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 가야지" 조롱한 배재고 학생들… 왜 집단 속에서 사람은 잔인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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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스벅 가야지" 조롱한 배재고 학생들… 왜 집단 속에서 사람은 잔인해지는가


혼자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을 우리는 무리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친구들과 함께 응원하는 그 순간, 흥분과 결속감 속에서 누군가를 향한 조롱이 율동과 함께 터져 나온다. 배재고 야구부 응원단이 5·18 민주화운동을 희화화한 '스타벅스 탱크데이'를 연상시키는 구호를 외친 사건은, 단순한 비매너를 넘어 인간 심리의 어두운 구석을 드러낸다.


이 사건은 왜 청소년들이, 그것도 집단으로 모인 자리에서 이런 행동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심리학적 질문을 던진다. 개인의 도덕성은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응원 열기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몰개성화: 집단 속에서 '나'가 사라지는 순간


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몰개성화(deindividuation)'라고 부른다. 집단에 속해 익명성이 높아지면 자기 인식이 약해지고 평소에는 억제하던 충동적 행동이 표면으로 드러나는 심리 상태다. 필립 짐바르도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1969년 발표한 연구에서, 익명 상태에 놓인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반사회적 행동을 4배 이상 쉽게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응원 상황은 몰개성화가 일어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같은 유니폼, 높은 소음, 집단적 흥분 상태, 그리고 함께 동작을 맞춰야 한다는 동조 압력까지 더해진다. 이런 환경에서 개인은 스스로를 독립된 주체가 아니라 집단의 일부로 인식하게 되고,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전두엽의 기능이 실질적으로 저하된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대표가 '성가대처럼 율동과 목소리를 맞춰 조롱했다'고 표현한 대목이 의미심장하다. 조직적으로 맞춰진 율동은 몰개성화를 더욱 깊게 만든다. 움직임을 동기화할수록 집단 정체성은 강해지고 개인의 윤리적 브레이크는 약해진다는 것이다.



내집단 편애와 외집단 비하: '우리'가 생기면 '저들'이 만들어진다


헨리 타즈펠 영국 브리스톨대 심리학과 교수가 제안한 '사회정체성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이 속한 집단(내집단)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외집단을 평가절하하는 경향을 본능적으로 가진다. 타즈펠은 1971년 연구에서 단순히 같은 팀으로 묶인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외집단에 불이익을 주려는 행동을 한다는 점을 입증했다. 학교 이름을 달고 경기장에 선 순간, '우리 팀'과 '상대 팀'의 경계는 심리적으로 매우 선명해진다.


문제는 이 경계가 지역 비하와 역사 왜곡으로 이어질 때다. 광주 연고팀을 상대로 5·18을 연상시키는 구호를 외친 것은 단순한 야구 경쟁의 언어가 아니었다. 외집단을 향한 공격성이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역사적 상처와 결합할 때, 그 파괴력은 개인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게 증폭된다.


더 주목할 점은 이 행동이 '재미'로 포장되었다는 것이다. 브라이언 멀렌 미국 시러큐스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집단적 조롱은 '웃음'이라는 형태로 도덕적 무게를 희석시킨다. 구성원들은 '그냥 장난이잖아'라고 느끼며 죄책감을 회피하게 된다.



청소년기의 취약성: 동조 압력에 가장 민감한 뇌


왜 하필 청소년들이 이런 상황에 더 취약할까. 뇌과학적으로 청소년기는 전두엽의 발달이 미완성된 시기다. 전두엽은 충동 억제, 결과 예측, 도덕적 판단을 담당하는데, 이 영역은 25세 전후까지 완전히 성숙하지 않는다. 라우런 스타인버그 미국 템플대 심리학과 교수는 2008년 연구에서 또래가 함께 있을 때 청소년의 위험 감수 행동이 성인보다 50% 이상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거기에 '선배가 시킨다', '모두가 같이 한다'는 상황이 더해지면 저항은 더욱 어려워진다. 동조 심리를 연구한 솔로몬 애시 미국 스워스모어대 심리학과 교수의 실험에서도 나타났듯, 명백히 틀린 답이라도 다수가 그것을 선택하면 37%의 사람이 집단에 맞춰 틀린 답을 따라 선택했다. 하물며 '응원 구호를 함께 외치는 것'은 더욱 강한 동조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것이 이번 사건을 단순히 '몰상식한 학생들의 일탈'로만 치부해선 안 되는 이유다. 잘못된 행동임은 분명하지만, 그 행동을 가능하게 만든 심리적 조건과 집단 구조를 함께 들여다봐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조롱은 기억된다: 피해자가 짊어지는 심리적 무게


이 사건에서 간과되기 쉬운 것은 조롱을 받은 광주일고 선수들의 심리적 경험이다. 공개적인 집단 조롱을 당하는 경험은 단순한 기분 나쁨으로 끝나지 않는다. 마크 레리 미국 듀크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집단 앞에서 공개적으로 비하당하는 경험은 뇌의 배측 전대상피질을 활성화시키는데, 이 부위는 신체적 고통을 처리하는 영역과 동일하다. 사회적 배제와 모욕은 물리적 상처처럼 뇌에 기록된다.


특히 역사적 상처와 연결된 조롱은 피해자에게 단순한 개인 공격이 아닌 정체성 전체를 향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장기적인 심리적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경기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 사건이 교육 현장에서, 그리고 우리 사회 전반에서 남긴 질문은 결국 이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집단에 속해 있을 때도 나는 나'라는 사실을 가르치고 있는가. 다음 경기에서 상대 선수들의 눈을 바라보며 응원가를 부를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있는가. 오늘 주변의 청소년에게 '함께 있을 때 가장 용감한 사람은 무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멈출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한 번쯤 말해주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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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7-01 07: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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