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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게시물을 올리고 나서 10분도 안 돼 스마트폰을 꺼내 든 적 있는가. '좋아요'가 몇 개 달렸는지 확인하고, 숫자가 기대보다 적으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가라앉는다. 별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 작은 숫자 하나가 하루의 기분을 좌우한다.
최근 학계에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SNS에서 '좋아요'를 받을 때 뇌가 반응하는 방식이, 불안과 우울 성향이 있는 사람에게서 유독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단순한 SNS 중독의 문제가 아니다.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가 화면 속 숫자에 반응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미국 UCLA 심리신경과학과 연구팀이 2023년 청소년과 성인 총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SNS의 '좋아요' 알림을 받을 때 뇌의 보상 회로인 측좌핵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fMRI로 확인했다. 도박이나 음식을 기대할 때 활성화되는 바로 그 영역이다. 즉, 우리 뇌는 '좋아요' 하나를 작은 보상으로 인식한다.
문제는 이 반응의 강도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불안과 우울 성향이 높은 집단에서 '좋아요' 수가 적거나 예상보다 반응이 없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평균보다 41% 더 높게 측정됐다. 단순히 기분이 나쁜 게 아니라, 신체가 실제 위협에 반응하듯 긴장하는 것이다.
기존 실험실 연구에서는 우울증 환자가 보상 자극에 오히려 둔감하다는 결과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연구는 실제 온라인 환경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를 이끈 로렌 셔먼 UCLA 발달심리학과 부교수는 '실험실과 달리 온라인 공간에서는 사회적 비교와 즉각적 피드백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에, 불안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더 강하게 반응하는 역설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SNS가 유독 끊기 어려운 데는 심리학적 이유가 있다. 행동주의 심리학자 B.F. 스키너가 밝혀낸 '가변 비율 강화(Variable Ratio Reinforcement)'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언제 '좋아요'가 몇 개 달릴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자주 확인하게 된다. 슬롯머신이 끊기 어려운 것과 같은 원리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정신건강연구소의 루시 포크너 박사 연구팀이 2022년 성인 850명을 6개월간 추적한 결과, SNS 게시물에 대한 반응 확인 횟수가 하루 평균 34회를 넘어선 집단에서 6개월 후 우울 증상 점수가 22.7%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더 많이 올릴수록, 더 자주 확인할수록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좋아요'를 더 받기 위해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올리고, 반응을 기다리며 불안해하고, 숫자가 적으면 자신을 탓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포크너 박사는 이를 '디지털 정서 조절 실패'라고 표현했다. 감정을 추스르려다 오히려 더 감정에 휘둘리게 되는 역설이다.
SNS 사용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핵심은 '내가 SNS를 통제하는가, SNS가 나를 통제하는가'다. 심리학에서는 다음 신호들을 점검하도록 권고한다. 게시물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칠 때 하루가 망가지는 느낌이 드는가, 올리지 않으면 뭔가 놓치는 것 같은 불안감이 드는가, '좋아요'가 많은 날과 적은 날의 기분 차이가 크게 느껴지는가. 이 중 두 가지 이상 해당된다면, 단순한 취미 사용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조현석 교수는 '소셜 미디어가 자기 효능감이나 사회적 소속감의 주된 출처가 됐을 때 문제가 시작된다'며 '특히 현실에서 인정받는 경험이 부족할수록 온라인 반응에 더 과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SNS 집착은 현실 관계의 온도를 점검하라는 신호일 수 있다.
2024년 서울대학교 소비자아동학부 연구팀이 국내 20·30대 성인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일상적 만족도가 높은 집단은 SNS 반응에 대한 감정 기복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연결된다고 느끼는 사람은 '좋아요' 숫자에 덜 흔들렸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권하는 첫 번째 방법은 '게시 후 2시간 알림 끄기'다. 올리자마자 반응을 확인하는 습관이 불안을 키우는 만큼, 의식적으로 확인 시점을 늦추는 것만으로도 코르티솔 반응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포크너 박사 연구팀은 이 방법만으로도 4주 후 SNS 관련 불안 점수가 평균 18.3%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두 번째는 '올리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공유하고 싶어서인지, 반응이 두려워서 올리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인지를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패턴을 의식하게 된다. 인식이 변화의 시작이다.
오늘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문득 연락하고 싶었던 사람에게 직접 전화 한 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화면 속 숫자가 아니라 실제 목소리에서 오는 온기가, 우리 뇌가 진짜 필요로 하는 연결감을 채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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