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지고는 못 산다"던 아버지, 아들 수익률 보고 흔들렸다…‘빚투‘ 심리의 정체
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빚 지고는 못 산다"던 아버지, 아들 수익률 보고 흔들렸다…'빚투' 심리의 정체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요즘, 주변에서 심상치 않은 말들이 들려온다. '나만 빠진 것 같다'는 불안감, '이 정도면 나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 그리고 어느 순간 '신용대출로 좀 더 넣어볼까'라는 생각. 이 세 가지가 순서대로 찾아온 경험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빚투 심리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보도한 '빚 지고는 못 산다 vs 빚 져서라도 산다' 기사에는 아버지에게 '제정신이냐'는 말을 들으면서도 신용대출로 주식에 투자한 20대 청년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건 그다음이다. 수익률을 본 아버지의 태도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 이건 단순한 가족 갈등이 아니다.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FOMO가 지갑을 연다: '나만 못 버는 것 같다'는 공포


심리학에서는 이 감각을 'FOMO(Fear Of Missing Out)', 즉 소외 공포라고 부른다. 내가 참여하지 않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불안이 의사결정을 왜곡하는 현상이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 재무학과 헤르시 쉐프린 교수는 상승장에서 투자자들이 자산 가격보다 '주변 사람들의 수익 이야기'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연구로 밝혔다. 수익률이라는 숫자보다 옆 사람이 벌었다는 사실 자체가 더 강한 자극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 비교 이론'이 더해지면 불씨는 더 커진다. 미국 코넬대 심리학과 톰 길로비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행동하지 않아서 생긴 손실을 행동해서 생긴 손실보다 훨씬 더 오래, 더 강하게 후회한다. '그때 샀더라면'이라는 말이 '그때 팔았더라면'보다 훨씬 자주 입에 오르는 이유다.


상승장이 길어질수록 이 후회 예측은 더 강력해진다. '지금 안 들어가면 나중에 더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혹시 빌려서라도 넣어볼까'라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수익이 보이면 위험이 사라진다: 뇌의 교묘한 착각


아버지의 태도가 바뀐 것도 사실 뇌과학으로 충분히 설명된다. 미국 스탠퍼드대 신경과학과 브라이언 넛슨 교수 연구팀이 2005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금전적 이득이 예상될 때 뇌의 측좌핵이 활성화되며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 상태에서는 위험 신호를 처리하는 전두엽 기능이 상대적으로 억제된다. 수익률 그래프를 보는 순간, 뇌는 말 그대로 흥분 상태에 빠지고 위험 판단 능력은 일시적으로 흐려지는 것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가용성 편향'과 결합해 설명하기도 한다. 주변에 주식으로 돈을 번 사례가 자주 눈에 띄면, 뇌는 그 성공 사례를 '일반적인 현실'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손실 사례는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기억에서 배제되고, 성공 스토리만 남아 '나도 될 것 같다'는 과신을 부추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202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신용융자 잔고는 상승장 진입 이후 불과 6개월 만에 38조 원을 넘어섰다. 투자자의 심리가 얼마나 빠르게 대출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다.



왜 멈추지 못할까: '손실 회피'와 '본전 심리'의 덫


빚을 내서 투자했을 때 더 위험한 이유는 따로 있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같은 금액의 손실에서 느끼는 고통이 이득에서 느끼는 기쁨보다 약 2.5배 더 크다. 이것이 바로 '손실 회피 편향'이다. 자기 돈으로 투자했을 때도 이 본능은 강력한데, 빌린 돈이 개입되면 이 공포는 몇 배로 증폭된다.


문제는 그 공포가 오히려 더 위험한 선택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지금 팔면 진짜 손해니까' '본전만 찾으면 빠져나오려고'라는 생각이 손실을 키우는 구간에서도 포지션을 유지하게 만든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매몰 비용의 오류'라고 부른다. 이미 써버린 돈과 감정이 합리적 판단을 방해하는 것이다.


빚투 투자자들이 특히 취약한 건, 이 모든 심리적 함정이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이다. FOMO로 시작해서, 도파민 흥분으로 판단력이 흐려지고, 손실이 발생하면 손실 회피와 매몰 비용의 오류가 발목을 잡는 구조다.



지금 내 심리 점검하기: 흥분이냐, 판단이냐


행동재무학 전문가들은 투자 결정을 내리기 전에 스스로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보라고 권한다. '이 투자를 결정한 게 나의 분석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성공 이야기 때문인가',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시점이 명확히 설정되어 있는가', '이 금액을 전부 잃어도 생활이 가능한가'.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명확하게 답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결정은 심리가 주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상승장은 언제나 '이번엔 다르다'는 믿음을 데리고 온다. 하지만 1929년 대공황 직전에도, 2000년 닷컴 버블 때도, 2007년 금융위기 전야에도 사람들은 똑같은 말을 했다. 지금 내 판단이 냉정한 분석인지, 아니면 주변의 열기에 데워진 감정인지 한 번 더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가장 현명한 투자의 첫 번째 단계일지 모른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12672
  • 기사등록 2026-06-27 07:20:05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