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떠나서 출근 못해"…반려동물 잃은 슬픔, 왜 이렇게 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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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강아지 떠나서 출근 못해"…반려동물 잃은 슬픔, 왜 이렇게 클까?


퇴근하면 제일 먼저 달려오던 존재. 말 한마디 없어도 옆에 앉아 온기를 나눠주던 그 작은 몸뚱이.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낸 사람이라면 그 자리가 얼마나 크게 남는지 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반려동물 장례 휴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강아지가 죽었다고 출근을 못 한다는 게 말이 되냐'는 반응과 '가족이 죽었는데 출근이 가능하냐'는 반응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논쟁의 핵심에는 사실 심리학이 있다.



펫로스 증후군: 슬픔이 아니라 '애도'다


반려동물을 잃은 뒤 찾아오는 극심한 상실감을 심리학에서는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이라 부른다. 단순한 감정적 예민함이 아니다. 무기력, 식욕 저하, 수면 장애, 집중력 저하까지 나타나는 실제 애도 반응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주립대 심리학과 마르가렛 스트로베 교수가 2018년 성인 반려인 45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잃은 응답자의 약 61%가 가까운 인간 가족을 잃었을 때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슬픔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12%는 반려동물 사망 후 6개월 이상 지속적인 우울 증상을 보였다.


이 슬픔이 깊은 이유는 단지 '정이 들어서'가 아니다. 반려동물은 조건 없는 애정과 일상의 루틴을 함께 구성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삶의 리듬을 함께 만들어 온 존재를 잃는 것, 그것은 하나의 생활 세계가 통째로 사라지는 경험이다.



애착 이론으로 보면: 반려동물은 '애착 대상'이다


영국 정신분석가 존 볼비가 정립한 '애착 이론'은 원래 영아와 양육자 사이의 정서적 유대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이론이 반려동물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연구들이 쌓이고 있다. 반려동물은 볼비가 말한 '안전 기지(secure base)', 즉 세상이 불안할 때 돌아올 수 있는 정서적 피난처가 된다는 것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심리학과 스탠리 코렌 명예교수는 반려견과 주인 사이의 애착 패턴이 부모와 영유아 사이의 그것과 구조적으로 동일하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반려동물이 곁에 있을 때 인간의 옥시토신과 세로토닌 수치가 유의미하게 상승한다는 생물학적 증거도 제시됐다. 쉽게 말해, 뇌가 반려동물을 실제 가족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에 '그게 뭐가 대수냐'고 말하는 것은, 뇌 속에서 벌어지는 실제 애도 과정을 부정하는 셈이 된다. 슬픔의 크기는 관계의 깊이에 비례한다. 그 관계가 동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슬픔의 자격이 박탈되지는 않는다.



주변의 '가스라이팅': 슬픔을 부끄럽게 만드는 시선


펫로스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종종 호소하는 것이 있다. 슬픔 그 자체보다 '그걸로 왜 그러냐'는 주변 시선이 더 힘들었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박탈된 슬픔(Disenfranchised Grief)'이라 부른다. 미국 포담대 케네스 도카 교수가 제안한 개념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상실에서 비롯된 애도를 가리킨다.


박탈된 슬픔은 일반적인 애도보다 회복이 느리다. 슬픔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고 억눌러야 하기 때문이다. '겨우 동물인데'라는 말 한마디가, 정상적인 애도의 흐름을 차단하는 심리적 장벽이 된다. 실제로 펫로스를 경험한 사람들의 커뮤니티에서 '오히려 사람보다 더 솔직하게 울 수 없어서 힘들었다'는 고백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반려동물 장례 휴가 논쟁이 단순히 '하루 쉬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닌 이유가 여기 있다. 그 하루는 슬픔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자, 억눌린 애도에 숨을 틔워주는 공간이다.



슬픔을 회복하는 법: 충분히 슬퍼하는 것이 먼저다


펫로스 이후의 회복을 연구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한 가지를 강조한다. 슬픔을 억누르거나 빨리 털어내려 할수록 회복이 늦어진다는 것이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수의과대학 산하 동물-인간 유대 연구소에서 2021년 성인 반려인 78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반려동물 사망 후 슬픔을 충분히 표현하고 애도 의례를 치른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6개월 후 심리적 회복 지수에서 평균 34%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의 사진이나 물건을 간직하고, 좋은 기억을 가까운 사람과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장례를 치르는 것도 의미 있다. 의례는 슬픔에 '끝'이라는 언어를 부여하고, 뇌가 상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돕는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문득 먼저 간 반려동물이 생각났다면, 오늘 하루 그 존재를 마음껏 그리워해도 괜찮다. 그 슬픔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당신이 그만큼 깊이 사랑했다는 증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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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7-02 07: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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