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의 계절 여름, 무서운 생각으로 잠이 안 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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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경민 ]


영화관 좌석에 앉아 상영될 영화를 기다리던 중, 어딘가 불길한 음악 소리가 들려오자마자 겁이 많은 나는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아니나 다를까, 딱 공포영화 광고 소리였다. 이럴 때는 미리 주의 문구라도 띄워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 툴툴대 보지만 어쩔 수 없다. 워낙 쫄보라 평소에는 무서운 영화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하고, 공포의 요소를 원천 차단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좋아하던 웹소설 작가님이 괴담 소설을 출간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글자로 읽는 건 시각적인 자극이 없으니 괜찮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읽는 동안에는 조금 으스스하긴 해도 이 정도면 버틸 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불을 끄고 누웠을 때 시작되었다. 머릿속에서 무한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며 도저히 잠에 들 수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꼬리를 무는 무서운 상상 때문에 밤이 두려워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심리학과 수면 과학에서 조언하는 몇 가지 방법과 함께, 내가 직접 효과를 보았던 발상의 전환을 소개한다.



잠이 오지 않으면 오래 누워있지 말자


무서운 생각 때문에 잠이 오지 않을 때 침대에 누운 채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버티는 행동은 상황을 악화시키기 쉽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침대라는 공간과 불안, 각성 상태가 뇌에서 하나로 연합되는 현상으로 설명한다. 침대에 누워 무서운 상상을 오래 할수록 우리의 뇌는 침대를 '잠을 자는 곳'이 아니라 '공포를 느끼는 공간'으로 학습하게 된다. 따라서 잠들지 못한 지 20분 이상이 지났다면 차라리 과감하게 침대 밖으로 나오는 것이 좋다. 희미한 조명을 켜고 거실로 나와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 다른 활동을 하다가, 다시 잠이 올 때 침대로 들어가는 것이 수면에 훨씬 효과적이다.



시계를 보는 것은 금물!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켜거나 벽시계를 보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시간을 확인하며 초조해하는 순간 뇌의 교감신경계가 자극되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는 공포심에 불을 지피는 격이 되어 신체를 더욱 깨어있게 만든다. 무서운 생각이 들 때는 시간의 흐름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시간 감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려야 뇌가 비로소 이완되기 시작한다.



자신만의 인지치료


결국 밤의 공포를 이겨내는 핵심은 내 머릿속의 생각과 타협하는 나만의 유연한 마음에 있다. 예전에 내가 한참 밤마다 공포에 질려 잠을 못 이루던 시절, 스스로에게 일종의 인지 치료를 시도해 본 적이 있다. 원래는 새벽 5시가 넘어야 겨우 안심하고 잠들 수 있었는데, 생각의 방향을 조금 바꾸고 나서는 그 시간을 새벽 3시로, 더 나아가 훨씬 이른 시간으로 당길 수 있었다.


당시 내 생각의 흐름은 꽤 단순했다. 내가 새벽 5시 이후를 무서워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때부터는 아침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만화 속 도깨비들도 해가 뜨면 아무 힘도 쓰지 못하고 사라지듯, 태양은 모든 공포를 소멸시키는 가장 확실한 존재니까 말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해가 멈춰 있다가 새벽 5시에 갑자기 짠 하고 뜨는 건 아니었다. 실제로 '새벽'이라는 단어를 사전에 검색해 보면, 무작정 어두운 시간이 아니라 이미 해가 뜨고 있는 시간이라고 나온다. 게다가 해는 우리가 한창 활동하는 저녁 시간에 지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내가 자려고 누운 그 시점부터 눈앞은 비록 어두울지라도, 지구 반대편에서부터 해는 이미 나를 향해 쉼 없이 떠오르고 있는 셈이었다. 이렇게 '지금은 어두워 보여도 사실상 아침이 시작된 거야'라고 생각하기로 했더니 신기하게도 무서운 마음이 가라앉았다.


여기에 더해 주변이 너무 고요해서 무서울 때는 나 말고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떠올리며 위로를 얻기도 했다. 예컨대 내 친구는 새벽 4~5시쯤 잠들어서 낮 1시에 일어나는 극강의 저녁형 라이프스타일을 가졌는데, 그 시간에 활동할 때가 가장 상쾌하다고 하셨다. 그런 사람들을 생각하면 내 방은 비록 어둡고 조용하지만, 세상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열정을 불태우며 밤을 지키고 있을 거라는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이런 과정을 지나오면서 밤마다 두려워하는 일 없이 아주 편안하게 잘 자고 있다. 여름철 찾아오는 밤의 공포는 결국 우리 뇌가 만들어낸 가상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오늘 밤 으스스한 상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려 한다면, 생각의 방향을 슬쩍 틀어 어둠 속에서도 부지런히 떠오르고 있을 아침의 태양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세상 어딘가에서 이 밤을 함께 채우고 있을 누군가를 상상하다 보면, 어느새 공포는 옅어지고 스르륵 잠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참고 문헌

1) 이연경 (2024), 서강대학교 학습심리학 강의 내용, 개인 수강 기록에 근거함

2) Mark A. Gluck 외 2인(2019), 학습과 기억(제 3판) 뇌에서 행동까지, 시그마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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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7-20 11: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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