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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코스피가 연일 신고점을 경신하면서 주변 어딘가에서는 꼭 이런 말이 들려온다. '나 저번에 그 주식 샀었는데, 대박 났어.' 단톡방에 올라온 수익 인증 캡처, 점심 자리에서 슬쩍 꺼내는 '나 좀 벌었어' 한마디. 왠지 기분 좋은 자랑 같지만, 전문가들은 이 행동이 생각보다 훨씬 큰 심리적 대가를 치르게 한다고 경고한다.
최근 복수의 금융·심리 전문가 사이에서 주식 수익 공개 행위가 투자자 개인의 정신 건강과 자산 관리 모두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단순한 '겸손함의 미덕' 문제가 아니다. 인간 뇌의 작동 방식, 그리고 한국 특유의 사회문화적 환경이 맞물려 만들어지는 심리적 함정이다.
수익을 남에게 공개하는 순간, 뇌의 보상회로는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투자 수익 자체에서 오는 만족감과 타인의 반응에서 오는 사회적 보상이 동시에 도파민을 분비시키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넛슨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금전적 보상에 대한 기대감이 뇌의 측좌핵을 활성화할 때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문제는 이 도파민 반응이 '다음 투자'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는 점이다. 수익을 공개하고 칭찬을 받은 사람은 자신의 투자 실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귀인 편향(self-serving attribution bias)'이라고 부른다. 이익이 나면 내 실력 덕분이고, 손실이 나면 시장 탓이라는 왜곡된 자기 인식이 굳어지는 것이다.
이 편향이 깊어질수록 투자자는 점점 더 큰 리스크를 감수하는 쪽으로 행동이 변한다. 한 번의 '대박' 공개가 그다음 무모한 베팅의 씨앗이 되는 셈이다.
수익을 공개하는 사람만 심리적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 아니다. 그 말을 듣는 주변인도 함께 흔들린다. 레온 페스팅거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가 제안한 '사회적 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능력과 판단을 타인과 비교함으로써 평가하려는 본능적 욕구를 가진다. 주변에서 수익 자랑을 들을수록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감각이 증폭되고, 이것이 포모(FOMO,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로 이어진다.
실제로 시장 조사 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4년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직장인 응답자의 70%가 현재 주식 투자로 수익을 내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이 수치 자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은 수익은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손실은 감추는 경향이 있어서,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시장의 실제 분위기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른바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이다. 성공한 투자자만 목소리를 높이는 환경에서, 아직 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가 다 버는데 나만 빠진 것 같다'는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된다. 조급함이 생기고, 충분한 공부 없이 시장에 뛰어드는 충동적 투자로 이어지기 쉽다.
수익 공개의 심리적 위험은 한국의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더욱 증폭된다. 한국 사회에서는 '체면(face)'이 사회관계를 규율하는 중요한 기제로 작동한다. 최상진 중앙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한국인의 체면 심리 연구에서, 한국인은 공개적 자기과시와 타인의 시선 관리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 체면 심리는 주식 투자 맥락에서 이중으로 작동한다. 수익을 자랑함으로써 사회적 위신을 높이려는 욕구와, 이후 손실이 생겼을 때 그것을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욕구가 동시에 발동되기 때문이다. 수익을 먼저 공개한 사람은 손실이 생겨도 인정하지 못하고 '본전 찾기'에 집착하는 심리, 즉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 bias)'에 더 강하게 사로잡히게 된다.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같은 금액이라도 이익을 얻는 기쁨보다 손실을 보는 고통을 약 2배 더 강하게 느낀다. 이미 '잘 번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상태에서 손실을 경험하면, 그 고통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수익 공개의 폐해는 개인의 투자 판단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인관계에도 균열을 만든다. 심리학에서는 타인의 성공이 자신의 자존감을 위협할 때 발생하는 감정을 '부러움(envy)'과 '질투(jealousy)'로 구분한다. 리처드 스미스 미국 켄터키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경쟁적 맥락에서의 부러움은 단순한 동기 부여가 아니라 상대에 대한 적대감과 관계 회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가깝다고 생각했던 친구나 동료가 수익 자랑을 반복할 때, 듣는 사람은 점차 그 관계를 불편하게 느끼기 시작한다. 자랑하는 당사자는 친밀감을 나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묘한 열등감과 불편함을 느끼며 서서히 거리를 두게 된다. '좋은 소식'을 공유하려던 의도가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 것이다.
더불어 자신도 모르게 조언자의 위치를 자처하며 주변 사람의 투자를 부추기는 경우도 생긴다. 만약 그 조언을 따랐다가 손실을 본 지인이 있다면,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이 틀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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