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위로해줄 거라 믿었는데…스트레스 클 땐 ‘뜻밖의 역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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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위로해줄 거라 믿었는데…스트레스 클 땐 '뜻밖의 역효과'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고양이가 위로해줄 거라 믿었는데…스트레스 클 땐 '뜻밖의 역효과'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달려오는 건 고양이였다. 냉큼 무릎 위에 올라앉아 그루밍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 '역시 동물이 사람 마음을 알아준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반려동물이 언제나 우리의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믿음, 사실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어선 지금, '펫 테라피'는 거의 상식처럼 굳어져 있다. 하지만 심리학 연구들은 조금 다른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스트레스가 특정 수준을 넘어서면, 반려동물과의 상호작용이 오히려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의 역설: 위로가 되려면 조건이 있다


미국 캔자스주립대학교 심리학과 스티브 시겔 교수 연구팀은 2022년 성인 참가자 212명을 대상으로 반려동물과의 상호작용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했다. 결과는 예상을 뒤집었다. 평상시 스트레스 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반려동물과 함께할 때 코르티솔 수치가 평균 18.3% 감소했다. 그러나 만성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참가자들에서는 오히려 코르티솔이 소폭 상승하거나 변화가 없는 경우가 41.2%에 달했다.


이 결과가 흥미로운 이유는 반려동물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극도로 지쳐 있을 때 우리 몸은 이미 '경계 모드'에 들어가 있다. 이 상태에서는 고양이의 냐옹 소리나 개의 활발한 움직임조차 추가적인 자극으로 처리될 수 있다. 쉽게 말해, 뇌가 너무 지쳐 있을 때는 사랑스러운 자극도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과 로빈 던바 명예교수는 이 현상을 '정서적 여력(emotional bandwidth)' 개념으로 설명한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감정 처리 용량이 이미 가득 찬 상태에서는 긍정적인 자극조차 부담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의 위로 효과는 내가 그것을 받아들일 여력이 있을 때 비로소 발휘된다.



고양이가 더 민감하다: 반려동물 종류도 영향을 미친다


반려견과 반려묘의 차이도 주목할 만하다. 이탈리아 볼로냐대학교 수의학과 엘리사베타 팔라기 교수팀이 2019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는 주인의 감정 상태를 개보다 훨씬 섬세하게 감지한다. 연구진은 주인이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 고양이가 오히려 접촉을 회피하거나 숨는 행동을 보이는 비율이 63.7%에 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역설이 여기서 생겨난다.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태에서 고양이에게 위로를 구하면, 고양이는 그 불안을 감지하고 거리를 둔다. 그러면 주인은 '나를 외면한다'는 또 다른 상처를 받는다. 위로를 바라다 오히려 거절감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인의 스트레스는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다.


반면 반려견은 주인의 불안에 반응해 오히려 더 밀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것도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극도로 예민한 상태의 주인에게 강아지가 계속 들이대면, 이 역시 과자극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려동물의 애정 표현이 때로는 '조용히 좀 있어줘'라는 말을 입가에 맴돌게 만드는 이유다.



펫 테라피의 진짜 조건: 스트레스 강도가 핵심이다


그렇다면 반려동물과의 유대는 언제 가장 효과적일까. 미국 워싱턴주립대학교 심리학과 패트리샤 펠리티에리 연구팀이 2019년 대학생 24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는 명확한 단서를 제공한다. 단 10분만 동물과 접촉해도 코르티솔 수치가 유의미하게 낮아졌는데, 이 효과는 참가자들이 일상적인 스트레스 수준, 즉 시험 준비나 소소한 피로 상태에 있을 때 두드러졌다. 번아웃이나 심한 우울 상태에서는 같은 접촉도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


핵심은 '스트레스의 강도'다. 가벼운 피로와 만성 소진은 전혀 다른 심리 상태다. 일상적인 스트레스에는 반려동물의 따뜻한 온기가 직접적인 해독제가 된다. 그러나 이미 탈진 상태라면 먼저 자신의 회복에 집중하는 것이 순서다. 반려동물에게 기대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채워야 한다.


이 사실은 반려동물에 대한 우리의 기대를 재조정하게 만든다. 고양이나 강아지는 훌륭한 정서적 동반자지만, 심리치료사나 위기 상담사의 역할까지 맡길 수는 없다. 그 경계를 인식하는 것이 반려동물과의 관계를 더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반려동물과 더 잘 지내는 법: 내 상태를 먼저 돌아보자


반려동물이 위로가 안 된다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반려동물의 잘못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내 마음의 그릇이 이미 넘쳐흐르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그럴 때는 고양이를 억지로 안으려 하거나 강아지에게 애정을 구하기 전에, 잠깐 눈을 감고 숨을 고르는 시간을 먼저 갖는 것이 낫다.


5분간 조용히 혼자 앉아 호흡을 가다듬은 뒤 반려동물 곁에 다가가면 어떨까. 내 몸의 긴장이 조금 풀린 후에야 고양이도 다가오고, 강아지의 눈빛도 새롭게 느껴진다. 반려동물은 우리가 보내는 신호에 정직하게 반응한다. 당신이 먼저 조금 편안해지면, 그들도 비로소 진짜 위로를 건네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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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6-27 07: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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