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소은
[한국심리학신문=심소은(zzzz7435@naver.com)]

'웃으면 복이 온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진실임을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웃음은 뇌에서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해 통증 인지를 낮추고 안녕감을 높인다(Mayo Clinic, 2023). 코미디 영상을 시청한 실험 참가자들은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참가자들과 비교했을 때 통증 내성의 저하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는 웃음이 통증 내성의 자연스러운 감소를 막아주는 완충 작용을 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Lapierre et al., 2019, as cited in Tunaligil, 2025). 말기 암 환자와 간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웃음 치료가 통증과 기분 저하, 소진(burnout)을 완화한 것으로 보고되었다(Moon et al., 2024, as cited in Tunaligil, 2025).
하지만 기분이 다운됐을 때 의식적으로 웃으려 애쓰는 것은 오히려 인지적 부담을 더한다. 심리학자 제임스 그로스(James Gross)는 우리가 감정을 조절하는 방식을 정서가 생겨나는 다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 어떤 상황에 놓일지 고르는 것, 그 상황을 바꾸는 것, 무엇에 주의를 둘지 정하는 것, 생각을 바꾸는 것, 그리고 이미 생긴 감정 표현 자체를 조절하는 것이다(Gross, 1998). 이 중 마지막 단계, 즉 감정이 이미 다 표출된 뒤에 억지로 웃음 같은 반응을 바꾸려는 개입은 효과가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몸의 긴장(생리적 각성)을 키울 수 있다(Gross, 1998). 이미 많이 우울해진 상태에서 억지로 웃으려고 하는 것이 바로 이 마지막 단계에 개입하는 방식이라, 효과가 별로 없고 오히려 우울을 심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자동웃음생성기
그렇다면 노력을 안 해도 저절로 웃음이 나오게 하면 어떨까? 일부러 웃으려고 하지 말고, 내가 웃음이 터졌던 사진이나 영상, 콘텐츠들을 미리 모아두는 것이다. 스마트폰 사진첩 한구석에 ‘웃음제작소' 폴더를 만들어두면,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의 웃음을 자동으로 제작해주는 그 폴더를 열기만 하면 된다. 이 방법의 심리학적 뿌리는 20세기 초 행동주의 심리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의 생리학자 이반 파블로프는 개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종소리를 함께 들려주는 절차를 반복하자, 나중에는 먹이 없이 종소리만 들려줘도 개가 침을 흘리기 시작한 현상을 밝혀냈다(Pavlov, 1927). 원래 종소리는 개에게 아무런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중립 자극이었지만, '먹이'라는 자동적 반응을 유발하는 자극과 반복적으로 짝지어지면서 그 자체만으로 침 분비 반응을 유발하는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고전적 조건형성(classical conditioning)이라 하며, 이는 이후 심리학 전반에서 학습과 정서 반응의 형성 원리를 설명하는 핵심 이론으로 자리 잡았다. 이 원리는 공포와 같은 부정적 정서뿐 아니라, 즐거움이나 웃음 같은 긍정적 정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러한 현상을 웃음 폴더 제작과 연관지어서 살펴보면, 내가 특정 사진이나 영상을 보고 많이 웃었을 때, 해당 사진이나 영상이 '웃음'이라는 자동적 반응을 유발하는 '조건 자극(conditioned stimulus)'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번엔 부정적 감정을 경험하고 있더라도, 그 이미지나 영상을 보는 순간 학습된 웃음 반응이 먼저 끼어든다. 심지어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를 들었을 때 먹이가 없어도 바로 침부터 흘린 것처럼 그 사진이나 영상을 직접 보지 않고 떠올리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복잡한 인지적 재해석 과정 없이도 즉각적인 정서 전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나만의 웃음 폴더 제작하기
그렇다면 이 웃음 폴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1. 기준은 “0.5초 안에 웃겼는가?”
맥락 설명이 필요한 콘텐츠는 제외한다. 조건화된 반응은 즉각적이어야 효과가 있다.
2. 개인적인 것일수록 강력하다.
가족사진, 반려동물 영상, 친한 친구와의 순간처럼 나만 알아볼 수 있는 콘텐츠가 대중적인 밈보다 정서적 파급력이 크다. 옛 추억을 떠올리는 행위는 단순히 아련한 감정에 그치지 않고, 기분을 좋게 하고 자존감을 높이며 사람들과의 유대감까지 채워주는 힘이 있다(Sedikides et al., 2008). 게다가 이 감정은 오히려 외롭거나 우울할 때 더 잘 찾아온다고 한다. 즉, 힘든 순간일수록 옛 추억이 주는 웃음이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이다.
3.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한다.
같은 자극에 반복해서 노출되면 정서적 반응이 점차 약해지는 '습관화(habituation)'가 발생할 수 있다(Rankin et al., 2009). 처음엔 볼 때마다 웃겼던 사진도 열 번, 스무 번 보다 보면 반응이 무뎌진다. 그러니 웃음 폴더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콘텐츠를 새로 채워 넣어야 효과가 유지된다.
4.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세 번 이상 터치하지 않고 열 수 있는 위치에 폴더를 둔다. 찾기 번거로우면 결국 안 열어보게 된다.
5. 규칙을 정해도 좋다.
“출근길 3분”, “잠들기 전 1개”처럼 스스로 루틴을 만들면 무기력한 스크롤이 아닌 의식적인 자기 돌봄 행위로 자리 잡음으로써 스스로를 챙기고 아껴주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어쩌면 SNS의 북마크나 저장 기능, 갤러리의 즐겨찾기 기능 등을 사용해서 자신도 모르게 자기만의 웃음 폴더를 만들어 놓은 사람들이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웃음 폴더가 정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유용하게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아직 나만의 웃음 폴더가 없다면, 시간이 여유로울 때 한 번 만들어 놓고 수시로 웃음 충전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참고자료
1) Gross, J. J. (1998). The emerging field of emotion regulation: An integrative review.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2(3), 271–299. https://doi.org/10.1037/1089-2680.2.3.271
2) Mayo Clinic Staff. (2023, September 22). Stress relief from laughter? It's no joke. Mayo Clinic. https://www.mayoclinic.org/healthy-lifestyle/stress-management/in-depth/stress-relief/art-20044456
3) Pavlov, I. P. (1927). Conditioned reflexes: An investigation of the physiological activity of the cerebral cortex (G. V. Anrep, Trans.). Oxford University Press.
4) Rankin, C. H., Abrams, T., Barry, R. J., Bhatnagar, S., Clayton, D. F., Colombo, J., Coppola, R., Geyer, M. A., Glanzman, D. L., Marsland, S., McSweeney, F. K., Wilson, D. A., Wu, C.-F., & Thompson, R. F. (2009). Habituation revisited: An updated and revised description of the behavioral characteristics of habituation. Neurobiology of Learning and Memory, 92(2), 135–138. https://doi.org/10.1016/j.nlm.2008.09.012
5) Sedikides, C., Wildschut, T., Arndt, J., & Routledge, C. (2008). Nostalgia: Past, present, and future.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17(5), 304–307. https://doi.org/10.1111/j.1467-8721.2008.00595.x
6) Tunaligil, V. (2025). The mighty powers of chuckles, giggles, guffaws: The public health benefits of laughter. Extensive Reviews, 5(1), 4–16. https://doi.org/10.21467/exr.5.1.9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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