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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미장(미국 주식)만 고집하던 서학개미가 코스피 불장 소식에 뒤늦게 국내 주식 계좌를 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몇 종목을 담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수가 출렁이기 시작했고, 결국 그는 '이래서 국장은 안 한다고 했는데'라는 말을 삼키며 화면을 껐다. 이런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은가.
분명 '이번엔 진짜 다르다'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이 다 번다고 할 때 나만 빠지면 손해 볼 것 같은 그 느낌.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FOMO(Fear Of Missing Out), 즉 '나만 뒤처질 것 같은 두려움'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감정이 투자 판단을 얼마나 크게 뒤흔드는지, 이제는 과학적으로도 분명히 밝혀지고 있다.
앤드루 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금융공학과 교수는 '적응적 시장 가설(Adaptive Market Hypothesis)'을 통해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동이 감정 회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위협 상황에서 생존 본능에 따라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주가 급등락 같은 자극에 이성적 판단보다 감정적 반응이 먼저 나온다.
실제로 주변에서 '나도 샀다'는 말이 들릴 때 우리 뇌의 편도체는 즉각 활성화된다. 편도체는 공포와 불안을 처리하는 영역으로, 이때 뇌는 정보를 차분히 분석하는 대신 '빨리 행동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낸다. 이것이 바로 충동적 매수의 심리학적 근거다.
조르지오 코리첼리 이탈리아 파르마대학교 신경경제학과 교수 연구팀이 2005년 피험자 6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타인의 이익을 목격했을 때 피험자들의 뇌에서 후회와 관련된 전전두엽 피질이 강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남이 벌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뇌에 '통증'처럼 처리되는 셈이다.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저서 '비이성적 과열'에서 강세장일수록 투자자들 사이에 '내러티브 전염(narrative contagion)' 현상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 퍼지면서 그 이야기 자체가 실제 매수를 유발하고, 결국 이야기가 현실이 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2024년 미국 금융심리학회가 성인 투자자 12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61.3%가 '주변인의 수익 후기를 접한 뒤 계획에 없던 종목을 매수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 중 74.8%는 해당 종목에서 결국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FOMO는 입장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손실의 씨앗에 가깝다.
더 무서운 것은 '자기 과신 편향(overconfidence bias)'이다. 상승장에서 수익이 나면 사람들은 '내 분석이 맞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시장 전체가 오른 것이다. 당시의 성공 경험이 이후 더 큰 위험을 감수하게 만들고, 결국 하락장에서 훨씬 큰 손실로 이어진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 개념을 통해, 인간이 같은 금액의 손실을 이익보다 약 2.25배 더 강렬하게 느낀다는 사실을 밝혔다. 10만 원을 벌었을 때의 기쁨보다 10만 원을 잃었을 때의 고통이 두 배 이상 크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손실을 확정 짓기 싫어 손해 종목을 붙들고 있거나, 수익이 조금만 나도 조급하게 팔아버리는 패턴을 반복한다. '익절 후회'와 '손절 미루기'는 전혀 다른 행동처럼 보이지만, 사실 같은 심리 메커니즘에서 비롯된다. 뇌가 손실의 고통을 줄이려는 방향으로 판단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코스피 급등락을 경험한 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개인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투자의 손익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자존감, 안전감, 미래에 대한 통제감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심리적 타격이 훨씬 깊다.
전문가들은 투자 판단 전 '감정 레이블링(emotion labeling)' 기법을 권장한다.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에 '나는 지금 FOMO를 느끼고 있다'고 스스로 말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편도체 활성화를 약 20%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매슈 리버만 미국 UCLA 심리신경과학과 교수가 2007년 발표한 연구에서, 감정을 언어로 명명하는 행위가 뇌의 반응성을 실질적으로 낮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투자 일지'를 작성하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어떤 정보를 보고, 어떤 감정 상태에서 매매를 결정했는지 기록해두면 자신의 행동 패턴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뇌는 망각하려는 성질이 있어서 손실의 원인을 '운'으로 돌리고 수익의 원인을 '실력'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록은 그 왜곡을 막아주는 가장 단순한 도구다.
주가 알림을 하루에 한 번만 확인하거나, 주요 뉴스를 접할 때 즉시 매매 앱을 열지 않는 사소한 습관 하나가 충동적 결정을 막는 데 생각보다 훨씬 큰 역할을 한다. 오늘 시장이 출렁였다면, 앱을 열기 전에 딱 한 번만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지금 FOMO를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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