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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연애에서 거듭 거절당하고, 취업도 되지 않고, 친구도 없는 것 같다. 그러다 어느 날 인터넷에서 자신과 똑같은 처지라고 말하는 남성들의 커뮤니티를 발견한다. '우리가 이렇게 된 건 여성 탓, 사회 탓'이라는 말이 이상하리만치 위로가 된다.
프랑스 상원이 최근 '남성주의(masculinism)' 확산에 관한 의회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를 사회 문제로 공식화해 대응할 것을 권고했다. 보고서는 성별 우월감이 고립감과 거절감을 달래는 수단이 되고 있으며, 이것이 극단적 폭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리학자들은 이 현상의 뿌리가 생각보다 훨씬 깊다고 말한다.
나오미 아이젠버거 미국 UCLA 심리신경과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거절은 신체적 통증과 동일한 뇌 영역인 배측 전방 대상피질(dACC)을 활성화한다. 2003년 발표된 이 연구는 '사이버볼' 실험에서 참여자 13명에게 온라인 공 던지기 게임 도중 다른 참가자들이 자신을 배제하는 상황을 경험하게 했고, 그 결과 뇌가 물리적 고통과 구분하지 못하는 수준의 반응을 보임을 확인했다. 연애 거절, 취업 실패, 또래 집단에서의 소외. 이 경험들이 반복되면 뇌는 극심한 고통 신호를 지속적으로 처리하게 된다.
문제는 고통이 이어질 때 뇌가 반드시 '원인'을 찾으려 한다는 점이다. 로이 바우마이스터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이 자존감을 위협받을 때 외부 귀인, 즉 책임을 타인이나 집단에 전가하는 방어기제를 강하게 작동시킨다고 설명했다. 반복된 거절의 고통을 '내 문제'가 아닌 '여성의 문제', '사회 구조의 문제'로 해석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여기에 온라인 커뮤니티가 결합하면 이 왜곡된 해석은 빠르게 강화된다.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의 집단에서는 확증 편향이 작동하며, 점점 더 극단적인 논리가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기 시작한다.
'인셀(incel)'은 비자발적 독신자(involuntary celibate)의 줄임말로, 원래는 1990년대 한 캐나다 여대생이 만든 지지 모임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성 혐오, 폭력 예찬과 결합하며 전혀 다른 이념으로 변질됐다. 2018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밴으로 행인 10명을 살해한 알렉 미나시안이 인셀 이념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이후, 서구 사회에서는 인셀을 테러리즘의 한 형태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조나단 하이트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소셜미디어가 분노와 혐오 감정을 가진 콘텐츠를 알고리즘 방식으로 증폭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2019년 그의 연구팀이 SNS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도덕적 분노가 담긴 게시물은 중립적 게시물보다 리트윗 가능성이 게시물 당 약 2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립된 젊은 남성이 접하는 정보 환경이 분노와 혐오를 먹고 자라도록 설계돼 있다는 뜻이다.
프랑스 의회 보고서도 이 점을 정확히 짚었다. 보고서는 남성주의 이념이 유튜브, 틱톡 등 플랫폼을 통해 10대 남성들에게 빠르게 유입되고 있으며, 처음에는 자기계발 콘텐츠처럼 포장돼 접근한다고 분석했다. '성공한 남성이 되는 법'에서 시작해 '여성이 남성을 억압한다'는 논리로 자연스럽게 미끄러지는 구조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 위계 이론에서 소속감과 사랑의 욕구는 생존 다음으로 강력한 동기다. 매슬로의 이론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한 로이 바우마이스터와 마크 리어리의 1995년 연구는, 인간이 소속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신체적 건강 악화, 인지 기능 저하, 정서 불안정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고립된 사람에게는 혐오 이념을 공유하는 집단조차 강렬한 소속감의 원천이 된다.
클리포드 리처드슨 영국 엑서터대 심리학과 연구원이 인셀 온라인 포럼 이용자 대상으로 진행한 2021년 연구에서는, 응답자의 67.3%가 해당 커뮤니티를 통해 '처음으로 자신을 이해받는다고 느꼈다'고 답했다. 이것이 핵심이다. 위험한 것은 그들이 '나쁜 사람들'이어서가 아니라, 연결에 굶주린 상태에서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준 집단이 혐오 이념 공동체였다는 사실이다.
극단적 이념은 외로움과 무력감을 먹고 자란다. 프랑스 의회 보고서가 남성주의를 단순한 범죄가 아닌 '사회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권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인셀 문화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개인의 의지나 처벌보다 사회적 연결망의 복원이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매슈 리버먼 미국 UCLA 심리학과 교수는 2013년 저서 '사회적 뇌'에서, 인간의 뇌는 혼자 있을 때조차 사회적 관계를 처리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도록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사람은 연결을 위해 설계된 존재라는 것이다. 청소년기와 청년기 남성들에게 실질적인 대화 공간, 정서 표현 능력을 기를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당신 주변에 오랫동안 연락이 뜸해진 남성 지인이 있는가. 잘 지내냐는 짧은 안부 한 마디, 가볍게 밥 한 끼 먹자는 말 한 마디가 누군가의 고립을 조금 늦출 수 있다. 거대한 이념보다 가까운 사람의 작은 관심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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