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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기분이 별로인 날엔 왠지 매운 것이 당기고, 외로운 밤엔 달달한 것에 손이 간다. 반대로 기분이 한껏 들뜬 날엔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샐러드가 그럴싸해 보이기도 한다. '오늘 뭐 먹지?'라는 질문이 사실은 '나 지금 어떤 기분이지?'라는 질문과 같은 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식품업계에서는 소비자의 감정 상태에 맞춘 메뉴를 제안하는 이른바 '필코노미(Feelconomy)'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기분과 소비가 연결되는 시대, 그 이면에는 꽤 깊은 심리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우리가 특정 감정 상태에서 특정 음식을 찾는 것은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다. 브라이언 완싱크 미국 코넬대 식품마케팅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슬프거나 외로울 때 따뜻하고 부드러운 질감의 음식을, 화가 나거나 좌절감을 느낄 때 강하고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현상의 핵심에는 도파민 시스템이 있다. 기분이 가라앉으면 뇌의 보상 회로는 빠르게 쾌락을 회복하려 하고, 당분이나 지방이 풍부한 음식은 도파민 분비를 즉각적으로 자극한다. 쉽게 말해 뇌가 감정의 구멍을 음식으로 메우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단기적인 위안에 그친다는 점이다. 음식으로 기분을 달래는 습관이 반복되면 감정 조절 능력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음식이 감정 조절의 주된 도구가 되면, 다른 건강한 방식으로 감정을 처리하는 능력을 키울 기회를 잃게 된다.
어릴 때 아프면 어머니가 끓여주던 죽, 합격 소식에 가족과 함께 먹던 치킨. 우리가 흔히 '컴포트 푸드'라고 부르는 이 음식들은 단순한 열량 덩어리가 아니다. 조던 트로이시 미국 뉴욕주립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2015년 발표한 논문에서는 컴포트 푸드가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감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 참가자들은 컴포트 푸드를 먹은 후 소속감이 높아지고 외로움이 줄었다고 보고했다.
이 음식들에는 강력한 정서적 기억이 담겨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정서적 조건화(emotional conditioning)'라고 부른다. 특정 음식의 맛과 향이 과거의 따뜻한 기억과 연결되어 있어서, 그 음식을 먹는 순간 뇌가 당시의 안도감과 행복감을 재현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컴포트 푸드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사실이다. 누군가에겐 어묵 국물이고, 다른 누군가에겐 아이스크림이다. 어떤 음식이 위로가 되는지는 개인의 성장 환경과 정서적 경험에 따라 전혀 다르게 형성된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하나다. 지금 내가 느끼는 배고픔이 위장에서 오는 것인지, 감정에서 오는 것인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진 크리스텔러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심리학과 명예교수가 개발한 '마음챙김 기반 식이요법(MB-EAT)'에 따르면, 두 가지 배고픔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신체적 배고픔은 서서히 찾아오고 식사 후 사라지지만, 감정적 배고픔은 갑작스럽게 엄습하며 식사 후에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또 감정적 배고픔은 특정 음식에 대한 강한 갈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뭔가 먹고 싶다'가 아니라 '지금 당장 라면이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구체적이고 절박한 욕구다. 크리스텔러 교수팀이 2014년 성인 1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MB-EAT 프로그램 참가자의 74%가 감정적 폭식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보고했다.
감정적 식욕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이미 절반의 해결책이다. 냉장고 문을 열기 전 딱 10초, '나 지금 배가 고픈 건지 마음이 힘든 건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시작이다.
감정에 따라 음식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슬플 때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행동이다. 다만 그것이 유일한 감정 조절 수단이 되면 문제가 생긴다. 소냐 류보머스키 미국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캠퍼스 심리학과 교수는 지속 가능한 행복을 위해 다양한 정서 조절 전략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산책, 음악 감상, 친구와의 대화처럼 음식 외의 위로 수단을 곁에 두는 것이다.
오늘 하루 유독 특정 음식이 간절하게 당긴다면, 그것을 먹기 전에 잠깐 멈춰보자. 내 감정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시간, 딱 10초면 충분하다. 그리고 그 음식을 먹기로 했다면 죄책감 없이, 천천히, 온전히 즐기자. 음식을 통한 위로를 스스로 허락하되 그것이 전부가 되지 않도록 조금씩 다른 위로의 방법도 찾아가는 것, 그것이 '필코노미 시대'를 가장 건강하게 사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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