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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이 광주일고와의 경기 도중 더그아웃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외쳤다.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이른바 '지역 비하' 표현이었다. 어린 선수들은 그게 왜 문제인지 처음엔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도대체 왜 청소년들은 혐오와 조롱을 '그냥 웃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일까.
연합뉴스는 이번 사태를 두고 '조롱 문화가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단순히 역사 교육의 부재로만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10대의 뇌와 집단심리, 그리고 디지털 환경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사라 제인 블레이크모어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인지신경과학과 교수는 2018년 청소년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10대의 전전두엽 피질이 성인에 비해 현저히 덜 발달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전두엽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행동의 장기적 결과를 예측하며,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기능을 담당한다. 즉, 청소년은 구조적으로 공감 처리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이 연구에서 10대 참가자들은 타인이 사회적으로 배제되거나 모욕당하는 장면을 볼 때 성인보다 뇌 내 통증 처리 영역 활성화 수준이 평균 38.2% 낮게 나타났다. 쉽게 말해, 누군가가 상처받는 장면이 성인만큼 '아프게' 뇌에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재미있어 보이는' 자극이 더해지면, 뇌는 그것을 해로운 행동이 아니라 쾌감을 주는 놀이로 분류해버린다.
문제는 이 시기에 조롱을 웃음으로 경험하면 그 패턴이 뇌에 학습된다는 점이다. 반복 노출될수록 혐오 표현에 대한 감각이 둔해지고, '이건 진짜 나쁜 게 아니야'라는 인식이 강화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감각 둔화(desensitization)'라고 부른다.
더그아웃은 단순한 응원 공간이 아니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강한 집단 정체성이 형성되는 공간이다. 레온 페스팅거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가 제안한 '몰개성화(deindividuation)' 이론은 집단 안에 있을 때 개인이 자신의 책임감과 자아 의식을 잃고 평소엔 하지 않을 행동을 하게 되는 현상을 설명한다. 유니폼을 입고, 팀원들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누군가 먼저 구호를 외치면 나머지는 생각보다 훨씬 쉽게 따라간다.
솔로몬 애시 미국 스와스모어대 심리학과 교수가 1951년 실시한 동조 실험에서는 참가자의 75%가 명백히 틀린 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집단의 다수 의견에 동의했다. 10대는 또래 집단의 시선에 훨씬 민감하기 때문에 이 동조 압력은 성인보다 훨씬 강하게 작용한다. '분위기상 같이 해야 할 것 같았다'는 사후 진술이 이번 배재고 사태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해당 표현이 '유머 코드'로 유통될수록 청소년들은 그것이 사회적으로 허용된 행동이라고 인식하기 쉽다. 현실의 규범이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응이 기준점이 되는 것이다.
나오미 배런 미국 아메리칸대 언어학과 명예교수는 2023년 저서에서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10대의 언어 감각을 얼마나 빠르게 바꾸는지 분석했다. 특정 표현이 커뮤니티 안에서 '웃긴 것'으로 반응을 받으면, 그 표현을 사용한 사람의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된다. 좋아요, 웃음 반응, 댓글이 이 보상을 강화한다. 혐오 표현도 반응을 얻기 위한 수단이 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 보상 구조가 표현의 '내용'이 아니라 '반응의 크기'에 집중하도록 뇌를 훈련시킨다는 점이다. 더 자극적일수록 더 큰 반응이 오고, 더 큰 도파민이 분비된다. 혐오나 조롱이 콘텐츠 경쟁에서 자연스럽게 살아남는 구조다. 청소년들이 혐오 표현의 기원이나 맥락을 모르더라도 그것을 쓰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배재고 사태에서 선수들이 처음에 '문제를 몰랐다'고 한 것은 도덕적 판단 능력의 부재가 아니라, 그 표현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를 배울 기회가 없었던 환경의 문제이기도 하다. 칸 리우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교육학과 부교수의 2022년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반복적으로 특정 표현에 노출된 청소년 중 61%가 그 표현의 사회적 해악을 인지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해법이 징계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징계는 행동을 억제할 수 있지만 공감 능력을 키우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마틴 호프먼 미국 뉴욕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수십 년간의 연구를 통해 공감 능력은 훈련 가능하며, 특히 청소년기에 실제 피해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경험이 공감 회로 발달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배재고 선수들이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것은 이 맥락에서 의미 있는 출발점이다.
부모와 교사가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아이가 온라인에서 접하는 언어에 대해 '왜 그게 웃긴지'를 함께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아이가 공유한 밈이나 유행어에 흥미를 보이며 '그 말이 어디서 나온 거야?'라고 자연스럽게 묻는 것, 그것이 혐오 감각을 무뎌지게 만드는 디지털 환경에 맞서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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