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열애설에 ‘스캔들‘ 딱지 붙이는 우리…그 시선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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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열애설에 '스캔들' 딱지 붙이는 우리…그 시선의 심리학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연예인 열애설에 '스캔들' 딱지 붙이는 우리…그 시선의 심리학


배우 최민식이 유튜브 콘텐츠 '핑계고'에서 한마디를 던졌다. '젊은 처녀 총각이 연애하는데 어떤 놈이 뭐라 하냐, 마음껏 해라.' 지극히 당연한 말처럼 들리는데도 이 발언이 화제가 됐다는 사실 자체가 뭔가를 말해준다.


우리는 왜 연예인의 연애를 '열애설'이나 '스캔들'이라고 부를까. 그리고 왜 그 소식에 반사적으로 기뻐하거나, 배신감을 느끼거나, 분노하는 걸까. 사실 이건 연예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파라소셜 관계: '나만 아는 사람'이라는 착각


심리학에는 '파라소셜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라는 개념이 있다. 직접 만난 적도 없고, 상대방은 나를 전혀 모르지만 친밀감을 느끼는 일방적 관계를 말한다. 도널드 호튼과 리처드 울 미국 시카고대 사회학과 교수가 1956년 처음 제시한 개념인데, 당시에는 TV 시청자들이 아나운서에게 느끼는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70년이 지난 지금,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팬카페가 이 현상을 폭발적으로 강화시켰다. 팬들은 좋아하는 연예인의 식단, 일상, 취향을 속속들이 알게 된다. '아는 사이'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 친밀감이 실제 인간관계에서 분비되는 것과 동일한 신경화학 물질, 즉 옥시토신이 분비될 때 생기는 감정과 구별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그 결과 연예인이 연애를 시작하면 마치 가까운 친구가 갑자기 다른 사람을 만나기 시작한 것처럼 느껴진다. '배신감'이라는 표현을 쓰는 팬도 있는데,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건 나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뇌가 실제 관계와 파라소셜 관계를 혼동한 결과에 가깝다.



소유 심리와 통제 욕구: '내 스타'라는 이름의 환상


미국 채프먼대 심리학과 데이비드 게리 교수 연구팀이 2021년 성인 남녀 524명을 대상으로 파라소셜 관계의 강도를 측정한 결과, 파라소셜 관계가 강할수록 해당 연예인의 연애 소식에 질투와 유사한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연인에게 느끼는 질투와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겹친다는 점이다.


이 감정이 심해지면 연예인의 연애를 '스캔들'로 프레이밍하거나, '이미지가 망가졌다'고 표현하는 여론으로 이어진다. 연예인의 사생활을 팬덤이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소유 귀인(ownership attribution)'이라고 부른다. 내가 감정적으로 투자한 대상은 나의 통제권 아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무의식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최민식의 발언이 화제가 된 배경에는 바로 이런 문화적 분위기가 깔려 있다. '연애하면 스캔들'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사회에서, '그냥 좋은 일 아니냐'는 당연한 한마디가 오히려 파격처럼 들리게 된 것이다.



여론 재판의 심리학: 우리는 왜 판사가 되려 할까


연예인의 연애 소식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는 순간, 댓글창은 순식간에 심판정이 된다. '잘 어울린다', '왜 하필 저 사람이냐', '팬심 반납'처럼 서로 상반된 반응이 폭발한다. 심리학자들은 이 현상을 '도덕적 허가(moral licensing)'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평소 팬으로서 스타를 응원하고 지지했다는 사실이 마치 그의 사생활에 개입할 자격을 준다고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다.


호주 퀸즐랜드대 심리학과 조애나 도브로우스카 교수가 2020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파라소셜 관계가 강한 사람일수록 해당 유명인의 사생활 결정에 대해 부정적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38% 더 높았다. 단순한 호불호가 아니라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라고 인식하게 된다는 뜻이다. 팬의 시선이 어느 순간 심판관의 시선으로 바뀌는 것이다.


강일홍 칼럼니스트가 지적한 것처럼, 특정 연예인을 겨냥한 제보가 공개되면 언론이 기사화하고 온라인 커뮤니티가 이를 확산하며 여론이 사실상 법적 판단보다 앞서 나가는 구조가 반복된다. 법적 판단이 나오기 전에 이미 누군가의 커리어가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팬덤과 건강한 거리: 좋아하는 것과 소유하는 것 사이


파라소셜 관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로부터 위로를 받고 에너지를 얻는 것은 심리적으로 유익하다. 런던 대학교 캐슬린 보글 심리학 박사는 파라소셜 관계가 사회적 고립감을 완화하고 긍정적 감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 관계가 '소유'의 감정으로 변질될 때다.


최민식의 말 한마디가 울림을 준 이유는, 그것이 연예계를 향한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자신을 향한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의 삶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어야 한다. 그가 연애를 해서 행복해지면 '잘됐다'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짜 팬심에 가장 가까운 감정일 것이다.


오늘 좋아하는 사람의 소식을 접했을 때, 나도 모르게 '배신감'이 느껴졌다면 잠깐 멈춰볼 것을 권한다. 그 감정이 진짜 나의 감정인지, 아니면 뇌가 잠시 착각을 일으킨 것인지. 그 질문 하나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꿔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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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6-29 07: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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