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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뉴스에서는 코스피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한다고 떠들썩하다. 친구는 카카오톡으로 '나 드디어 수익 났어'라며 인증샷을 보내온다. 그런데 내 계좌는 오늘도 빨간 숫자다. 시장 전체는 오르는데 나만 비껴간 것 같은 이 기분, 단순한 억울함이 아니다.
최근 증시 활황 속에서도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개인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가 투자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들린다. '지수는 8,000인데 내 계좌는 왜 이러지'라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사람들. 이들의 마음속에서는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사회 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으로 설명한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가 1954년 처음 제시한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의 능력이나 상황을 평가할 때 객관적 기준보다 주변 사람과의 비교에 훨씬 더 의존한다. 주식 시장처럼 수익률이 숫자로 즉각 드러나는 환경에서는 이 비교 본능이 특히 강하게 활성화된다.
문제는 우리가 비교하는 대상이 공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SNS와 투자 커뮤니티에는 수익 인증이 넘쳐나지만, 손실을 고백하는 글은 드물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의 실제 손실을 타인의 '하이라이트 수익'과 비교하는 셈이다. 이 왜곡된 비교가 반복되면 '나만 못하는 사람'이라는 자기 낙인으로 굳어진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심리학과 엘리자베스 던 교수 연구팀이 2021년 성인 투자자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타인의 투자 수익을 자주 확인하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우울감과 자존감 저하를 경험할 확률이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수가 올라도 내 계좌가 오르지 않을 때 느끼는 고통은, 단순히 '덜 벌었다'는 아쉬움이 아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같은 금액이라도 얻는 것에서 느끼는 기쁨보다 잃는 것에서 느끼는 고통을 약 2.25배 크게 지각한다. 이를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이라고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이 편향은 실제 손실뿐 아니라 '기대 수익을 놓친 것'에도 동일하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남들이 버는 장세에 나만 수익이 없다는 상황은 뇌가 '손실'로 처리한다. 실제로 돈을 잃지 않았는데도 뇌의 전두엽과 편도체는 실제 손실 때와 유사한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킨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장기간 분비되고, 수면 장애와 집중력 저하, 나아가 불안 장애나 우울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증시 활황기에 오히려 정신과 상담이 늘어나는 역설이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우리는 흔히 FOMO(Fear Of Missing Out, 기회 박탈 공포)를 SNS 문화와 연결 짓는다. 하지만 주식 시장은 FOMO가 가장 강렬하게 발현되는 공간 중 하나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연구진이 2022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FOMO 상태에 있는 투자자는 충동적 매매 결정을 내릴 확률이 평균 대비 41.6% 높고, 이후 해당 결정을 후회하는 비율도 58.3%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FOMO가 또 다른 FOMO를 부른다는 점이다. 남들이 번다는 소식에 조급하게 고점 매수를 한 뒤, 손실이 나면 '빨리 만회해야 한다'는 심리로 더 위험한 투자에 뛰어든다.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황혜선 교수는 이를 두고 '심리적 손익분기점 집착'이라고 표현한다. 실제 수익보다 '본전 심리'를 회복하려는 욕구가 이성적 판단을 압도하는 상태다.
나만 뒤처졌다는 느낌이 반복되면 자기 효능감이 무너지고, '나는 원래 투자 체질이 아니야'라는 학습된 무기력감으로 굳어지기도 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이미 수익이 나도 기쁨보다 불안이 앞선다. '이제 또 떨어지겠지'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투자 심리 관리의 첫 번째 원칙으로 '비교 정보 차단'을 꼽는다. 하루에 타인의 수익 인증을 확인하는 횟수를 의식적으로 줄이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이 회복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심리학회(APA)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소셜미디어에서 재정 관련 비교 콘텐츠 노출을 하루 30분 이상 줄인 실험 참가자들은 4주 후 자존감 점수가 평균 19.4% 향상됐다.
두 번째는 '내 기준선 재설정'이다. 코스피 지수나 옆 사람 계좌가 아니라, 6개월 전 내 계좌와 지금을 비교하는 습관이 훨씬 건강하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는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비교 대상은 어제의 나 자신'이라고 강조한다. 남과 비교하는 순간 투자는 자산 증식이 아닌 자존심 싸움이 된다.
오늘 밤, 주식 앱을 열기 전에 잠깐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는 왜 이 투자를 시작했지?' 목표가 흔들리지 않는다면, 남들의 수익 인증은 그냥 흘려보내도 괜찮다. 당신의 계좌보다 당신의 마음이 먼저 건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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