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의 새로운 촉각 안정제: 손끝으로 떠나는 미니 도피처
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양원정(wonddol9334@naver.com]

직접 구매한 말랑이



손끝에서 시작되는 작은 유행


요즘 SNS를 켜면 누군가의 손가락이 키보드 키캡을 연달아 눌러대는 영상, 혹은 말랑한 스퀴시를 짓눌렀다가 천천히 복원되는 영상을 어렵지 않게 마주치게 된다. '딸깍', '콰자작' 하는 짧은 소리와 함께 반복되는 압축과 복원의 과정은 영상을 보는 사람에게도 묘한 대리 만족감을 안겨준다. 실제로 이런 영상들은 수십만에서 수백만 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하나의 콘텐츠 장르로 자리 잡았다. 키캡 키링, 스트레스 볼, 슬랑이, 스퀴시 등 손으로 누르고 만지는 작은 장난감들이 ‘스트레스 해소템’으로 불리며 소비 트렌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유행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현대인이 일상 속에서 감각적 자극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는 보편적인 욕구가 자리하고 있다.

 


왜 누르고 만지고 부수는가: 감각이 불안을 잠재우는 방식


스트레스를 손톱 물어뜯는 행위나 발을 떠는 행위 등으로 표출할 수 있지만, 현재는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제품이 많이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말랑이와 키캡이 큰 유행을 이끌고 있다. 스트레스 해소 제품은 일상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긴장과 불안을 완화하고 안정감을 높이기 위해 설계된 도구를 의미한다. 원래는 ADHD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지금은 특정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조작 방식에 따라 이를 자유형, 정형 제품으로 나눌 수 있는데 자유형은 유연하고 비정형적 조작 방식을 특징으로 하여 이의 예로 말랑이, 스트레스볼, 스퀴시 등이 있다. 정형 제품은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조작 방식을 기반으로 피젯스피너, 팝잇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아네트 존스 에이어스의 통합이론에 따르면, 촉각 자극은 감각 자극의 핵심적 요소로 주목된다. 무언가를 만지면서 우리의 뇌로 전달되는 감각 정보를 적절히 처리하는 것이 감정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이론은 본래 발달 장애 아동의 감각 처리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고안되었지만, 현재는 일반 성인의 스트레스 반응을 이해하는 데에도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말랑이나 키캡을 통한 반복적 행위는 다양한 촉각적 경험을 제공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며 긴장 상태를 완화하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한다는 사실은 이 이론적 배경에서도 충분히 뒷받침된다.

실제로 말랑이와 같은 스트레스 해소 제품의 효과를 분석한 국내 논문에서 자유형 제품은 조작 방식의 자유도가 높아 몰입감을 높일 수 있고, 정형 제품은 즉각적인 만족감을 제공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조작 방식의 유연성이 사용자 몰입감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조작 방식이 자유로운 자유형 제품일수록 심리적 안정감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더 극적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이는 개인의 감각 선호도가 제품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향후 자신에게 맞는 스트레스 해소 제품을 고르는 커스텀 형식으로 발전될 가능성도 충분히 엿보인다.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 제품이 도시를 살린다고?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고 긴장 상태를 완화하는 심리적인 장점만 있을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 제품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 현대인들의 취미 생활 중 하나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백화점이나 교보문고에서 자신이 원하는 모양으로 꾸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키캡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나 팝업스토어가 운영되기도 한다. 그리고 발을 잘 들이지 않던 아주 작은 시장의 문구점을 가서 희귀한 말랑이를 찾는 것도 하나의 취미가 되었다.

완구류 도매상이 모여 있는 동묘 빈티지 골목에 방문객이 많이 찾아와 자신의 취향을 사로잡는 말랑이를 찾고 근처 식당 등의 상권까지 방문하게 되기도 한다. 지난 5월 주말에는 실제로 창신동 장난감 거리와 동묘 빈티지 거리에 많은 인파가 모여 들었고 아이들뿐만 아니라 청년들까지 동심으로 돌아가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 귀여운 장난감을 고르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처럼 작은 소비 행위 하나가 오랫동안 침체되어 있던 골목 상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문화적 매개체가 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작은 행위가 만드는 심리적 만족감


결국 키캡과 스퀴시 열풍은 거대한 심리적 메커니즘이라기보다, 일상 속 작은 '심리적 완충지대'를 향한 욕구로 읽을 수 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손안에 쥔 작은 물건만큼은 내가 원하는 대로 누르고 조절할 수 있다는 통제감 자체가 우리에게 작은 위로가 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지각된 통제감'이라고 부르는데, 사소한 행위라도 스스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경험이 불안 수준을 낮추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한다고 본다. 키캡 하나를 딸깍 누르는 순간, 우리는 아주 잠깐이나마 세상의 속도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리듬을 되찾는 셈이다. 그리고 이는 개인적인 만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 조용하던 동네 시장 거리에까지 남녀노소의 웃음소리로 가득 차게 만든 기회이기도 했다.



*참고문헌

1) 이예린, 김보연. 「스트레스 해소 제품의 사용자 경험 비교 연구- 자유형과 정형 제품을 중심으로 -」. 사단법인 한국브랜드디자인학회, 통권 73호 p.207-220.

2) 강대호. [도시탐험, 소확행의 공간]① 어른이와 말랑이가 띄운 창신동 장난감 거리. 오피니언뉴스. https://www.opinio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9173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12642
  • 기사등록 2026-06-29 18:24:1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