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턱까지 차오르는데 왜 또 뛰고 싶지?"… 달리기가 주는 중독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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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데 왜 또 뛰고 싶지?"… 달리기가 주는 중독의 심리학


힘들게 5킬로미터를 완주하고 나서 쓰러지듯 앉았는데, 신기하게도 내일 또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 있는가. 숨은 가쁘고 다리는 욱신거리는데, 달리고 난 직후의 그 기분만큼은 묘하게 짜릿하다. 요즘 전국 공원마다 러너들이 넘쳐나고, 마라톤 대회 참가 신청은 오픈과 동시에 마감된다.


KBS 1TV '이슈 PICK 쌤과 함께'에서 서울대 김기한 교수는 "달리기는 인간이 생존을 위해 선택한 진화적 전략"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고통스러운 달리기를 자꾸만 찾게 되는 걸까. 심리학이 그 답을 알고 있다.



러너스 하이의 정체: 뇌가 만들어내는 황홀감


달리기 중 일정 거리를 넘어서면 갑자기 몸이 가벼워지고 기분이 고양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른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이 현상이 엔도르핀 때문이라고 믿었지만, 최근 연구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한다.


요하네스 파이퍼 독일 울름대학교 신경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2021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러너스 하이의 핵심 물질은 엔도르핀이 아니라 엔도카나비노이드다. 뇌 속 대마 수용체에 결합하는 이 물질은 불안을 낮추고 행복감을 끌어올리며, 통증에 대한 민감도를 현저히 떨어뜨린다. 마치 뇌가 스스로 천연 진통제를 분비하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효과가 달리기를 마친 뒤에도 수 시간 동안 지속된다는 것이다. 힘든 운동이 끝난 후 오히려 기분이 맑고 차분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뇌는 이 쾌감을 기억하고, 다음에도 같은 보상을 얻기 위해 달리기를 다시 찾도록 신호를 보낸다.



고통인데 왜 계속할까: 고통과 보상의 역설적 연결


심리학에서 이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 있다. 바로 '노력 정당화(Effort Justification)'다.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힘든 과정을 거쳤을 때, 그 목표의 가치를 더 크게 느끼는 심리적 편향이다. 엘리엇 아론슨 미국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의 고전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힘들게 얻은 것일수록 더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5킬로미터를 완주했을 때의 성취감은 5킬로미터가 쉬웠기 때문이 아니라, 힘들었기 때문에 더 크게 느껴진다. 뇌의 보상 회로는 단순히 즐거운 경험뿐 아니라 고통을 극복한 경험에도 강하게 반응한다. 이것이 달리기를 반복하게 만드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켈리 맥고니걸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 강사는 저서에서 신체적 도전이 스트레스 호르몬을 오히려 회복탄력성의 도구로 전환시킨다고 설명했다. 달리기가 힘들수록 그 경험이 뇌에 더 깊이 각인되고, 다음번 도전을 향한 동기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혼자 뛰는데 왜 연결감이 생길까: 러닝 크루의 심리학


요즘 달리기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다. 러닝 크루, 페이스메이커, 함께 뛰는 대회 참가자들과 나누는 유대감이 달리기의 또 다른 매력이 됐다. 로빈 던바 옥스퍼드대학교 실험심리학과 명예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함께 리드미컬한 신체 활동을 할 때 엔도르핀 분비가 혼자 할 때보다 유의미하게 증가한다. 같은 리듬으로 움직이는 행위 자체가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다.


2023년 미국 스포츠심리학회지에 실린 연구에서는 그룹 달리기 참가자 847명을 분석한 결과, 혼자 달릴 때보다 함께 달릴 때 운동 지속률이 33.1% 높았고, 자기효능감 점수도 평균 18.4점 높게 나타났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타인과 함께할 때 더 강하게 형성된다는 뜻이다.


달리기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행위를 넘어 소속감과 정체성을 제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러닝 크루 티셔츠를 입고 새벽 공원을 달리는 사람들은 단순히 운동하는 게 아니라, '우리'라는 감각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달리기가 마음을 고치는 이유: 우울과 불안에 효과적인 까닭


달리기의 심리적 효과는 기분 전환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페팃 스마츠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2023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우울증 환자 141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16주간 달리기 치료와 항우울제 치료를 비교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달리기 그룹의 증상 개선율이 항우울제 그룹과 거의 동일한 수준인 44%에 달했고, 신체 건강 지표는 오히려 달리기 그룹이 더 크게 향상됐다.


달리기가 뇌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하다. 유산소 운동은 해마에서 신경세포 생성을 촉진하며, 이는 기억력과 감정 조절 능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치솟는 코르티솔 수치도 규칙적인 달리기를 통해 장기적으로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쌓여 있다. 뇌가 달리기를 통해 스스로를 재건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미국 하버드 공중보건대학 연구에 따르면 하루 15분의 달리기만으로도 우울증 발생 위험이 26% 감소했다. 완주보다 꾸준히 신발 끈을 묶는 행위 자체가 마음을 지키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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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6-22 1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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