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정국 집까지 찾아간 팬…‘사랑‘이라 믿었던 그 마음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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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정국 집까지 찾아간 팬…'사랑'이라 믿었던 그 마음의 정체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BTS 정국 집까지 찾아간 팬…'사랑'이라 믿었던 그 마음의 정체


그 팬은 아마 스스로를 사랑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그냥 한 번만 보고 싶었다고. 하지만 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브라질 국적의 BTS 정국 팬이 그의 자택을 무단 방문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단순한 '과도한 팬심'의 문제가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행동의 뿌리에 전혀 다른 심리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랑처럼 느껴지지만 사랑이 아닌 것, 바로 '준사회적 관계'와 스토킹 심리의 경계선이다.



준사회적 관계: 나만 모르는 '일방통행 친밀감'의 함정


도널드 호튼과 리처드 월 미국 시카고대 사회학과 교수는 1956년 처음으로 '준사회적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시청자가 TV 속 인물과 실제로 아는 사이인 것처럼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현상이다. 한쪽은 상대의 존재조차 모르는데, 다른 한쪽은 깊은 친밀감을 느끼는 완전한 일방통행이다.


문제는 SNS와 브이로그, 팬 소통 플랫폼이 이 환상을 극대화한다는 점이다. 아이돌이 팬에게 직접 말을 걸고, 일상을 공유하며 '우리'라는 표현을 쓰는 순간, 뇌는 실제 관계와 준사회적 관계를 구분하지 못하기 시작한다. 에밀리 더니 미국 버펄로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2021년 성인 29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준사회적 관계가 강할수록 상대방이 자신을 실제로 알고 있다는 착각을 경험하는 비율이 67%에 달했다.


정국의 팬 역시 수년간 콘텐츠를 통해 쌓아온 '관계감'이 실재한다고 믿었을 가능성이 높다. 뇌 안에서는 진짜 친구를 만나는 것과 유사한 옥시토신이 분비됐을 테고, 그 감정이 충분히 현실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스토킹 심리의 핵심: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뇌


스토킹 행동으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분기점은 '거절 처리 실패'다. 레오나르도 베르가니 이탈리아 밀라노대 정신의학과 교수팀이 2019년 발표한 연구에서 스토킹 행위자의 뇌를 분석한 결과, 전두엽 피질의 충동 억제 기능이 현저히 저하돼 있었고, 거절 신호를 '관계 종료'가 아닌 '아직 충분히 노력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 인지 왜곡이 관찰됐다. 쉽게 말해, '아니오'를 '더 열심히 해보라는 신호'로 읽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왜곡이 본인에게는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스스로를 헌신적인 사람으로 여기며 행동을 정당화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집착적 추구 신드롬(Obsessive Relational Intrusion)'이라 부르며, 미국에서만 매년 약 1340만 명이 이와 유사한 피해를 경험한다고 보고했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실내 주거 공간 침입은 없었음을 참작했음에도 징역형을 선고한 것은, 긴급응급조치 불이행이라는 반복성이 핵심 판단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의 방문이 아니라 제지를 받고도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이 스토킹의 구조적 특성을 정확히 보여준다.



팬덤 문화의 그림자: 경계를 지워버리는 산업 구조


물론 팬 개인의 심리만으로 이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부족하다. 아이돌 산업 자체가 팬과의 친밀감을 전략적으로 설계한다는 점도 짚어봐야 한다. 웨슬리 프라이어 미국 텍사스크리스천대 커뮤니케이션학과 부교수는 K-팝 팬덤 연구에서 멤버십 플랫폼, 팬 편지 답장, 개인화된 영상 메시지가 준사회적 관계의 강도를 평균 43% 높인다고 분석했다.


팬이 아티스트와 '연결돼 있다'고 느끼도록 설계된 구조 속에서, 그 경계를 지키는 책임을 온전히 팬에게만 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한, 비슷한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우리 안의 '팬심': 열정과 집착 사이 선 긋기


좋아하는 마음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준사회적 관계도 외로움을 줄이고 정서적 안정을 주는 순기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핵심은 그 감정이 상대의 실제 삶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머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그 사람이 나를 원하는가'를 질문해보는 것이 가장 간단한 경계선이라고 말한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도 다가가려는 충동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는 신호일 수 있다. 좋아하는 마음이 클수록, 그 마음을 상대가 아닌 나 자신에게 향하게 하는 연습이 필요한 이유다.


오늘 당신이 누군가를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면, 그 에너지의 방향을 한 번쯤 점검해보는 것은 어떨까. 진짜 팬심은 상대의 일상을 지켜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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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6-23 07: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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