 타인이 아닌 '과거의 나'와 비교하는 '시간적 비교'는 자존감을 높이고 현실 회복 탄력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년 전보다 내가 무엇을 더 알게 됐는지, 어떤 관계가 깊어졌는지를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뇌의 보상 회로가 다르게 반응하기 시작한다.
또한 '통제 가능한 영역'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론 벡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정신의학과 명예교수의 인지행동치료 이론에 따르면,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에 에너지를 쓰는 것 자체가 무기력을 강화한다. 오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것 하나, 예를 들어 15분 일찍 일어나거나, 새로운 것 하나를 배우는 것에 집중하면 통제감이 서서히 회복된다.
지금 당장 SNS를 하루만 쉬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남의 집들이 사진이 아닌,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 박탈감은 비교에서 시작되지만, 회복도 결국 내 삶을 다시 바라보는 작은 시선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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