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논란이 터졌다. 사과문이 올라왔다. 잠시 잠적했다. 그리고 어느 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돌아왔다. 연예계에서 반복되는 이 공식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매번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왜 또 저러지?'
최근 유아인의 소속사 이적설과 복귀 움직임이 다시 한번 이른바 '대마불사' 논란에 불을 지폈다. 마약 스캔들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지 채 몇 년이 되지 않았는데, 50억 원대 계약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비단 유아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랜 소속사를 떠나 새 출발을 선언하는 스타들의 줄이은 행보를 보면서 심리학은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까.
심리학에서는 이를 '특권 의식(sense of entitlement)'과 '자기중심 편향(self-serving bias)'이 결합된 현상으로 설명한다. 폴 피프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교수는 2012년 성인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높은 사회적 지위와 부는 규칙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경향을 강화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간단히 말해, 오랫동안 '특별 대우'를 받아온 사람일수록 잘못을 저질러도 그것이 자신에게 적용될 규칙이라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연예인은 이 편향에 특히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다. 수십만, 수백만 명의 팬에게 사랑받고, 매니저와 스태프에게 둘러싸이며, 언론이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는 환경은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믿음을 끊임없이 강화시킨다. 이것이 반복되면 뇌는 '나는 일반적인 기준에서 면제된 존재'라는 신경 회로를 굳혀버린다.
결국 논란이 터졌을 때 진심 어린 반성보다 '어떻게 하면 빨리 복귀할 수 있을까'를 먼저 계산하게 되는 것은 도덕적 결핍이기 이전에 오랫동안 누적된 심리적 왜곡의 결과인 셈이다.
'대마불사'가 논란으로만 끝나지 않고 실제로 작동하는 데는 대중의 심리도 한몫한다. 엘리자베스 피엘프스 미국 뉴욕대 심리학과 교수가 발표한 감정 기억 연구에 따르면, 강렬한 부정적 감정을 유발한 사건도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의 감정적 강도는 약해지고 사실 정보만 남는 경향이 있다. 분노의 기억은 사실의 기억보다 빠르게 흐려진다는 뜻이다.
여기에 '친숙성 효과(mere exposure effect)'가 더해진다. 로버트 자이언스 미국 미시간대 사회심리학과 교수의 고전 연구가 확인했듯, 사람은 자주 접한 대상에게 자연스럽게 호감을 형성한다. 논란 이후 조용히 지내다 조심스럽게 얼굴을 비추고, 작은 선행을 공개하고, 인터뷰에서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는 전략은 정확히 이 효과를 노린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친숙한 얼굴이 다시 등장하면 대중의 뇌는 분노보다 낯익음을 먼저 처리한다. '저 사람 왜 나왔지?'보다 '아, 저 사람 오랜만이네'가 먼저 든다. 이것이 복귀 전략의 심리적 토대다.
논란을 겪은 스타들이 오랜 소속사와 결별하는 현상도 흥미롭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개념 재구성(self-concept reconstruction)'의 일환으로 본다. 논란과 함께 기존 소속사를 떠나는 것은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동시에 자신의 내면에도 심어주는 행위다.
앤서니 그린왈드 미국 워싱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자아 이미지가 위협받을 때 환경을 바꿈으로써 심리적 연속성을 재구성하려는 강한 동기를 갖는다. 소속사 변경은 일종의 '심리적 이사'인 셈이다. 낡은 집에서 나쁜 기억을 두고 새 집으로 이사하듯, 논란의 냄새가 밴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문제는 환경이 바뀌어도 심리 구조는 그대로라는 점이다. 논란의 원인이 외부가 아니라 내면의 패턴에 있을 때, 소속사를 바꾸고 매니저를 교체하는 것은 증상을 가릴 뿐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
대중도 이 공식에서 자유롭지 않다. 논란이 터지면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새 작품이 공개되면 다시 보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경험, 나만 하는 게 아니다. 이는 '도덕적 면허 효과(moral licensing effect)'와 연결된다. 강하게 비판하고 불매를 선언하는 행동 자체가 '나는 올바른 사람'이라는 심리적 만족을 주고, 그 만족이 채워지면 이후 행동의 기준이 느슨해지는 경향이 생긴다.
또한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이론도 작동한다. 레온 페스팅거가 정립한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의 행동과 신념이 충돌할 때 불편함을 느끼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신념을 슬그머니 바꾼다. '나는 저 배우를 좋아하지만 저 배우는 나쁜 짓을 했다'는 충돌은 불편하다. 그래서 뇌는 '그 정도면 충분히 반성한 것 아닌가', '연기와 사생활은 분리해야지'라는 합리화를 서서히 만들어낸다.
논란의 반복을 끊는 건 결국 개인의 각성보다 구조적 책임이 먼저다. 그리고 대중이 '이번엔 다르다'는 감각을 더 예민하게 유지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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