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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진심으로 반성하며 살겠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서 고개를 숙이던 그 얼굴이 아직 기억에 선한데, 어느 날 SNS에 새 사진이 올라온다. 팬들 앞에 서고, 무대 위에 서고, 카메라 앞에 선다. 은퇴 선언을 번복하고 돌아온 연예인의 뉴스를 볼 때마다 드는 그 묘한 감정, 당신만 느끼는 게 아니다.
최근 논란 연예인들의 '부메랑 복귀'가 연이어 화제가 되고 있다. 2019년 논란 이후 은퇴를 선언했던 한 남성 가수가 수감 생활을 마치고 2년 만에 일본 팬 플랫폼을 통해 슬그머니 복귀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공개적으로 선언한 은퇴를 번복하는 심리,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대중의 복잡한 감정에는 어떤 심리학이 숨어 있을까.
심리학에서 '도피 반응(avoidance response)'은 감당하기 어려운 자극에서 벗어나려는 가장 원시적인 생존 본능 중 하나다. 논란이 터졌을 때 연예인이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은퇴는, 냉정하게 보면 진심 어린 결단이기보다 극도의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심리적 탈출구에 가까울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심리학과 다처 켈트너 교수는 공개적 사과와 은퇴 선언을 연구하며 "극심한 사회적 비난에 노출된 개인은 단기 압박을 줄이기 위해 즉각적이고 과장된 자기 희생적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선언이 진정성 있는 내면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경우, 위기 상황이 완화되면 원래의 동기, 즉 무대에 서고 싶은 욕구, 팬의 환호를 원하는 욕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퇴를 선언했다가 복귀한 연예인들의 패턴을 살펴보면, 복귀 시점이 여론이 다소 가라앉은 직후거나, 국내가 아닌 해외 무대를 우선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비난의 강도가 줄어든 틈을 심리적으로 인식하고 복귀를 시도하는, 계산된 것이든 무의식적인 것이든, 전형적인 회피 후 재접근 패턴이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이 제시한 자아정체성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역할과 정체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때 강렬한 심리적 혼란을 경험한다. 수십 년간 무대 위에서 정체성을 형성해 온 연예인에게 '은퇴'란 단순히 직업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핵심을 잃는 경험과 같다.
영국 라프버러대학교 심리학과 제이미 심프슨 교수는 2021년 스포츠 선수와 공연 예술가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직업적 정체성이 강할수록 은퇴 이후 우울감과 공허감을 경험할 확률이 일반인보다 2.7배 높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연예인 역시 무대와 카메라를 통해 자아를 확인해 온 사람들이기에, 그 공간에서 완전히 떠나는 것 자체가 심리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된다.
나는 누구인가, 무대 없이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이 질문 앞에서 많은 연예인들이 결국 복귀를 선택한다. 대중의 비난보다 자신이 없어진 것 같은 공허함이 더 참기 힘든 것이다.
이 문제를 연예인 개인의 심리만으로 설명하면 절반밖에 본 것이 아니다. 복귀를 가능하게 만드는 데는 대중의 심리도 작동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도덕적 허가 효과(moral licensing effect)'라는 개념이 있다. 과거에 충분히 비난하고 응징했다고 느끼면, 이후에는 오히려 그 대상을 다시 받아들이는 것에 관대해지는 현상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베노이트 모닌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한 번 도덕적 판단을 내렸다고 느낄 때 이후 동일 대상에 대한 판단 기준이 낮아지는 경향이 73%의 실험 참가자에게서 나타났다. "이미 충분히 혼났잖아", "시간도 지났으니 이제 됐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팬덤 심리까지 더해진다. 오랫동안 애정을 쏟은 대상에 대한 감정적 투자가 크면 클수록, 복귀 소식에 다시 반응하는 속도도 빠르다. 논란의 경중을 넘어 과거의 좋았던 기억과 감정이 판단을 앞서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진정한 변화를 입증하는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시간과 행동이라고 강조한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사회심리학과 에이미 커디 교수는 신뢰 회복 연구에서 "한 번 깨진 신뢰는 말로 회복되지 않는다. 일관된 행동이 반복될 때만 뇌는 그 대상을 다시 안전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공개 사과와 은퇴 선언이 넘쳐나는 연예계에서 대중이 점점 냉소적으로 반응하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누군가의 복귀 소식에 화가 나는 것도, 그래도 한 번 더 지켜보고 싶은 것도 모두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다만 그 감정을 인식하면서 선언이 아닌 행동의 변화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대응 방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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