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70cm에 연애는 안 해요"…일본 남성들, 왜 스스로 ‘작아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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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키 170cm에 연애는 안 해요"…일본 남성들, 왜 스스로 '작아지는' 걸까?


키 170cm면 연애를 포기해야 할까. 연애 고민은 엄마에게만 털어놓고, 작은 집에서 혼자 조용히 산다. 헤럴드경제와 한국일보 등이 보도한 일본의 '축소 현상'은 단순한 사회 통계가 아니다. 그 숫자 안에는 점점 더 안으로 움츠러드는 일본 남성들의 심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현상이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도전은 줄고 기대치도 낮아지고, 관계도 좁아졌다는 느낌, 혹시 당신도 받아 본 적 있지 않은가.



축소 지향의 심리학: 작아지는 것이 생존 전략이 된 사회


일본 후생노동성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20세 이상 일본 남성의 평균 신장은 167.7cm로, 1978년(169.5cm)보다 약 2cm 줄었다. 3평짜리 협소주택이 확산하고, 고민 상담은 오직 어머니에게만 꺼내며, 연애를 '스펙 부족'을 이유로 포기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자기 축소(self-shrinking)' 현상과 연결 지어 설명할 수 있다.


자기 축소란 실패나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수록 도전 범위 자체를 좁혀 자존감을 지키려는 방어 기제다.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캐럴 드웩 교수는 2006년 연구에서 이를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의 전형적 결과물로 설명했다. 실패를 능력의 증거로 받아들이는 사람일수록, 처음부터 시도하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도 없다. 연애를 포기하면 거절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삶의 반경이 좁아지면서 오히려 더 깊은 무기력감으로 이어진다.



엄마에게만 고민을 터놓는 이유: '안전한 관계'에만 머무르는 심리


연애 고민을 엄마에게만 상담한다는 일본 젊은 남성의 비율이 늘고 있다는 보도는, 심리학적으로 매우 의미심장한 신호다. 영국 서식스대 심리학과 로빈 스턴버그 박사는 관계 연구에서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 확보된 관계에만 자기 개방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즉, 상처받을 위험이 없는 관계인 어머니에게만 속내를 꺼낸다는 것은, 그 외의 관계에서는 이미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상태임을 의미한다.


일본의 사회심리학자 오기하라 유이치 도쿄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2023년 연구에서 일본 20대 남성의 51.3%가 또래 친구보다 부모와의 대화 시간이 더 길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마마보이' 문제가 아니다. 거절과 비교, 경쟁의 시선이 없는 관계만을 골라 머무는 선택적 관계 축소 현상이다.


문제는 이것이 악순환을 만든다는 것이다. 새로운 관계를 맺지 않으면 사회적 자신감은 더 낮아지고, 자신감이 낮아지면 새로운 관계는 더 두렵게 느껴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회피 강화 루프(avoidance reinforcement loop)'라고 부른다.



비교 불안이 만드는 자기 평가 절하: '나는 자격이 없다'는 착각


키 170cm이면 연애를 못 한다는 믿음은 어디서 왔을까. 미국 텍사스대 심리학과 데이비드 버스 진화심리학 교수는 SNS와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비교 기준의 상향화'가 현대 남성의 자기 평가를 구조적으로 낮춘다고 지적한다. 온라인에서는 평균이 아닌 최상위 5%의 모습이 '평범한 일상'처럼 유통된다. 매일 그것을 보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나는 부족하다'는 결론을 반복적으로 내리게 된다.


2022년 일본 내각부 청소년백서에 따르면 일본 20대 남성 중 42.7%가 '나는 가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는 한국(32.1%), 미국(13.5%), 스웨덴(10.4%)과 비교할 때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자기 가치감이 낮은 사람은 현실을 과소평가하고, 위험을 과대평가하며, 결국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는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의 붕괴'로 설명한다. 캐나다 맥길대 심리학과 앨버트 밴듀라 교수의 연구에서 자기 효능감이 낮은 사람은 실제 능력과 무관하게 도전 자체를 포기하는 경향이 60% 이상 높다고 밝혀졌다.



우리는 괜찮은가: 한국 사회에도 조용히 번지는 '내면의 축소'


일본의 이야기라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삼포세대', '소확행', '조용한 사직'이라는 말들이 한국에서 수년째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자. 연애, 결혼, 내 집 마련을 포기했다는 말 뒤에는, 숫자로 된 조건 문제뿐 아니라 '어차피 안 돼'라는 심리적 항복 선언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저서 '굿라이프'에서 한국의 젊은 세대가 기대치를 낮추는 것을 현명한 선택으로 합리화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회피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대치를 낮추는 것과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을 포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오늘, 한 번만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좋겠다. 내가 포기한 것들이 정말 원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어느 순간부터 '나는 자격이 없다'고 믿어버린 것인지. 만약 후자라면, 그 믿음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늘 한 가지 작은 시도를 다시 꺼내 보는 것, 그것이 축소된 마음을 조금씩 되돌리는 첫 번째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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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7-06 07: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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